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부르심, 놀라움, 사랑

MonteLuca12 2019. 5. 6. 22:04

제 아무리 말참례를 해도 내겐 뻥이다. 갓 잡아 펄펄 뛰는 놈을 소금 훌훌 뿌려 연탄불에 굽는 자리에서 먹어본 사람이라야 그 맛을 논할 자격이 있다. 예수님 앞에선 바로 꼬리를 내려야 할 것 같다. 베테랑 어부에다 구운 생선 맛을 아는 분이다. 그들이 뭍에 내려서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빵도 있었다.(요한 21,9) 소주 한 병이 어울릴 자리다. 여기서 양미리 굽는 냄새가 난다.

 

영금정 바위 어딘가에 마음으로 새겨 놓은 아버지 자리가 있다. 가장 많이 잡는 것이 놀래기고 어쩌다 새치도 잡힌다. 탁구공만 한 복어는 저 혼자 튀어 올라 배를 빵빵하게 부풀려서 발랑 누워있다. 지가 센 놈이니 데려가지 말라는 위장이다. 대나무 가지를 정성스레 다듬어 줄기 끝에 고래심줄 묶은 것이 장비의 다였지만, 눈이 멀지도 않은 고기가 제법 잡혔다. 땅거미가 지면 사지가 스멀스멀해지고 엄마생각도 나서 아버지를 조른다. 중국집 배달시간처럼 결국 대청봉 뒤로 해가 사라질 때까지 다 됐다가 이어질 게 뻔하지만, 관대하게 속아 드린 걸 아버지도 아셨다.

 

IBM의 사업동반자회의 참석차 샌디에이고에 갔다가 낚싯배를 탄 적이 있다. 한참을 나가 바지선 옆에 임시 정박을 하고, 꽁치 크기만한 생선을 잔뜩 산다. 어이가 없는 것이, 이게 미끼란다. 아니 이정도 생선을 잡기도 어려운데, 얼마나 큰 고기를 얼만큼이나 잡으려는 걸까? 내 생각이 대충 맞았다. 조금 더 큰 고기 몇 마리 잡고 말았으니 미끼가 아깝다. 몰라서 바보이고, 아는 체해서 교만이다. 꽁치를 미끼로 써서 잡으라는 고기는 못 잡고, 그걸 구워 먹을 생각만 했다. 주객이 바뀌고, 본말이 뒤집혔다.

 

꾸르실료의 주보성인은 바오로 사도다. 엄격한 바리사이파였고, 그리스도교의 열렬한 박해자였다. 성인을 위대한 이방인의 사도로 만든 것은 사상 최고로 드라마틱한 회심 사건이다. 꾸르실료운동의 핵심 요소는 주보성인의 회심이다. 그리고 나서 그분을 닮은 사도가 되기를 잊어버리면 세상 최악의 꽝이다. 바다에 나갈 생각은 않고 물가에 앉아 미끼하라고 준 생선을 구워 먹는 격이다.

 

교황님 소식은 오늘(월요일)도 넘친다. 그래도 불가리아 방문 첫날의 마지막 일정인 주일 저녁미사 강론을 나누고 싶다.

하느님의 부르심, 놀라움, 그리고 사랑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열린 교황의 마지막 공개행사는 알렉산더1세 광장에서 거행된 저녁미사였다교황의 주일미사 강론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제자들에게 자신을 다시 드러내신 복음의 내용을 주제로 했다. 이 이야기는 제자들인 우리의 삶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놀라운 일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부르심’, 하느님의 놀라움’,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
"예수님께서 처음 베드로에게 그를 따르라고 부르신 것은 갈릴리 호숫가입니다그러나 지금은 고통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스승의 죽음으로 인한 아픔과 실망, 배신감에 짓눌려 베드로를 포함한 제자 몇 사람은 이전의 어부생활로 돌아가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주님의 부름을 받았을 때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르기로 결심했던 제자들은 이제 낙담하여 포기하려고 합니다. 예수님은 이런 미묘하고 위험한 유혹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다. 이것은 ‘무덤의 심리로서 마치 나방처럼 자기의 모든 희망을 먹어 치우는 자기 연민의 자위감정에 빠지게 만듭니다그 결과 무디어지고 약화된 믿음으로 인해, 좁고 인색한 마음이 되어버리는데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수님께서 나타나신 것은 베드로가 고기잡이에 실패한 바로 그 순간입니다. 그분은 인내를 가지고 다시 시작하십니다. 베드로에게 다가가서 시몬이라고 부르십니다주님은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을 만나리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실망하지 않고 죄짓지 않고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당신 자신이 죄와 실망에 부딪침으로써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이겨내도록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예수님을 통하여 하느님은 항상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합니다예수님의 부르심이 우리 삶을 이끄실 때 우리의 마음은 젊어집니다.”

하느님의 놀라움
놀라우신 주님께서 우리를 놀라게 할 뿐만 아니라 놀라운 일을 하도록 초대하십니다그들의 빈 그물을 보면서, 주님은 약간 이상한 주문을 하십니다낮에 그물을 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위험을 감수할 것을 촉구함으로써 그들의 믿음을 되살려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어떤 사람으로 인해서도, 어떤 일을 당해도 포기하지 않게 됩니다.”
주님은 의심과 불신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용기를 채워 넣음으로써 우리를 무력화하는 장애물들을 제거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
하느님이 하신 세 번째 놀라운 일은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고 물으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사랑의 언어를 배우라고 말씀하십니다베드로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자기를 중심에 놓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자기 자신이 아닌 예수님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분의 백성이 된 것은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의 모든 결점과 죄보다 더 크다는 것을 깨닫도록 불리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큰 실망과 어려움은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것을 알지 못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하시는 사랑 자체로서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십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부르시고 놀라게 하시는 사랑이십니다.”
사도들이 배의 오른쪽에 그물을 던지는 대목에서 우리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드시는 하느님의 기적을 봅니다.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사랑에 내어 맡김으로써 일어난 결과입니다. 우리가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과 상관없이 하느님은 꾸준히 우리에게 그물을 던지라고 말씀하신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미래를 향해 당신을 따라오라고 부르고 계십니다.”

교황은 젊은 정신을 가진 교회는 우리가 공동선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도록 초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사랑은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소비지상주의와 얄팍한 개인주의의 병리적 현상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자선과 봉사를 통해 이 세상을 바꾸는 혁명의 주역이 되는 것이다교황은 불가리아 국민들에게 성인이 되고 성스러워지는 것을 겁내지 말라고 촉구했다. "성인이 되려는 노력을 통해 여러분은 힘과 활력, 기쁨을 잃지 않게 될 것입니다."라는 축원으로 강론의 끝을 맺었다.

출처: Vatican News, 05 May 2019, 17:02, By Robin Gomes / 번역 장주영

게시글 목록 보기

https://monteluca12.tistory.com

'본조르노 파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회의 미래인 어린이  (0) 2019.05.09
평화의 사도  (0) 2019.05.08
동서양을 잇는 다리  (0) 2019.05.06
만남, 평화, 사명  (0) 2019.05.05
사람이 중심  (0) 2019.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