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만남, 평화, 사명

MonteLuca12 2019. 5. 5. 08:12

서울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두 번 밖에 없다. 시간 전에 학교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새벽 420분 차를 타야 했다. 20분만 걸으면 어디서도 터미널에 도착할 만큼 작은 도시가, 통행금지시간을 배려해서 정한 운행시간표다. 미시령과 한계령은 군사전용 도로였다. 내 생각엔 진부령의 경사가 그나마 완만하여 차들이 그리 다니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일반 차량이 이용할 수 있게 그 두 길의 공사가 마무리된 것은 꽤 나중 일이다. 엄마 품을 떠나 생긴 뻐근한 가슴통증은 동이 틀 무렵, 영 넘어 원통에 와서야 조금 풀린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다시는 가기 싫은 지저분한 변소를 다녀와야 했기 때문이다. 진부령 단일로에서 교대로 오가도록 차를 막던 군인들의 무전기 소리가, 까마득한 절벽 밑으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공포와 겹쳐 잠시 엄마를 잊은 적도 있다. 그리고 하루를 달려 남산에 해가 걸릴 무렵에야 망우리고개를 넘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인가? 왜 가고 있나?” 다시 미어지기 시작한 가슴 때문에 눈을 감고 생각에 빠진다. 울기는 싫었다. 돌아가고 싶다. 살을 파는 얼음물로 양말 빠는 것이 싫고, 벌레 시체 떠다니는 멀건 된장국도 안 먹고 싶다.

 

중학교 입학시험을 앞둔 나에게 학교가 대놓고 과외공부를 시켰다. 어스레한 무렵 교문에서 기다리던 어머니는 원신부님께서 원서를 보내셨다는 소식을 전한다. 나는 집까지 오는 10분 동안에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제단의 벽을 향해 드리던 미사의 거양성체에서, 복사는 한 손으로 제의 끝을 잡아 들어올리고 한 손으로는 종을 친다. 그때마다 한번도 빼먹지 않고 한 기도는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것이다. 착한 신부 되게 해 주세요.” 그 응답을 받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이미 작성한 중학교 응시원서에서 사진을 떼는 담임선생님의 얼굴에는 섭섭함이 가득했다.

 

쟈그레브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 가는 발칸반도 종단 해안도로는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빌린 차를 운전해 사흘간 거길 달린 적이 있다. 길만 가지고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가 세계 어디에 내놔도 꿀릴 게 없다. 제법 높은 고개를 만났을 때 이상하게도 운전에 지친 머리 속에 진부령이 겹친다.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에서 진부령과 전혀 다른 모습의 길을 달리고 있다.” "내가 이제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오늘(로마시간)은 교황님의 강론, 교리교육, 훈화, 연설 등이 없어 몇 개의 단신을 묶어 전한다. 교황님은 이번주에 발칸반도를 순방하신다.

북마케도니아에 보낸 영상 인사
교황은 오는 화요일, 29번째 해외 사목방문을 떠난다. 이번 순방 중 두 번째 방문국은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이 나라에서 하루를 머물 예정이다. 토요일에 보낸 영상메시지에서 교황은 북마케도니아 국민들과 교회에게 만남의 기쁨과 애정의 마음을 전했다. 교황은 이 방문이 만남과 연대의 문화를 조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특히 수도 스코페(Skopje)에서 태어나고 자란 캘커타의 성녀 테레사에게 이번 방문을 의탁한다면서 성녀의 공덕을 기렸다. "성녀는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가난한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 주셨습니다. 그분은 세상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 가장 용감한 선교사입니다."

우크라이나 ‘동방교회(가톨릭)' 지도자 초청
교황청홍보처는 교황이 7월 5일부터 이틀간 로마에서 열리는 회의에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Greek-Catholic Church) 지도자들을 초청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분쟁국가의 평화를 기원하고 교회공동체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내는 의미를 가진다. 교황 평화와 화합을 이루려는 노력 일환으로 또다시 분쟁지역을 찾아가는데 이번에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공화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서 우크라이나에도 특별한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의에는 교황청 3개법원의 책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신임 스위스근위병 환영식
교황청의 안뜰에서 6일 개최될 23명의 신임 스위스근위병의 선서식을 앞두고 교황은 신병들과 그들 가족에게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교황청 입구에서 만나게 될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의 모습을 통해 깊은 감명을 받을 것입니다. 매일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사도가 되어 주리라 믿습니다. 이것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첫 번째 사명입니다.”  이들의 선서식은 월요일 교황청 성다마소 정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이날은 1527년 로마 약탈(Sack of Rome) 당시, 교황 클레멘스7세를 지키다 순직한 147 명의 스위스근위병을 추모하는 날이다.

[역자주] 동방전례를 거행하는 가톨릭교회를 말함
[참조] ‘동방귀일교회’: 
그리스 정교회와 과거의 여러 이단에서 개종한 동방의 그리스도교인을 말한다. 그들의 교리는 가톨릭 교회의 그것과 같으나 예절과 규율은 라틴전례와 크게 다른 점이 많다. 그들의 전례는 안티오키아, 알렉산드리아, 비잔티움 등에서 유래하였으며 성직자들은 결혼한다. 대부분의 비 동방귀일교회 내에는 교황을 재인정하는 동방귀일교회의 집단이 산재해 있다. 신학문헌 중에 '동방귀일'이라는 표현이 나타나지만, 동방의 가톨릭은 이 표현이 교황에 대한 성실성을 약화시키는 느낌이 든다고 하여 그 사용을 피하는 경향이다. [출처: 가톨릭대사전]

출처
: Vatican News, 04 May 2019, By Robin Gomes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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