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을 뵙는 것은 교구장님께 인사 드리고 난 다음 며칠 뿐이다. 여름방학엔 교구 신학생이 단체로 MT를 한다.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아야 하는 식구들의 우애를 깊게 하려는 조치다. 나는 방학 때마다 시골 공소로 파견명령을 받았다. 거기서 거기지만 깡시골에서 살아보지 않은 나는 한달 남짓 오지생활에서 참 많은 것을 보고 들었다.
산골 아이들의 여름 간식은 옥수수가 전부다. 그 아이들에게 감자는 간식이 아니고 생명부지를 위한 귀한 먹거리다. 나는 '잿변소'를 경험한 흔치 않은 사람이다. 거짓말처럼 들리겠지만 대단히 위생적이다. 그곳은 아이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히 알려준다. 특히 옥수수 알갱이는 거의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재와 함께 밭으로 간다.
바닷가 꼬마들의 주전부리는 내게 퍽 익숙하다. '도루묵 알', 그건 겨울 간식이다. 옥수수 보다 훨씬 오래된 어릴 적 기억이다. 255미리 타이어만큼 큰 '고무 대야' 속에서 동전 한 닢에 팔리기를 기다리는 알뭉치가 어른들 주먹크기만 했다. 도루묵이 얕은 바다 해초에 산란한 것을 해녀들이 따온 것이다. 맛보다 색깔이 참 예쁘다. 뱃속에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홍자색과 황록색이 주종이지만 여러 색깔이 섞인 놈도 많다. 진초록과 황갈색, 연자색과 진노랑, 코코아와 대추색도 있다. 하느님도 참, 이런 데다 물감을 낭비하셨다.
오늘은 교황님께서 청각장애인들과 만나셨다. 멀쩡하게 잘 들을 수 있어도 귀를 막아버리면 '말짱 도루묵'이다.
하느님의 음성이 들리십니까?
청각장애인들을 초청한 교황
교황은 「이탈리아 청각장애인 협회」 회원들을 알현하는 자리에서 포용의 필요성과 만남의 문화를 강조했다. 「이탈리아 청각장애인 협회」는 1920년에 설립되었다. 설립 취지문에 따르면 청각과 언어장애인들이 격리되고 소외되며, 모욕을 당하는 상황에 맞서기 위해 결성된 단체다.
포용과 삶의 질
교황은 목요일 교황청에서 회원들을 만나 이 협회가 이제는 낭비문화에 대항하는 운동에 동참해 줄 것과 모든 환경에서 폭넓은 화합을 이루는 데 힘이 되어 달라고 당부하면서 그들의 역할이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교황은 이런 일을 통해 청각장애인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고, 정신적인 장애를 포함한 모든 차원의 장애에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장애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함을 품고서
수화로 동시에 통역되는 가운데 교황은 청각장애인들이 어쩔 수 없이 취약한 조건에 놓여있음을 늘 체험하게 된다는 것을 인정했다. “다른 많은 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종종 편견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라고 교황은 힘주어 말했다. 우리의 한계와 약점을 받아들일 때, 만연한 무관심을 넘어서서 ‘만남의 문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청각장애인들로부터 배운다고 이야기한다.
하느님의 음성 듣기
하느님의 현존은 귀가 아니라 신앙으로 감지할 수 있다고 교황은 말했다. “하느님의 음성은 각 사람의 마음에 울려 퍼지고, 누구나 그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교황은 참석자들이 하느님의 음성을 잘 듣지 않는 사람들이 더욱 주의를 기울여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교황은 전세계의 청각장애인들, 특히 소외되고 빈곤한 상태에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를 바쳤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 사회에 특별한 공헌을 하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예언자적 안목을 가진 여러분들이 나눔과 포용의 여정에 함께 하면서, 따뜻하고 친교하는 사회를 만드는 혁명적 사업의 협력자가 되어 주시기를 위해 기도합니다.”
출처: Vatican News, 25 April 2019, 13:47,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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