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키시스(Catechesis)

천주경

MonteLuca12 2019. 6. 8. 08:46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여름 아침이면, 내 가슴 속에 일렁이는 아주 특별한 물결이 있다. 어려서는 비가 오는 날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다. 오 예수님, 오 예수님 나의 사랑하올 예수님!” 우리는 9일 동안 미사 끝에 이 노래를 부르며 방학을 준비했다. 시험을 치르는 괴로움은, 집에 간다는 희망으로 가득 메워진 이 가락 속에 잠시 몸을 숨긴다. 이 노래의 악보는 늘 엄마의 얼굴로 채워져 있어, 가사에 담긴 뜻을 볼 틈이 없었다. 아홉 번만 꼽으면 될 손가락을 백 번도 더 헤아린다.

 

과자 부스러기조차도 구경할 수 없는 우리에게, 끼니는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이었다. 마지막으로 , 예수를 부르던 날 점심만 그 중요한 식사의 의미가 사라진다. 내게만 남은 기억일까? 짐을 꾸려 나서는 마당 곳곳엔 어김없이 작고 얕은 물웅덩이가 생겨났다. 장맛비처럼 거칠지 않게, 봄에 맛보는 보슬비 보다는 조금 굵게 떨어지며, 살에 닿는 빗방울의 감촉이 매우 상쾌하다. 평소에는 피해 다니던, 물고인 흙그릇의 깊이를, 집에 갈 때 신으려 아껴 두었던 새 신발로 확인한다. 저 바깥에 사는 아이들이 이런 기분을 알 수 있을까? 얘들아, 우리는 오늘 엄마의 품으로 돌아간단다.”

 

멀고도 먼 곳, 고향집을 향하는 마음이 가시덩굴 같은 시험의 장애를, 천하장사 씨름하듯 이겨내고, 보따리 싸기에 익숙하지 않은 작은 손은 민들레 홀씨처럼 가볍다. 소재가 부실한 가방의 배가 터질 것 같아, 시퍼런 보자기를 꺼내 펼친다. 어머니가 누벼 주신 이불을 쌌던 것이다. 가득찬 건 짐을 품고 있는 보따리 만이 아니다. 두근대던 가슴이 설렘으로 잔뜩 부풀어 올랐을 때, 머리에 올려진 교모는 五旬의 희망으로 들썩인다. 여기저기 틈새마다 끼워진 책들은, 방학이 끝나면 자리만 바뀐 짐 속에 들어앉아, 다시 돌아올 걸 뻔히 알면서, 나를 따라 교문을 나선다.

 

우리가 아흐레동안 바쳤던 기도 속의 고향은 신학교였다. 우리가 흠숭하는 그분,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께서 만드신 세미나리움’(Seminarium), 그곳은 하느님께서 농사지으려 준비하신 못자리이다. “오 예수님, 오 예수님, 나의 사랑하올 예수님! 내 당신을 온전히 사랑하리이다. 주님으로부터, ‘못자리'로부터 결코 떠나지 않으리이다. 사랑 지극하신 예수님, 우리를 보살피고 보호해 주소서.언제나 다시 돌아가야 할 곳은 그분의 품이다. 어렵게 간직해둔 가사 원본을 여기에 새겨 두고 싶다.

 

O Jesu, O Jesu, mi dilecte, amabo te perfecte a tenus quam abero ab hoc seminario. Protege nos intuere, O Jesu dilectissime.

 

스물 한 번에 걸친 「주님의 기도」 공부가 여기서 마무리된다. 여덟 개는 미리 꼽아 두었다. 아홉 번째 손가락을 접으며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못자리의 방학을 추억한다. 예나 지금이나 방학은 즐겁다. 방학동안 몽당연필의 심이 마저 닳아 없어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악에서 구하소서 (3)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기도」는 마치 우리 각자 안에서 완성되기를 바라는 교향곡과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악의 세력이 우리를 지배하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압니다. 동시에, 예수님께서 악마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고 우리 편이 되시어 우리를 도와주시는지를 경험했습니다.

예수님의 기도는 가장 소중한 유전자를 우리에게 심어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죄악으로부터 회심시키기 위해 싸우시면서 우리를 해방시키신 하느님 아들의 현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 전 대립의 상황에서, 베드로에게 칼을 칼집에 도로 꽂으라고 타이르셨고, 회개한 죄수에게 천국을 약속하셨으며, 벌어지고 있는 비극을 깨닫지 못한 채, 당신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에게 평화의 말씀을 전하십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십자가 위에서 베푸신 예수님의 용서가 평화의 원천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십자가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부활하신 분의 선물로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첫 인사가 평화가 너희와 함께!”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 평화는 우리의 영혼과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삶에 내려 주신 것입니다. 주님께서 평화를 주시고, 우리를 용서해 주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악에 떨어지지 않도록 구해주시기를 청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며, 그 희망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주시는 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여기,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시고 악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십니다. (「주님의 기도」 교리교육의 마지막) (1)(2)

(1)Vatican News, "Pope Francis General Audience of 1 May 2019," Vatican News, last modified May 1, 2019, https://www.vaticannews.va/en/pope-francis/papal-audience/2019-05/pope-francis-general-audience-1-may-2019.html.

 

(2)Virginia Forrester, "Holy Father Addresses 'Our Father' at General Audience (Full Text)," Zenit, last modified May 1, 2019, https://zenit.org/articles/holy-father-addresses-our-father-at-general-audience-full-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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