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키시스(Catechesis)

교회 안의 여성

MonteLuca12 2019. 6. 20. 15:54

 

제네바를 떠난다. 어떤 도시는 그곳에 와있다는 것 자체로 감격스러울 때가 있다. 국민학교 사회과목에서 주워들은 알량한 상식 때문이다. 레만호를 바라보며 우리학교 뒷마당과 닿아 있던 영랑호를 생각한다. 이 아름다운 도시가 종교개혁파들의 중심지, ‘개신교의 로마가 된 점이 못내 아쉽다. 그래도 경치가 주는 감탄의 강도는 자꾸만 높아간다. 놀라움에 크게 확장된 동공 앞에 눈송이의 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몽블랑 정상을 바라보며 마시는 찻잔 위에 남쪽으로 내려갈 미끄러운 길의 영상이 떠오른다. 걱정의 대가가 엄청나다. 열린 것 모두가 확 터진다. 내 가슴은 조금 전 지나온 정상까지 두둥실 떠올랐다가, 하늘을 수놓던 불꽃놀이 섬광처럼 산 전체에 가득 퍼지고 나서, 옥빛 지중해 위로 떨어진다.

 

이번 겨울방학은 동해안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야 한다. 집에 내려와 있는 일주일을 배 채우기와 잠보충으로 보내는 동안, 하늘은 쉬지 않고 눈을 쏟는다. 넉넉히 두시간이면 가던 강릉인데, 눈길에서 비척대던 버스가 두배의 시간을 잡아먹었다. 예를 갖추려 입은 검은색 정장 밑에, 내가 가진 최고급의 신발을 신었다. 얼굴 반쪽이 백반증으로 탈색된 구둣방 아저씨가 대신학교 입학기념으로 정성껏 무두질하신 검은 구두다. 물을 잔뜩 머금고 찔꺽거리던 양말이 딱딱하게 굳는다. 밑창과 갑피를 잇는 재봉선을 후비고 침투한 냉기가, 양말을 얼음으로 바꿔 발을 싸맨다. 낭패다. 정중과 예의를 담아, 찾아 뵙겠다는 편지를 일찌감치 보냈건만 신부님이 안 계신다. 아무 데서나 잘 줄 모르는 숙맥은 그 과정을 되짚어 돌아갔다. 철석같이 믿고 온 신부님의 언약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사흘동안 똑같은 여정을 되풀이한 신발은, 고마운 갖바치 아저씨가 만져 주셔야, 다시 신을 수 있을 만큼 엉망이 되었다.

 

소신학교의 방학은 엄마 품에서 살았다. 집이 곧 성당이니 본당신부님도 특별한 감시가 필요하지 않았다. 개학을 사나흘 앞두고 폭설이 시작됐다. 쌓인 눈의 키가 담을 넘더니, 오늘은 골목 안 작은 전봇대의 허리를 잘라버렸다. 시험을 앞두고 전쟁이라도 일어나길 바란 적이 있다. 바라면 이루어 지는 법이다. 차가 못 움직이는데 어떻게 가라는 말인가? 아버지는 헤엄치듯 눈길을 뚫어 우체국에 가셨다. 학교에 전보를 보내기 위해서다. 내가 나를 모르겠다. 개학을 앞둔 밤을 홀랑 새웠다. 치명의 순간을 경험한다. 세상을 다 잃은 절망감에 빠진다. 교장신부님의 어진 얼굴이 일정한 각도 없이 사방으로 퍼져,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전보치고 왔다는 아버지의 위로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한다. 하루를 더 보내고, 처음 출발하는 춘천행 버스표를 간신히 샀다. 다시 그 다음날 경춘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어머니가 추위에 움츠린 나를 꼭 안고 옆에 계신다.

 

이름이 비슷한 제노아에 도착해 聖衣성당을 들른 후 로마로 왔다. 성모설지전(聖母雪地殿) 성당 안이. 어감이 참 마음에 들지만 의미가 더 예쁘다. 부부의 염원이 삼복더위에 내린 눈의 계시에 따라 순결하신 동정성모께 봉헌되었다. 나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눈꽃송이 속에도 늘 하느님의 은총이 가득 담겨있었다. 배은망덕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랑의 은총이다. 우리 눈으로 보기에 하느님은, 한 여름에 하는 눈이야기처럼 엉뚱하시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至於永遠 (지어영원; 주님, 길이길이 그러하리이다. 시편 93, 5), 夷亭 朴詠茂(아오스딩) 作

가톨릭 여성과 여성단체, 여성 수도자들은 공의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가톨릭여성단체연합」은 공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한 최초의 단체였습니다이 청원은 많은 여성단체들이 공의회에 관한 청원을 앞다투어 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 여성들이 공의회의 전체적 흐름과 구성체계에 대해 가지고 있던 관심과 바람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공의회가 열리는 동안 그들은 로마로 가서 주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비가톨릭 참관인들을 만나고, 베드로대성당에서 봉헌되는 미사에 참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실제로 몇몇 주교님은 의도적으로 이 여성대표들과 상담을 하기도 했습니다이 여성대표들은 결과적으로 「현대세계의 사목헌장」(Gaudium et spes)을 만드는데 기여하게 됩니다. 이 헌장에 관한 주제를 논의하는 분과에 참여하면서 여러 개 章에 걸쳐 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입니다.
여성 수도자들도 평신도 참가자들 사이에 끼어 있었고 「수도생활의 쇄신 적응에 관한 교령」(Perfectae caritatis)을 제정하는데 기여했습니다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자기 집 손님숙소에 참가자들을 모신 것도 공의회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수녀회 장상들은 손님들을 국제적으로 묶는데 영향을 미쳤고, 수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는 주교님들과 대화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전례헌장」이 시행될 때 수녀원 성당에서 제일 먼저 예식이 거행된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수녀들이 그 분야에 관심이 많고 전례적으로 훈련된 교회구성원이라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공의회에서 여성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이었습니까?

36백만 가톨릭 여성을 대표하는 「가톨릭여성단체연합」은 1960년대에 공의회에 대해 첫 청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 청원서를 통해 공의회가 다루어야 할 가장 근본적인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여성의 인간적 존엄성을 재정의하는 것과, 가족과 사회와 교회 안에서의 여성의 위상에 관한 것들이 주로 담았습니다. 한편, 여성연합의 대표들은 여성의 이상화’(idealizing)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다른 한편으로는 여성해방의 개념을 남성의 역할과 같은 유형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다른 큰 관심사는 그리스도인의 가정생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제안의 범위는 자녀들의 수에 관한 것부터 견진성사를 받는 나이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었습니다.

공의회에서 가톨릭 여성들의 청원이 받아들여진 것과, 받아들여지지 못한 것은 무엇입니까?

1960년대에도 가톨릭 여성들은 맹목적으로 순종하지 않았습니다독일의 가톨릭교회는 전례개혁에 매우 만족했지만, 영국 가톨릭교회는 라틴어 미사가 유지되기를 원했습니다.
고해성사가 큰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피임과 고해하기 난처한 내용이 문제가 됐는데, 이 점은 국제적으로 토론된 사항이었습니다많은 가톨릭 부부들은 인공 피임법이 허용되는 방식으로 「현대세계의 사목헌장」을 해석했습니다. 1968년 교황회칙 「인간생명」(Humanae vitae)이 공포되었을 때, 그 해석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여성을 사제 양성교육에 참여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이들이 사제들의 사목활동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최근 몇 년 동안 주교님들에 의해, 이에 관한 필요성이 꾸준히 증가되고 있습니다. 자주 언급되는 또 다른 요청은 여성 부제에 관한 것입니다. 교황님이 최근에 이에 관한 성명을 발표한 이후에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요청입니다수에넨스(Suenens) 추기경은 공의회의 결정이 완전히 이행되는데 100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아직 절반 밖에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들의 요청사항 중 몇 개는 머지않은 장래에 성취될 것이라고 추기경은 말합니다.(1)

(1) Sailer, Gudrun. "Women at Vatican II: Surprising Women, a Surprising Council!" Vatican News. Last modified June 18, 2019.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19-06/second-vatican-council-women-regina-heyd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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