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뵙는 것은 교구장님께 인사 드리고 난 다음 며칠 뿐이다. 여름방학엔 교구 신학생이 단체로 MT를 한다.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하는 식구들의 우애를 깊게 하려는 조치다. 나는 방학 때마다 시골 공소로 파견명령을 받았다. 거기서 거기지만 깡시골에서 살아보지 않은 나는 한달 남짓 오지생활에서 참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 산골 아이들의 여름 간식은 옥수수가 전부다. 그 아이들에게 감자는 간식이 아니고 생명부지를 위한 귀한 먹거리다. 나는 '잿변소'를 경험한 흔치 않은 사람이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대단히 위생적이다. 그곳은 아이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특히 옥수수 알갱이는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재와 함께 밭으로 간다. 바닷가 꼬마들의 주전부리는 내게 퍽 익숙하다. '도루묵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