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번씩은 ‘안개고동’이 내 귓전을 찾아온다. 엄마가 빚은 만두를 입에 넣었을 때 처음 혀끝에 닿던 맛의 기억처럼, 어린 가슴을 몸서리치게 하던 갑갑증이 내 머리 속 어딘가 살아 남아 있다. 철부지 어린아이가 밤새 뒤척이다 새벽을 맞게 한 것은 등대가 내지르는 애달픈 절규였고, 등대가 그토록 섧게 운 것은 천지를 뒤덮은 바다안개 때문이었다. 소년의 머릿속을 짓누르던 그날의 상념들은 그의 인생을 줄기차게 따라가며 한번에 하나씩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크레바스를 사이에 두고 양편에 서있는 사람들처럼 ‘지척에 있는 멀고 먼 마음’을 수도 없이 본다. 한 서까래 밑에 사는 수천의 동거인들은 층간 구조물로 인해 끊긴 인연들이다. 인터넷이라는 또 하나의 우주는 이 세상 인구를 몽땅 끌어들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탕 놀아날 가면무도회를 기획하고 있다. 소년이 나이 지긋이 들자 풀어놓은 보따리는 세상이 변했으니 꿈깨라는 조롱이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도 소용없다는 비아냥이다.
악몽을 꾸었다. 무서운 꿈 속에서 등대의 외침을 들었다. 파도가 부딪쳐 신령한 거문고 소리를 낸다는 바위산 '영금정'. 그 신묘한 동산의 봉우리에 서 있는 등대다. 필시 무엇인가 위험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두터운 해무를 뚫고 길을 찾아 오라고… 성모님의 달 코앞에서 엄마의 마음을 본다. 어지신 어머니께 전구를 빌며 우리 삶의 등대가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자.
부활장엄강복에서 전세계의 고통을 아파하시는 교황님을 보았다. 그 분은 실질적인 방법으로 그 고통을 어루만지신다. 악몽에서 들은 등대의 메시지를 곱씹어 본다.
미국 국경의 이민자들에게 원조금을 전달한 교황
멕시코에 있는 수많은 중앙아메리카 이민자들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
교황은 멕시코에서 발이 묶인 이주민들을 돕기 위해 50만 달러의 원조금을 보냈다. 이 지원금은 「베드로성금」(주1)에서 나온 것으로 16개의 멕시코 가톨릭의 교구와 수도단체가 추진하는 27개의 구호사업에 배분될 예정이다. 이들은 이민자들에게 식량, 숙박 및 기초생활필수품을 제공하기 위한 원조금 지원을 계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미국 국경 폐쇄
「베드로성금」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최근 몇달 동안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에서 출발한 수천명의 이주민들이 4,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임시변통한 차를 타거나 걸어서 멕시코에 도착했다. 이들은 빈곤과 폭력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살기를 원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이들도 있다. 그러나 미국 국경은 여전히 폐쇄되어 있다.
줄어든 원조와 언론보도
특히 이 원조금은 2018년 멕시코에 도착한 7만5천명이 넘는 사람들로 구성된 여섯 개의 이민자 ‘캐러밴’(주2)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이 사람들 모두가 집이나 생계수단이 없는 상태로 발이 묶였고 미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되었다. 성명서는 이곳의 구호활동을 알려준다. "가톨릭 교회의 교구나 수도단체들이 자기들 관내의 호텔에 수천명의 이민자들이 숙박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그들에게 주택에서 옷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생활필수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베드로성금」은 성명에서, 초기에는 ‘캐러밴’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지만 이와 같은 비상사태에 대한 언론보도가 줄어들게 되자 정부 또는 개인 차원의 지원도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원조금의 투명한 사용
「베드로성금」은 원조금이 할당되기 전 단계부터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고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13개의 구호사업이 이미 승인되었으며 현재 14개의 사업이 승인평가를 받는 중이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이 성명서는 멕시코의 주교들이 구호사업과 ‘크리스천자선단체연맹’의 도움에 힘입어 이주민 형제자매들을 계속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이 구호사업에 기부하려면 다음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http://www.peterspence.va/en/dona.html
출처: Vatican News, 27 April 2019, 12:19, 번역 장주영
[주1] 베드로 성금은 가톨릭 전례력에 따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사도 대축일에 접하거나 포함된 주간인 교황주일에 국제적으로 거두어 로마 교황청으로 보내지는 특별헌금이다. (출처: 위키백과)
[주2] ‘캐러밴(caravan)’은 원래 사막에서 무리를 지어 이동하던 상인들, 또는 순례자들의 무리를 가리키는 말이나, 여기서는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에서 범죄와 가난을 피해 길을 나선 사람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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