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가 무릎을 꿇고 눈물로 기도하던 생각이 난다. 심장마비란 단어가 어린 가슴에 박아 놓은 대못이 아직 남아있다. 배달의 대명사 오토바이의 전신인 큰 자전거가 우리집 마당에 가끔 정차하는 것은 세상 착한 우리 아버지 대자 때문이었다.
영세자가 넘쳐났다. 구호물자의 상징 밀가루에 이끌려 온 사람들, 연애질이나 할까 싶어 기웃거리는 더벅머리 총각들... 성소가 소나기처럼 쏟아지던 때였다. 남자의 반은 우리 아버지 대자고, 여자의 칠할은 우리집의 딸이 되었다. 둘째 누나에게 눈독들이다 아버지께 된통 혼나고 집에 돌아가 칼로 손등을 찍은 정열의 사나이는 내 가정교사였다. 배달 자전거 형은 무언가 달랐다. 배운 것이 없지만 초등학생인 내가 봐도 참 진실한 사람이다. 그 형이 싣고 다니던 것이 간장이었나? 그 기억은 가물거린다.
요즘엔 흔치 않은 전통상례를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상주는 멀쩡히 서있다가도 문상객만 눈에 띄면 곡을 한다. “아이고, 아이고…” 틀에 박혔다. 누가 왔나 궁금한지 슬금슬금 곁눈질도 한다. 생각해 보니 우리가 바치던 만과도 그랬다. 끔찍하게 긴 「성인열품도문」의 응송은 “우리를 위하여 빌으소서.”이다. 어디 한두번이라야지, 수십번을 반복하다 보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말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께서 대자 형의 등에 업혀 병원에 실려가신 후 작은 누나 둘과 간절하게 바친 기도는 “예수 마리아 성모머니, 우리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그 뿐이었다. 아버지는 그 대자 아들 덕분에 목숨을 건지셨다. 어린 남매의 기도를 그분이 버리지 않으셨다.
나이 먹으니 서성대는 곳이 병원 근처다. 이병원 저병원 찾아다니는 것이 일이다. 오늘 수술받는 동창신부님을 위해 기도한다. “예수 마리아 성모머니…”
처음엔 망설였다. 끝까지 옮기고 보니 교황님을 통해 들은 주님의 말씀이 가슴을 찌른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기교적 표현도 눈에 띈다. 'Hairstylists'에서 따온 '스타일'이다.
'그리스도인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공동선에 기여하는 것
월요일 교황은 이발사들의 주보성인 성 마르티노 데 포레스 (St. Martin de Porres) 축일에 이탈리아 이용사, 미용사들의 단체 대표자들과 만나 그들의 직업이 '그리스도인의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며 사회 안에서 공동선에 기여하라고 격려했다.
성 마르티노 데 포레스를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있는 이 협회의 회원들은 이탈리아의 전역에 걸쳐 230명 정도가 된다. 그들의 대표가 자기들의 휴무일인 월요일에 교황을 알현했는데 이날은 주보성인의 축일이었다.
교황은 로마에 있는 사도들의 무덤을 순례하고 베드로의 후계자를 만난 것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종교적인 차원에서 이 단체를 특징짓는 중요한 표징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은 주보성인의 덕분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페루 출신의 혼혈로 태어나신 성인은 도미니코수도회 재속3회원으로 입회하여 협력자와 수사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사랑의 정신에 따라 가장 겸손한 삶을 살기로 서약하고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성인께서는 평생 자기를 희생하여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헌신하셨는데, 약국에서 이발사 겸 외과의사(barber-surgeon)로 교육받은 경험을 가지고 환자들을 돌볼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관습으로는 의료를 담당하는 직업이 이발사였습니다.”
1579년 12월 9일 리마에서 태어난 마르티노 성인은 1639년 11월 3일에 선종했고 1962년 성요한23세에 의해 성인품에 올려졌다.
“교황 바오로6세께서 1966년에 여러분들의 주보성인으로 선포하신 마르티노 데 포레스 성인의 겸손하고 위대한 모습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치를 항구적으로 증거하고 있습니다. 성인께서 여러분들에게 바라시는 것은 여러분의 전문적 기술을 ‘그리스도인의 스타일’로 연마하여 고객들을 친절하고 정중하게 대하고 좋은 말로 격려해 주라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가게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잡담과 뒷담화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시기를 당부합니다.”
교황은 모든 이들이 각자 자신의 일터에서 언제나 정직하고 정의롭게 행동하는 것이 사회의 공동선에 기여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이들과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출처: Vatican News, 29 April 2019, 11:57, By Robin Gomes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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