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3

하느님의 사랑

예전부터 매미우는 소리는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저도 슬퍼서 우는 것이라 생각하니 연민마저 일었는데, 알고 보니 구애의 방편이라 한다. 싫은 표현을 대놓고 할 걸 그랬다. 사랑을 구하는 노래라는 것이 땡볕에 물을 들어붓는다. 사우나독 안에서 바짝 달궈진 돌에 종지 물 떠 붓는 것과 흡사하다. 옥수수 밭이 주는 답답함을 모르면서 시골의 여름을 논하기는 어렵다. 조밀함에 습기가 더해지면 숨막히는 화생방훈련의 '가상현실체험'이 된다. 감자 밭 고랑에 뒹구는 돌멩이가 태양의 열기를 잔뜩 머금고 있다. 자칫 터질 것 같아 옆에 가기가 겁난다. 자갈투성이의 좁은 신작로는 하루 한 번 지나가는 달구지 같은 버스에게 깡마른 몸을 억지로 내준다. 염치없는 막걸리 차가 불쌍한 이놈의 등때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밟아 재낀다..

사랑의 약점

‘펀치볼’, 매우 낯선 지명이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고, 삼엄한 경계 속에 갇힌 곳, 분단의 냄새가 짙게 나는 남쪽 땅 최북단에 있는 군사시설이었다. 미군 종군기자가 자기 나라의 화채그릇과 모양이 비슷하다 하여 이름 붙여준 ‘해안분지’라는 것을 몰랐다. 그 펀치볼에서 남쪽으로 사십리 남짓 떨어진 곳에 짐을 풀었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인제군 서화면에 속한 마을이지만, 펀치볼까지 가기가, 그것이 속한 양구군의 주읍 보다 훨씬 가까웠다. 사상 최고의 혹서라고 떠는 호들갑은, 숫자를 보고 부리는 엄살이지 싶다. 제법 북쪽이지만 그곳의 여름은 견디기 힘들 만큼 더웠다. 공소 대문을 나서던 발걸음이 유격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포병 대열의 허리춤 앞에서 막혔다. 그 많은 장병 중 가장 많이..

在天吾父

해외여행으로 치면 호랑이가 금단현상에 시달릴 정도쯤 되는 시절이다.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에 도착한 것은 이경이 가까워서였다. 몬테 피올로(Montefiolo), 올리브나무로 둘러싸인 이 작은 산은, 고색이 철철 넘치는 수녀원 건물을 털모자처럼 머리에 쓰고 있었다. 이탈리아 중부의 2월말 밤공기가 못 견딜 만큼은 아니라 다행이다. 시간은 벌써 삼경의 문턱에 닿아 있었지만, 산골 마을 카페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얼기설기 엮은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그곳 사람들이 담근 맥주를 마셨다. 그 짜릿한 맛은, 아쉽게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별무리의 기억에 묻혀버렸다. 오늘 새벽미사에서 부른 성가가 자꾸 입 속을 맴돈다. 선율은 단순하지만, 가사는 평범하지 않다. “무변해상 별이시요… 보이소서, 성마리아… 영원무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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