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사람이 중심

MonteLuca12 2019. 5. 4. 07:37

 

회라고 해야 오징어를 듬성듬성 썰어 채소와 버무려 대충 무친 것이다. 거기에 빙초산을 듬뿍 뿌려야 오징어회가 완성된다. 어떻게 위가 안 뚫리고 살았나 모른다. 아버지는 한 젓가락에 주먹 덩이만큼 집어서 한 입에 다 드셨다. 그것 말고는 멸치, 가자미, 문어 정도나 날로 먹지 참치, 광어, 도미, 우럭 같은 건 알지도 못했다. 동해안 생선은 뭐니뭐니 해도 명태다. 명태는 정말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알도 창자도 심지어 저버리까지 알뜰이 먹는다. 나는 지금도 제일 먹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김치 속에 박아 삭힌 명태다.

 

인고의 5월이었다. 양양에 새로 부임한 신부님을 만났다. 본국 휴가를 다녀와서 이삿짐을 찾으러 오신 김이다. 사제관에 거처가 마땅치 않아 출퇴근하기로 약속한 것이 4월 중순인데, 그게 뭐 근로계약이나 되는 양, 5월부터 가겠노라 날짜를 정했다. 모조리 출가한 누나들과 두 노인의 사이는 하룻길을 가야하는 먼 거리였다. 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쉬이 오갈 수 있는 교통사정이 못됐다. 대학병원 간호사인 막내 누나는 혼전이라 해도 이 외로운 노인들과 동떨어진 세상을 사는 것이 다르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이치인 것이다.

 

술만큼 빨리 느는 게 없나 보다. 퇴근 길이면 철물점 형한테 들르는 습관이 생겼다. 형이 자주 사준 저녁은 오징어회 안주를 놓고 마신 소주가 대부분이었다. 아버지는 그 좋아하시던 오징어 회를 더 이상 젓갈로 집을 수 없는 분이 되어 있었다. 5월 어느 늦은 저녁, 얼근한 기분으로 집을 향해 걸으며 마음을 굳힌다. 이놈의 영장은 언제 나오려나? 군복무를 마치면 연구과 복학을 미뤄야겠다.”

 

밤바다를 수놓는 집어등 불빛이 참 아름답다. 오징어잡이 배는 오후에 출항해 이른 아침에 돌아온다. 나갈 때는 수백척이 한꺼번에 떼 지어 가고 돌아올 땐 띄엄띄엄 나누어 온다. 그 넓은 바다 위에 번지를 정했는지 각자 잡는 위치가 달라 수평선 전체를 불빛으로 이어 놓는다. 그해 성모성월은 내일을 알 수 없는 고민에 몸부림치며 보내고 있었다. “저 불빛 너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천주의 성모여! 제가 가야할  길을 찾도록 빌어주소서.”

 

오늘 교황님 말씀은 광산노동자들의 인권과 광산 인근 주민들(토착사회)이 겪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먼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탄광의 폐해는 실존하는 문제다. 내 동창이면서 조카 신부님이 사는 도계를 가보고 알았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교황님이 언젠가는 오징어잡이 어부에 관한 말씀도 하실 법하다.

완전하고 지속가능한 인간개발을 위한 채광산업

교황은 43일 교황청 인간발전부가 주최하는 공익을 위한 채광산업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연설했다. 금요일, 교황은 탐욕스러운 경제구조를 이익만 추구하고, 근시안적이고, 무제한적인 성장을 신봉하는 잘못된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며, 이러한 경제구조가 자연과 사람들에게 참담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이 이해관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자신이 발표한 환경에 관한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경제력을 가진 기득권자들이 경제적으로 이득을 취하는 현 경제구조를 지속적으로 정당화하고 있다. 전후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이런 행태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연을 고립시킬 것이다.” 라고 비판한 바 있다.

채광산업과 소수집단
교황은 채광산업은 다른 모든 경제활동처럼 사회전체를 고려해야 하고, 또한 사업추진의 매 단계마다 지역사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황은 특히 토착사회와 그들의 전통문화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토착사회의 취약성을 언급하며, 그들이 속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큰 프로젝트가 있을 경우 반드시 주요협상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교황은 말했다.
한편, 교황은 세상의 여러 다른 지역을 언급하며, 환경과 문화 훼손에 대한 고려도 없이 시행하는 채굴산업 때문에 고향을 떠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언급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아름답지만 취약한 토착사회의 인권과 목소리를 존중해 주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중심이다
교황은 채광산업을 위한 개인과 인권이 아니라, 개인과 인권을 위한 채광산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채광산업이 모든 사회에 속한 모든 개인의 인간 개발을 주도해야 합니다.”

순환경제
교황은 채광산업에서 그가 제창하는 순환경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한다. 순환경제는 대량의 원료를 가능한 한 빠르게 상품과 서비스로 전환하며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무분별한 채굴주의의 반대개념이다교황은 오늘날 산업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배출되는 폐기물을 다 감당해 내지 못하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는 이런 낭비문화를 비판하고 배척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순환경제의 홍보와 아껴 쓰고, 다시 쓰고, 재활용하는 접근법은 유엔의 열두번째 지속가능발전목표와 궤를 같이 한다절제는 환경을 보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하면서 교황은, 종교적 전통에서 절제는 언제나 책임감 있고 도덕적인 삶을 위한 중추적 요소였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 회의가 올바른 채굴 작업의 잘잘못을 구분해 내는, 또한 완전하고 지속가능한 인간개발과 공익을 추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출처: Vatican News, 03 May 2019, 15:51, By Robin Gomes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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