‘수용’이란 어휘가 주는 감정이 간단하지 않다. 걱정으로 뒤덮인 슬픔, 힘에 눌려 당하는 억압, 중요한 것을 강제로 빼앗기는 억울함, 그런 것들이 섞였다. 우리 작은 밭은 성당 마당에 계신 성모님이 보시기 좋은 방향과 거리에 있고, 성당 너머 다음 언덕엔 큰 밭이 있었다. 어머니는 거기에 감자를 심었다. 뜨거운 흙먼지가 싫었지만 누나들과 밭에 가는 즐거움은, 단조로운 풀밭 사이에 숨겨진 청량한 시냇물 같았다. 동홍천에서 끊긴 고속도로가 이어졌다. 세상 좋아졌다는 표현을 또 쓰자니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트림이 올라온다. 사실, 이 길을 타고 집에 간 적은 한번도 없다. 단지, 방학 중 사목파견 때문에 서석을 지나 내면까지 가서 한 겨울을 보낸 것과, 내린천 줄기를 따라 구룡령을 넘어 동해안에 갔던 것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