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산책하는 코스를 바꾸면 새로운 맛을 느끼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다시 그 길로 돌아온다. 딱히 짚어 내기는 어렵지만 추억하고 싶은 것에 끌린 것이다. 많이 정들었던 녀석이 떠난 지 벌써 5년이다. 내 산책 길에 늘 함께했던 그 놈과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나누고 살았다. 내가 기도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다. 루크의 기일에 연도를 바치면 안될까?
운동으로 하는 산책이 덤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가끔 딴짓 하다가 어디까지 했는지 헷갈릴 때가 있는 것이 묵주기도다. 한 알이라도 빼먹으면 찜찜하다. 결국 넉넉히 뒤로 돌아가서 계속한다. 50번을 채워야 기도가 된다는 것은 교회법이 정했을까, 예식서에 나오는 규정일까? 많이 건성으로, 거의 습관적으로 하는 기도지만 문만 나서면 묵주를 쥐게 된다.
여기저기 뒤적이는 시간을 적잖이 잡아먹던 성무일도가 컵라면 먹듯 쉬워졌다. 불을 켜지 않아도 되고, 아무 데서나 할 수도 있다. 심지어 누워서도 가능하다. 미사 전에 끝내려 ‘과속기도’를 한 적도 있고 화장실에 앉아서 떼우는 경우가 늘었다. 스마트 세상이 가져온, 상상도 못했던 편리함이지만, 왠지 ‘의무방어전’ 같아 편치 않다.
새들에게 설교하신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형제나 자매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떠올린다. 연도 바치는 것에 대한 ‘교의위배’(contra dogma)의 염려가 가벼워진다. 기도하는 죄는 없지 싶다.
교황님은 복음이 그저 신성하고 멋진 책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그것은 세계만방에 선포되어야 할 생명의 말씀이다.
성경은 하느님의 숨결을 세상에 불어넣습니다
금요일에 교황은 창립50주년을 맞은 가톨릭성서연합 (Catholic Biblical Federation)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경은 공부해야 할 신성한 책을 멋지게 모아 놓은 것이 아니고 만방에 선포되어야 할 말씀이라고 말했다.
가톨릭성서연합은 50년에 걸친 활동의 성과를 결산하기 위해 이번 주에 ‘성서사목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의 주제는 ‘말씀과 삶’, ‘성경적인 삶의 활기’, ‘교회의 사목적 활동’ 등 세가지이다.
교황이 금요일 교황청 「클레멘타인홀」에 모인 사람들에게 한 연설은 이번 대회의 세가지 주제 중 ‘말씀과 삶’에 관한 것이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다
교황은 그들에게 말한다."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습니다. 죽지 않고 나이 들지도 않으며 영원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생명을 주시는 성령께서는 말씀을 통해 일하시는 분입니다. 말씀은 하느님의 숨결을 세상에 불어넣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주님의 온정으로 채워 주십니다. 모든 학문적 성과와 출간된 책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이용되는 수단입니다.”
생명의 씨앗인 말씀
교황은 성경이 공부해야 할 신성한 책을 멋지게 모아 놓은 것이 아니고 사람들에게 심어야 할 생명의 말씀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말씀은 교회 안에서 생명을 불어넣는 것으로 이를 대체할 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설교가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됩니다. 설교는 수사학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며 현명한 사람들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그것은 성령과 하느님의 말씀에 感導되어 하느님의 따뜻한 마음과 기름부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교황은 하느님 백성의 모든 구성원들이 성서에 대하여 더 큰 애착을 가지는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표명했다. 이로써 우리와 예수님과의 관계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음은 신자들 각자가 말씀을 선포하기 위해 자신을 포기함으로써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복음은 이렇게 날카로운 칼처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생각과 느낌을 분별하여 진리의 빛을 밝히고 상처를 치유한다고 교황은 말한다.
복음과 교회
교황은 복음을 듣고 사는 교회는 결코 자신의 보위에만 만족하지 않고 미처 깨닫지 못한 성령의 새로움을 따르게 된다고 말한다.
교황은 또한 말씀으로 살아가고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느님의 말씀은 폐쇄적이고 자기방어에 집착하는 병을 예방하는 최고의 약이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과 삶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성경이 도서관에 남아 있어서는 안되고 기다리고 있는 세계만방의 사람들에게 복음이 선포되기를 기도했다.
출처: Vatican News, 26 April 2019, 13:29,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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