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우리의 삶을 이끄시는 분

MonteLuca12 2019. 5. 1. 06:55

15년만에 다시 온 파티마는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그림과 사뭇 달랐다. 성모님이 발현하신 날인 매월 13일엔 광장에서 장엄미사가 봉헌된다. 파티마의 9월 저녁이 뜻밖에 쌀쌀했지만 순례객들의 열기만은 하나도 식지 않고 여전하다. 꾸르실료 세계 지역대표회의는 기본사상 개정안 의결이라는 중요한 의안을 놓고 대단히 빠듯한 이틀 간의 회의일정을 소화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발칸반도를 거쳐 여기까지 오느라 벌써 열흘 이상 자리를 비워 둔 터였다. 오늘밤 출발해야 내일 아침 리스본에서 일찍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갈 수 있다. 미리 이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것을 장엄미사 내내 후회하고 있었다. 이튿날 새벽 4, 프란치스코 마누엘 살바돌(Francisco Manuel Salvador) 세계본부 회장이 잠을 설친 나를 호텔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1시간 남짓 깜깜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회장의 중형세단 안에서 감동적인 체험담을 들었다. 엊저녁 고민을 깨끗하게 해결한 것보다 더 큰 수확이었다.

 

공군 조종사였던 회장은 카네이션혁명 당시 극비문서를 전달하라는 특명을 받고, 포르투갈 북부 포르토 인근의 공군기지를 발진하여 리스본을 향해 야간비행을 했다. 착륙이 다가왔을 때가 돼서야 유도등이 꺼진 암흑 속에 활주로가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달도 별도 구름 속에 숨어 천지를 분간 못하는 전투기는 날개 잃은 작은 새였다. 회장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뿐이었다. 우리가 부르는 성모 어머니처럼 그들은 “Our Lady”를 입에 달고 산다. 기도 끝에 눈 앞에 나타난 구원의 섬광, 한줄기 빛을 따라 젊은 조종사는 목숨을 건 착륙을 감행한다. 회장을 죽음에서 건져낸 것은 그가 평생동안 열렬히 공경해 온 성모님의 민첩한 전구였다. 공해문제로 대부분 철거된 공장의 굴뚝은 리스본의 부정적 상징이었다. 그 흉물에서 잠깐 뿜어져 나온 불꽃 한 송이가 그에게는 영원히 간직할 “Our Lady”의 가없는 사랑으로 남았다. 그 꽃은 사랑의 장미다.

 

거기서 만난 9월의 장미. 성모성월 5월과 9월이 그렇게 맞닿아 있나? 억지춘향, 실없는 소리다. 어머니의 마음은 하루도 변할 날이 없다. 그래도 오늘부터는 성모님의 달이다.

 

성령을 우리 삶의 주역으로 모시자

교황의 화요일 아침 강론 주제는 신자들의 삶 속에 성령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카사 산타 마르타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교황은 주님을 부활시키신 것과 똑같은 하느님의 권능으로 죄에 물든 우리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힘 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님은 우리에게 성령을 보내신 것이라고 일깨운다.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요한 3, 7)고 말씀하신 오늘 복음에 관한 묵상이다.
이 메시지를 주님의 부활과 연결시키면서 교황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사도들에게 처음 나타나셨을 때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시며 성령을 받아라"(요한 20, 22)고 하신 말씀을 상기시킨다.

성령은 우리의 힘이시다.

"성령은 우리의 힘입니다! 성령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올바르게 행동하고 옳은 일을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삶을 화려한 글씨로 써내려 갈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성령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그것이 우리 안에 성령께서 머무실 자리를 내드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의 삶과 영혼 속에는 괴사된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가 한계상황에서 벗어나고 죽음에서 살아날 수 있게 해 주실 수 있는 분은 성령 뿐이라고 교황은 말한다.
그리스도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삶도 성령께서 머무실 자리가 없고 성령의 인도를 따르지 않는다면 위장된 이교도인의 삶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이끌어 가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며 우리를 변화시키시고 우리가 죄를 이겨내도록 해 주십니다. 하늘에서부터 내려오신 예수님을 제외하고는 하늘로 올라간 사람이 없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이 부활하는 순간에 그리스도인들은 삶의 동반자로서 성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성령 없이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이어나 갈 수 없습니다.”

성령은 우리의 일상의 동반자이시다.

교황은 우리 매일의 삶의 동반자인 성령과 함께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의 삶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면서 성령은 하느님 아버지의 선물’, ‘예수님의 선물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성령과 동행하지 않고 함께 행동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분으로 성령을 모시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도록 주님께 청하라고 교황은 일러준다.
내 삶 안에서 성령은 어떤 위치에 계신 분인지 성찰합시다. 그리고 나를 이끌어 가시는 분은 성령이시다라는 메시지의 의미를 깨닫는 은총을 주님께 간구합시다.” 이 권고의 말로 교황의 강론은 끝을 맺었다.

출처: Vatican News, 30 April 2019, 13:04, By Linda Bordoni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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