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 2

종신 부제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다. 교황님께서 매달 제안하시는 기도지향은 연간단위로 정해져 1년 전에 발표된다. 한국주교회의 홈페이지에서 우리말로 번역된 기도지향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시련을 겪는 중에,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기도지향이 어색하다는 고백을 여러분으로부터 들었다. 십분 이해가 되는 생각이다. 이번 달의 경우도 그렇다. 하느님 백성 안에서 인구비중이 극히 낮은 부제들을 위한 기도 제안이 생소하다. 종신부제가 없는 우리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어제 영상 메시지가 발표되었지만 우리는 이미 월초부터 기도에 참여하고 있다. ‘교황의 월간 기도지향’을 받들어 세계교회가 기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기도의 사도직, '교황의 전 세계 기도 네트워크’는, 170년 전부터 이 일을 ..

가난한 이들의 날

사제관과 식복사 아주머니가 사는 집 가운데 제법 넓은 마당이 있었다. 마당 중앙을 지나서도 꽤나 긴 거리를 띄어 놓고, 정면에 가로 앉은 건물 안에는, 신부님의 차고와 창고가 한 지붕을 덮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못살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첫째 이유는, 그 마당에 매여 있던 늑대같은 녀석이 제공했다. 제 놈이 가장 많이 만난 열 사람 안에 내가 들 텐데, 도무지 친해질 기색이 없다. 할 수 없이 아주머니 집 뒤로 난 작은 길로 돌아가 쪼그리고 앉았다. 오늘은 신부님이 자동차를 수리하는 날이다. 어깨에 거는 멜빵이 달려있고, 가랑이가 갈라진 정비복을 입으셨다. 늘 입는 수단과는 위아래가 한통으로 된 옷이란 공통점이 있다. 정비를 위해 바닥에 파인 구덩이 아래는 철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신다. 거기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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