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천사들의 월요일

MonteLuca12 2019. 4. 23. 06:28

 

부활 지나 두번째 맞는 아침이다. 인고의 계절 끝자락에 내 마음은 엠마오로 향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던 제자들을 흉내낸다. 눈을 뜨며 무의식적으로 짧은 기도를 읊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떠오른 기억이다.

 

“Benedicamus Domino!” 그것은 내가 탯줄 떼고 116개월만에 처음 들은 기상 나팔이다. 이른 새벽, 엄청나게 넓은 침실을 온통 뒤덮고도 남았던 이 기도의 계송(啓誦)은 우리 '침실장' 형님의 우렁찬 목소리에 실려 있었다. 같이 늙는다는 말이 이래서 생긴 것일까? 그때 고3 형님은 삼촌같았다. 어린 동생들 보살피러 중간중간 끼어 있던 삼촌들과 함께 살던 8호 침실은 80명을 수용하는 집단 숙소였다.

 

신학생이 되었다고 어제의 오줌싸개가 늘 해오던 짓을 하루아침에 그만둘 리 없다. 엄마생각에 울다가, 아니면 화장실 가기가 무서워 안 하던 짓도 따라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철제 스프링 침대가 우리 키엔 높기도 했지만, 워낙 좁은 탓에 이불이 자꾸 흘러내리는 것이 조무래기들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친형제'가 되어갔다.

 

부활대축일 주보에서 먼저 간 동창 신부님의 기일을 확인했다. 벌써 두 해가 흘렀다.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이 8호 침실이면 좋겠다. "친구야, 거기서 큰 소리로 응송(誦)을 외치며 기상나팔에 화답하자."

 

“Benedicamus Domino!” – “주님을 찬미합시다!”

“Deo Gtatias!” – “천주께 감사!”

교황의 부활삼종기도

월요일 부활삼종기도에서 교황은 마태오 복음의 내용 중 여인들이 빈 무덤에서 예수님을 뵙게 되는 대목을 언급했다.

어제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했습니다. 이번 주 동안 부활 주일의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파스카성야미사에서 천사들이 빈 무덤에서 한 말이 울려 퍼졌습니다. 안식일 바로 다음 날 새벽에 무덤을 방문한 여인들에게 천사들은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 라고 말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이를 통해 죄와 죽음을 넘어선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주었고, 영원한 생명을 바라는 사람들의 희망에 굳건한 초석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자렛의 예수, 하느님께서 그 분을 일으켜 세우시고 죽음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오늘, 부활팔일축제월요일」은 이탈리아어로 '천사들의 월요일'이라고 합니다. 이날 마태오 복음은 예수님의 빈 무덤을 회상합니다. 환희와 경외에 가득 찬 여자들이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전하려 황급히 달리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여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여자들은 “다가가 엎드려 그분의 발을 붙잡고 절합니다”. 예수께서는 여인들의 마음 속의 공포를 걷어 내시고 그들이 가서 형제자매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리라고 독려하십니다. 모든 복음서가 마리아 막달레나와 다른 여자들이 부활을 최초로 증언한 사람들이라고 증언합니다. 남자들은 겁에 질려 다락방에 숨어 있었습니다. 베드로와 요한은 마리아 막달레나의 말을 듣고 나서야 황망히 나와서 빈 무덤을 확인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부활하신 분을 처음으로 뵙고 "살아 계신다"는 예수님의 소식을 전한 것은 여자들이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여자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 똑같이 들려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전하여라." 성삼일의 복음은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다시 체험하게 해 줍니다. 신앙의 눈으로 우리는 주님의 부활과 살아계심을 묵상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스스로 그 분의 뜻에 따라 그 분을 뵙고 그 분의 소식을 전하는 증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예전의 부활송가를 오늘날에도 반복해서 부릅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이신 분께서 부활하셨네!” 그 분 안에서 우리 또한 부활하고,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고, 죄의 속박에서 벗어나 사랑의 자유를 얻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를 보듬는 부활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공포와 슬픔을 물리치는 영광의 빛에 스스로를 맡겨야 합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바로 우리 옆에 계십니다. 그 분께서는 당신을 부르고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모든 기도 뿐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믿음과 감사의 기쁨에도 그분은 계십니다. 우리가 호의와, 포용과, 우정을 남들과 공유하고, 심지어 자연을 바라볼 때에도, 매 순간 우리는 그 분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축제의 날에도, 예전부터 자유롭게 쉬던 이 부활절에도, 우리는 예수님의 존재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성모님께 평화의 선물과 부활하신 분의 평안을 우리 형제자매들, 특히 위로와 희망이 필요한 이들과 나눌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출처: Vatican News, 22 April 2019, 10:46, By Vatican News / 번역 장주영

게시글 목록 보기

https://monteluca12.tistory.com

'본조르노 파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중한 선물  (0) 2019.04.25
교황님의 관심사  (0) 2019.04.24
부활장엄강복  (0) 2019.04.22
어디로 갈 것인가?  (0) 2019.04.21
세상의 모든 십자가  (0) 2019.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