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배타적 민족주의

MonteLuca12 2019. 5. 3. 07:39

인도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이를 직원으로 채용한 적이 있다. IT벤쳐붐이 일던 시절 나도 그 파도 속에 있었다. 소프트웨어산업이라는 것이 코딩기술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들여다보면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른 점이 많다. 지식산업으로 보이지만 생각보다는 단순한 기술기반의 노동집약산업이다. 성공하면 엄청나게 부가가치가 높지만 하루하루 쌓이는 것 없이 세월이 지나면 월급 식충이들만 남는다. 인본주의 정신과도 거리가 멀다. 실리콘밸리와의 16시간 시차는 여기서 낮에 작업한 것을, 거기서 새벽에 받을 수 있게 보내는 사업상 기묘한 이점을 제공했다. 그래도 프로그래머들은 밤과 낮이 바뀐 올빼미가 대부분이다.

 

수닐은 한국에서 직장을 가지기 위해 많은 것을 교육받고 온 사회 초년병이었다. 40대 젊은 사장인 내 앞에서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실 때도 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우리 관습에 따라 갖췄다. 더 중요한 것은 전공지식과 영어에 탁월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인도인과 사업하려면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 속을 알 수 없지만 정말로 진실한 청년 수닐은 더 이상 여기서 일할 수 없는 제도에 막혀 돌아가고 말았다내 권유를 받아들여 세례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온 것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미군 지프를 따라가며 양키, 김미 초콜릿!” 외치던 아이들이 많았다. 내가 그런 짓을 한번도 따라하지 않은 것은 우리 신부님 때문이라는 것을 부모님도 몰랐다. 그토록 나와 우리 가족을 사랑해 주시는 분의 곳곳에서 인종차별의 냄새를 맡았다. 신부님과 미군, 그들을 감히 이방인이라고 부를 사람이 있었던가? 머리 꼭대기에서 우리를 지배하는, 돈 많고 색깔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자기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신부님으로 인해 독한 마음을 먹은 소년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역설이다.

 

그 슬픈 과거는 입장이 바뀐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다. 신자들 앞에 드러난 교회의 민낯이 여기에 맥을 대고 있는지 모른다. 이율배반은 만들고 싶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교황님이 그토록 애닯게 말씀하시는 이주민들의 문제를 오늘은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자.

 

분쟁적 민족주의와 핵전쟁

교황은 목요일 외국인, 특히 이민자들에 대하여 공격적인 감정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공동선을 무시하고 커가는 민족주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국제협력, 상호 존중 및 UN의 지속가능한 발전목표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교황청 사회학술원회원 약50명과 함께한 자리에서 교황은, 최근에 일고 있는 핵무기 위협이 공동선의 증진을 저해하고 전쟁의 위험을 증가시키는데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교황은 배타적 민족주의의가 부각되는 분위기를 배경으로 "국민국가, 민족국가”(“Nation, State, Nation-State”)라는 주제로 5 1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교황청 사회학술원회원총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주민과 분쟁적 민족주의
교황은 이 문제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교회는 언제나 다른 민족의 다양한 문화, 관습, 습관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민족과 국가에 대한 사랑을 촉구해 왔습니다. 동시에, 장벽을 세우고 인종차별이나 반유대주의를 촉발하는 분쟁적인 민족주의로 흘러갈 때는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증오하는 결과를 낳는 쪽으로 빠지게 된다는 것을 경고했습니다.”
교황은 국가가 지배계층의 이익에 종속되는 사례가 너무나 흔하다고 지적한다. 주로 경제적 이익 때문에 자국 영토 내에 거주하는 언어 및 종교적 소수민족을 탄압한다는 것이다반대로 한 나라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와의 관계에 대한 비전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교황은 말한다자신의 땅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나 가족을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받아 줄 것을 촉구한다면서, 교황은받아들이고’, ‘보호하고’, ‘지위를 인정해주고’, ‘사회구성원으로 통합시키는네 가지 단어에 함축된 해결방안을 재차 주장했다.
이주민들은 그들을 받아주는 나라의 문화, 풍습 및 가치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주민들 또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가운데 그 나라에 동화되고 그곳을 풍요롭게 하는데 참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교황은 일깨운다.
교황은 이민이 인류 역사가 가진 영구적인 특징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든, 단체로든 끊이지 않는 이주의 물결이 모든 국가를 만들어 냈고, 이 과정에서 인류의 다양성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는 공통의 가치, 문화적 자원, 건강한 관습이 통합된 모습이라고 교황은 분석한다.
그는 "다른 국가나 국민에 대하여 자국민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부추기는 국가는 국가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없게 됩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자주의
교황은민족국가에 대해서는 주변국과 관련해서도, 자기들 내부적으로도 순수혈통이나 고립된 섬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에게 공동선을 제공할 수 없고 기후변화, 새로운 노예제도, 평화 등의 커다란 당면 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교황은 국가간의 공동번영은 새로운 민족주의에 대한 충동과 주도권 장악에 반대하는 다자주의의 재개발을 필요로 한다고 역설한다. (중략)
교황은 다국적기구는 보복, 지배, 억압, 갈등의 논리를 대화, 중재, 타협, 조화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며, ‘하나의 인류공동의 집으로서의 지구를 공유한다는 논리적 인식에서 창안되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형태의 이데올로기적 식민지화뿐만 아니라, 자신의 비전과 사상을 강요하는 권력과 이익집단의 주도권이 커지면서 관련국 국민들의 정체성, 관습과 습관, 존엄성과 감성을 무시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을 교황은 지적한다. 이러한 경향은 국제 정치에서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가장 취약한 국가의 가족구성원들을 점진적으로 소외시킴으로써 다자주의 체제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핵 위협
교황은 오늘날 다자간협상을 통해 핵군축을 논의하던 것이 시들해져서 더 이상 핵무기보유국가의 정치적 양심을 일깨우지 못한다고 통탄했다. 그는 최근 이 협상을 중단함으로써 전쟁의 위험이 증가되어 핵전쟁을 걱정하는 새로운 시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교황은 공격용이든, 방어용이든 핵무기가 지구와 우주에 배치된다면,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대량살상핵무기의 위험을 낮추기는 커녕 계속 높여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은교황청 사회학술원회원들에게 인간의 존엄성, 공동선, 지구의 보존 및 평화라는 최고의 선과 관련하여 새로운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도록 촉구했다.

출처: Vatican News, 02 May 2019, 16:28, By Robin Gomes / 번역 장주영

[역자주] '민족국가'나 '국민국가'는 다 같은 의미를 띄지만 엄밀하게는 조금 다르다. 국민국가는 국가를 기반으로 민족을 재정의하는 것이고 민족국가는 민족공동체를 기반으로 국가를 재정의하는 것으로 전자는 서구제국주의 체제이고 후자는 반식민지 저항민족주의체제이다.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면 대한민국은 민족국가이다 순수하게(?) 배달민족을 기반으로 하여 민족자결권 이념 하에 구축된 국가다. 그에 반하여 프랑스는 프랑스혁명 이후 프랑스 영내에 있는 인민들을 프랑스민족으로 정의하였다. (출처: 송호근, 시민의 탄생: 조선의 근대와 공론장의 지각 변동,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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