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소중한 선물

MonteLuca12 2019. 4. 25. 00:39

 

산벚꽃이 '봄천지'를 수놓았다. '다소곳'의 전형 같은 이 꽃을 언제부터 내가 보았는지 알아내지 못한다. 남한강을 따라 동쪽으로 가는 길이 기억에 밟힌다. 윤중로의 벚꽃이 밉다는 생각은 안 했다. 눈곱만큼이라도 그런 마음이 있다면 그건 사람들이 벌떼같이 몰려드니 지가 엄청나게 예쁜 줄 알고 교만해졌나 싶은 나만의 의심이다.

 

하느님이 주신 새 옷을 입고 산들의 허리춤이 푸르러 갈 무렵에야 산벚꽃은 모습을 드러낸다. 걔네 가슴에 예쁜 '부로치'를 붙인다. 이름표 옆에 '콧물수건'도 끼워준다. 단추를 달아주고 머리핀을 꽂는다. 희뿌연 도시의 가스실을 벗어나야 만날 수 있으니 일년에 몇번 볼 기회도 없다. 걔네 팔에 힘이 붙으면 눈 깜짝할 사이에 그 야리야리한 꽃잎을 다 따먹고 시침 뚝 뗄 것이다. 며칠 남지 않았다. '산벚꽃'은 영원한 엑스트라, 조연의 대명사다.

 

벌써 세번째 용서에 대한 교황님의 교리교육을 본다. 「주님의 기도」 세번째 부분이다. '교회 안의 독불장군'은 누굴 두고 하시는 말씀인지 마음에 자꾸 걸린다. 생각나는 사람이 몇명 있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는 '나'일 것도 같다. 본디 받은 소명이 산벚꽃 처럼 '조연'인데 늘 주연을 꿈꾸고 살았다. 돌아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듯이'

일반알현자들을 대상으로  이번주 교리교육(catechesis)에서 교황은 「주님의 기도」 중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듯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대한 내용을 마무리했다.
교황은 성베드로 광장에 있는 알현객들에게 우리가 가진 모든 것, 심지어 우리의 존재조차도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말씀으로 이번주 교리교육을 시작했다.
"우리의 생명은 하느님께서 의지를 가지고 주셨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교황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께 빚을 졌기 때문에 우리 교회 안에는 '독불장군'이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기도할 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죄에 떨어졌을 때 우리를 용서하시는 하느님께 모든 것을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용서를 베푸십시오
교황은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라는 청원기도의 두 번째 부분을 의도적으로 추가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하느님께로부터 용서받는 것과,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우리가 용서하는 것'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시려는 것이다.
"하느님과 우리와는 수직적인 자비의 관계로 맺어져 있습니다. 이 관계에 금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우리 형제자매들과의 수평적인 관계를 일신해야 하는 알림인 것입니다."
그는 하느님께서는 용서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죄를 언제나 기꺼이 용서해 주시고 다시 당신 품으로 돌아오기를 원하신다는 점을 강조했다.

용서함으로써 용서받는다
그러나 교황은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이 우리에게 언제나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많은 은총을 받은 사람은 자기 것을 뒤춤에 감춰 두지 말고 자기가 받은만큼 주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일러준다.
교황은 임종하는 여성에게 고해성사를 주었던 어느 신부의 일화를 들려주었다그 신부가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죄를 뉘우치는지 묻자 그녀는 회개한다고 대답했다. 신부가 다시 당신에게 잘못한 이들을 용서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죽음을 앞둔 그녀는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신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당신이 용서하지 않으면, 하느님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기 힘들다면 주님께 용서할 수 있는 은총을 간절하게 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교황은 말한다.

용서가 악의 확산을 막습니다
예수님은 인간관계에 용서의 힘을 불어넣으심으로써 세상 정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신다고 말한다.
"인생사에 있어서 정의를 가지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특히 악마를 막아 내려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사랑해야 합니다. 그래야 필요한 은총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악마는 복수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막지 않으면 악의 위험이 퍼져서 온 세상을 질식시키게 될 것입니다."
교황은 이 부활 주간이 우리가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인 용서를 다른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가르쳐주면서 교리교육을 마무리했다.

출처: Vatican News, 24 April 2019, 13:27, By Devin Watkins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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