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3

마지막으로 바친 기도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는 버스 뒷좌석에서 성가를 부르는 어린 목소리가 쉬지 않고 들려온다.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가사가 약간씩 깨지지만 음정은 비교적 정확하다. 장례식장에서 발인하기 직전, 나와 함께 연도를 바치는 아내의 옆에 어린 조카가 붙어 앉아, 자기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초점 잃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려, 그 아이가 혼자 위령성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오늘 이 세상 떠난’(502번)을 다 부르고 나서,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라'(227번)를 다시 시작한다. 인터넷기반의 디지털 미디어가 넘쳐난다. 언론을 못 믿겠다는 불만의 기억이 제법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대가 바뀌어도 정권이 뒤집혀도 그저 그 턱이지 싶다. 그 틈을 비집고 소식전달자들이 콩나물 시루에 가득하다. ..

깨어 있어라

밤바다가 전혀 조용하지 않다. 어디서 쏘는 것인지 굉장히 밝은 빛줄기가 세 개는 되나보다. 발전시설이 넉넉하지 않은 시절임에도 엄청난 양의 전기를 태워 소방차 물 쏘듯 하늘과 바다 속으로 쏟아 붓는다. 차분히 정해진 경로를 따라 가거나, 시간을 정해 놓고 꼭 봐야 할 곳을 찾아다니는 것도 아니다. 정신 나간 놈 널뛰듯, 조자룡 헌 창 쓰듯 제멋대로 天宮과 海表 사이에서 휘둘러 댄다. 마루와 앞마당을 갈라주는 유리문을 통과한 빛이, 방과 마루의 경계를 정해 놓은 창호지를 뚫고 들어와, 온 식구가 필통 속 연필처럼 나란히 누워있는 우리집 방을 허락도 없이 훑고 나가버린다. 벽에 걸린 십자가는 천장 가운데로 순간 이동했다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그 밑에 걸린 예수성심 상본이 벽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가 눈 깜..

하느님은 우리 편

성산대교의 북단 램프를 돌아 올라가면서 말문을 떼신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습니다.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저녁이면 부평까지 회장님을 뵈러 가는 것이 계절을 건너왔다. 건설 중에 교각이 무너져 통행이 막혀버린 행주대교가 원망스럽다. 돌아서 가는 길이 족히 30분은 더 잡아먹는다. 회장님의 기분이 조금 나아 보인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 때문이라고 하고 싶지만, 부담 드리지 않겠다고 애쓰시는 마음이 빤히 읽힌다. 엉망이 된 장을 대신하기 위해 매달려 있는 부속들이 침대둘레를 덮고 있다. 아직 안심할 상황이 못된다. 돌아 가자고 일어서는 신부님이 차에서 했던 말씀을 되풀이하신다. 재생되는 음질이 좋지 않다. 힘이 빠진 것이 아니라 만감에 짓눌려 음량이 크게 떨어진 걸 나는 알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