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키시스(Catechesis)

아마존 시노드

MonteLuca12 2019. 6. 19. 08:45

 

수용이란 어휘가 주는 감정이 간단하지 않다. 걱정으로 뒤덮인 슬픔, 힘에 눌려 당하는 억압, 중요한 것을 강제로 빼앗기는 억울함, 그런 것들이 섞였다. 우리 작은 밭은 성당 마당에 계신 성모님이 보시기 좋은 방향과 거리에 있고, 성당 너머 다음 언덕엔 큰 밭이 있었다. 어머니는 거기에 감자를 심었다. 뜨거운 흙먼지가 싫었지만 누나들과 밭에 가는 즐거움은, 단조로운 풀밭 사이에 숨겨진 청량한 시냇물 같았다.

 

동홍천에서 끊긴 고속도로가 이어졌다. 세상 좋아졌다는 표현을 또 쓰자니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트림이 올라온다. 사실, 이 길을 타고 집에 간 적은 한번도 없다. 단지, 방학 중 사목파견 때문에 서석을 지나 내면까지 가서 한 겨울을 보낸 것과, 내린천 줄기를 따라 구룡령을 넘어 동해안에 갔던 것이 내 경험의 전부다. 새로 뚫린 구간에 진입한지 얼마되지 않아 눈에 잡힌 도로표지판에 물걸리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자칫 놓칠 뻔했다. 내 기억의 탐지장치가 SF영화 속 레이더처럼 그걸 잡아냈다.

 

밤새 내린 눈이 신부님 차 지붕에 켜켜이 쌓였다. 빠끔 앞만 보일 정도로 눈을 걷어내고 시동을 거는데 애를 먹었다. 자동차로 가기엔 결코 멀지 않은 삼십리 길이다. 강산같이 내린 눈길을 헤집는 지프가 버거운 숨을 몰아 쉰다. 돌아가는 길을 염려해 부지런히 점심만 드시고 떠난 신부님 뒤에 혼자 남겨졌다. 여섯 가구 초가집이 전부인 물걸리는 구교우 일가의 집성촌이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개천이 하도 맑아, 이곳 사람들이 그냥 떠 마시는 상수원이 되었다. 미네랄 과다일까? 그 깨끗한 물을 내 장이 받아내지 못하여, 도착하는 날부터 시작한 장내시경 준비를, 일주일 내내 계속한다. 그치지 않는 눈이,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막걸리 트럭의 출입마저 제한했다. 온 동네에서 모아 가져온 약초 몇 뿌리는 극도로 쇠약해진 목숨을 건지기에 역부족이다.

 

노란 장막에 가려진 눈앞에 고향의 큰 밭이 보인다. 일부는 방송국이, 일부는 법원이 그 땅을 차고 앉았다. 그 법정 안에 어머니가 계신다. 화초로 양귀비 키운 것을 트집잡았다. 우리집 터를 노리는 흉측한 영감의 고발장이 검사의 손에 들려 있다. 방송국 건물이 근사하다. 거저 뺐다시피 수용한 터에 지은 신식건물이다. 시청 뒷산에 있던 옛 방송국 마당이 시끄럽다. 동네아이들 놀이터가 되어버린 것이다. 거기에 버려진 트럭 운전석에 내가 앉아있다. 모처럼 진정됐던 구역질이 와락 신물을 토해낸다. 그러고 나니 차라리 속이 편해진다. 이 눈이 녹을 때면 어딘가에 가 있겠지.” 몽롱한 정신으로 천국가는 꿈에 빠져들었다.

 

이튿날 아침 분주한 움직임이 송장처럼 이불에 싸인 나를, 지프 뒷문 사이로 밀어 넣는다. 마지막 남은 기력으로 눈을 떠보니, 두절된 길을 뚫고 오신 신부님이 보인다. 자꾸만 나타나는 꿈속의 계시를 따라 눈 속에 파묻힌 생명을 찾아오셨다. 천국가는 표가 취소됐다. 그것도 신부님 德分이라고 해야 할지 참 애매하다.

 

溫柔(온유; 성령의 열매), 夷亭 朴詠茂(아오스딩) 作

교황님은 오는 10월 바티칸에서 개최될 「아마존지역을 위한 특별주교시노드」의 의안을 승인하셨다. 인권과 환경이 의안의 핵심이다

「아마존지역을 위한 특별주교시노드」 의안집 발표

특별주교시노드 의안집의 핵심은 교회를 향한 아마존의 간절한 외침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가 모든 사람들에게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삶의 진정한 성취감을 주고 인간의 존엄성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 주기를 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교시노드 사무총장은 617일 월요일에 의안집을 언론에 발표하였다. 이는 교황의 20181월 페루 말도나도 방문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진 아마존 지역 협의체들과의 만남과, 지난 5월 개최된 시노드 사전 준비위원회의 2차회의까지 의견을 수렴한 결과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시는 소명을 받들고, 하느님께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남아메리카 한가운데 위치한 아마조니아(아마존 강 유역)780만 평방킬로미터의 지역을 포함한다. 이 지역에는 브라질, 볼리비아, 페루, 에콰도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수리남, 프랑스령 가이아나 등, 아홉 개 나라의 영토가 포함되어 있다. 아마조니아의 530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열대우림은 세계 최대 규모로, 지구의 신선한 물, 산소, 그리고 다양한 생물환경의 귀중하고 대체 불가능한 원천이다.

아마존의 목소리는 의안집 첫 항목의 제목이며, 아마존 지역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항목은 삶과 강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이곳을 흐르는 거대한 아마존강이 이 지역과 세상의 동식물뿐만이 아니라, 아마존 지역에 살고 있는 수천개의 토착공동체, 소수민족, 농부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영성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위협받는 삶

아마존의 삶은 아마존 주민의 기본 생존권에 대한 체계적인 침해, 즉 환경파괴와 착취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특히 토착민족의 토지소유권, 자기결정권, 토지경계확정권, 협의권, 사전동의권 등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시노드의 의견수렴과정을 보면, 아마존 주민들은 현대 사회의 주도세력, 특히 광업회사들의 경제적,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위험에 내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후의 변화와 인간 개입의 증가세는(삼림 벌채, 화재, 토지의 사용 변화 등) 삼림파괴, 현지주민의 강제이주, 환경오염과 같이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고 지역사회에 압력을 가하면서 아마존에 돌이킬 수 없는 나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대지와 가난한 이들이 울부짖다

두 번째로, 이 의안집은 전체 생태계와 관련된 이슈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교시노드 사무총장이 보고한 바와 같이, 아마존은 오늘날 상처입고 변형된 아름다움이자 고통과 폭력에 신음하는장소이다폭력과 혼란과 부패가 만연해 있다. 이 지역은 분쟁의 땅이 되었고, 민족과 문화와 세대를 말살하는 장소가 되었다.

자신이 살던 땅에서 떠날 것을 강요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종종 범죄 조직, 마약 밀거래, 인신매매(특히 여성들), 미성년 노동 착취, 또는 매춘 등에 연루된다. 이들은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극이며 복잡한 현실이다.

희망이 있는 대지, 그리고 좋은 삶

아마존 원주민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아마존 주민들이 수천년 동안 그들의 대지와 강과 숲을 보존하였기에 인류는 하느님이 창조하신 혜택을 오늘날까지 누릴 수 있었다. 새로운 복음화는 말씀의 씨앗을 품고 대대로 물려내려 온 지혜를 토대로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존 시노드는 아마존 주민들과 인류에게 희망의 표식이 될 것이다.

이웃들

또한 의안집은 고립된 원주민들의 상황을 분석한다. 교회 전문 연구기관의 분석에 의하면 110~130종류의 서로 다른 부족이 문명화된 사회의 테두리에서 생활하거나 사회와 간헐적으로 접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 부족들은 마약 밀거래, 대형 산업화 프로젝트, 그리고 광산업의 불법적인 활동에 취약하게 노출되어 있다. (1)

(1) Murray, Christiane, and Linda Bordoni. "Synod for the Amazon: 'Instrumentum Laboris? Released." Vatican News. Last modified June 17, 2019.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19-06/vatican-synod-bishops-amazon-instrumentum-labori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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