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교회의 미래인 어린이

MonteLuca12 2019. 5. 9. 07:14

DDT라는 분말살충제를 몸에 뿌리던 시절을 살았다. 내가 가장 못하는 것이 사물을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이다. 자연도감에서 사진으로 본 것 말고는 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겨울이 시작돼서 입은 내복을 봄이 돼서야 벗었다. 말을 꺼내고 보니 다른 이들도 그랬기를 바라는 마음이 몽글몽글 아지랑이처럼 올라온다.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랐어도, 나는 몸바쳐 걔네들을 사육하는 이동식 온실이었다. 아이들을 뉘이고 머리에서 서캐를 잡는 엄마의 모습이 원숭이들이 하는 짓과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는 기억은 그런대로 아련한 추억이다.

 

손주손녀만 생기면 삶이 확 바뀐다. 어쩌면 약속이나 한 듯 SNS앱의 프로필 대문에 애기사진이 걸리고 일정한 주기로 바뀐다. 남의 집 손녀가 자라는 모습을 직접 본 것처럼 훤하게 알고 있다. 백일, , 유아원, 유치원으로 이어지는 아기의 삶을 기록영화처럼 상세하게 전달하려는 의도가 먹힌 것일 게다. 솔직히 부러움이 반이고 나머지는 시샘이다조용하던 윗집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2년 전부터 나기 시작했다. 제 사촌이 오는지 주말 밤이면 쥐가 끓는다. 딸 같은 아기 엄마는 만날 때마다 내게 고해성사를 본다. 그래도 그게 싫지 않다. 사람사는 것 같다.

 

어린이 미사를 갈 일이 없으니 주일학교 학생이 느는지 주는지 모르지만, 때가 되면 금요일 새벽 미사에 꼬마들이 제법 보인다. 복사 후보생들의 모집기간이다. 요즈음엔 유난히 여자아이들이 많다. 울상이 되어 엄마 손에 질질 끌려오는 아이를 성당 입구에서 본다. 복사는 하고 싶은데 새벽잠 설친 것이 못내 불만이다. 빨간 내복 속의 이처럼 내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일제히 머리 속에서 스멀댄다.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은 그 시절에도 있었을 것이다. 공기오염이 원흉일 거란 추정은 억측일지 모른다.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난리를 치는데도 아이들의 피부는 옛날에 비해 백옥이다. 겨우내 안 빤 내복을 입는 아이가 없으니 이도 살 곳을 잃었다. DDT 없는 세상의 아이들이 하느님의 말씀은 듣고 살까? 교황님이 말씀하신다. 첫영체를 받는 아이들, 그들이 교회의 미래이며 약속이라고. 그러면 그 아이들에게 교회는 무엇인가?  

교황의 기내 기자회견: “주님께서 제게 주신 에너지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의 사목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기내에서 가진 교황의 기자회견은 정교회 (Orthodox Church), 여성 부제, 자신의 힘과 에너지의 비밀 등에 관련된 것들이었다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 등, 서부 발칸국가들을 사흘동안 사목방문한 후 교황청으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교황은 채팅과 대화를 통해 기자들의 질문에 응대했다.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에 대한 인상
교황은 이번에 방문한 양국에서 모두 강한 인상을 받았다면서 완전히 다른 두 나라라고 말했다불가리아는 수세기를 이어온 전통을 가진 나라다. 반면, 마케도니아의 뿌리도 수세기에 이르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신생국이며 젊은 국민들로 이루어진 국가다북마케도니아가 최근 국가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그리스도교가 어떻게 서방으로 들어왔는지를 말해주는 상징성과 관련이 있다고 교황은 말한다. 아시아지역으로 선교를 가려 했던 바오로 사도는 마케도니아로 들어간다. "마케도니아인은 그리스도교가 자기들을 통해 들어왔다는 역사적 사실을 놓치지 않고 우리에게 상기시켜주었습니다.”
불가리아가 많은 전쟁과 폭력사태를 겪은 것과, 1877년에 오스만제국으로부터 독립을 되찾기 위해 전사한 20만명의 러시아 병사들에 대해 교황은 이야기한다교황은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 두 나라에는 정교회, 가톨릭, 무슬림 신자들이 함께 살면서 독립을 위해 너무 많이 투쟁했고, 정체성을 통합하기 위해 많은 피를 흘리는 동안 신비주의가 확산됐다고 말한다교황은 이 양국에서 유지되는 종교 간의 좋은 관계를 칭찬하면서 관용보다는 다양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원칙이 정립되어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교황 에너지의 원천
한 기자가 교황이 여행과 일정을 수행할 수 있는 힘과 열정의 원천이 무엇인지 물었다교황은 우선 마법의 힘에 의지하지 않는다고 농담을 던진 후, 그것은 주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한다. 제가 가야할 곳에 가면 나를 잊어버리고 그냥 거기에 있게 됩니다. 여행에서 지친 적은 없고 다 끝난 후에 피곤을 느낍니다. 그 힘은 주님께서 저에게 주시는 것입니다. 언제나 주님께 믿음을 구하고 충실하게 봉사하는데 필요한 은총을 청합니다. 제 여행은 관광이 아닙니다. 관광이라면 그렇게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교회와의 관계
교황은 정교회 내부의 갈등에 관한 질문에 전체적으로 선의를 가지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교황은 정교회의 총대주교들을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불렀다. 북마케도니아의 대통령이 동방정교회의 종파분열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상기시키며 "교황이 분열을 봉합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형제이며 형제들끼리 손을 맞잡지 않는 이상 삼위일체를 받들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스테피나츠 추기경의 시성
스테피나츠 추기경의 시성과 관련하여 교황은 그가 고결한 분이기 때문에 교회는 그분을 성인품에 올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심사과정에서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 있어 시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전에 세르비아 총대주교 이레네우스의 조언과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세르비아 교회는 역사위원회를 설립해서 조사하고 있다면서 우리 모두가 실수하지 않고 진실에 따라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진실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일부 이슈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임을 알려주면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두려운 것은 하느님의 심판입니다."라고 말했다.

여성 부제
교황은 불가리아에서 방문한 정교회가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복음선포자인 부제서품을 주는 것과 관련된 질문을 기자로부터 받았다. 교황이 며칠 내로 「세계수도회장상연합」과 회원들과 만나는 것을 언급하면서, 기자는 교황에게 여성 부제에 관한 연구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한 교황의 의견과, 여성 부제에 대해 교황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했다. 교황은 2016년에 여성 부제직이라는 주제를 연구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기자의 질문에 교황은 이 위원회가 위원 간의 의견차이로 인해 중단되기 전까지 거의 2년 가까이 활동했다고 말하면서, 여성 부제의 서품에 대해 남성 부제와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의견이 있다고 대답했다. 역사적으로 여성 부제에 대한 기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황은 여성 부제의 서품이 남성과 같은 방식과 목적을 가지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교황은 여성 부제 연구위원회의 활동을 치하하며, 그들의 연구 결과는 가부간 최종 결정을 위한 단계로 가는 중이라면서 신학자들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연구하는 단계에 있다는 말로 답변을 마무리지었다.

가슴 뭉클한 기억
질의 시간 후, 교황은 마더테레사 기념성당의 수녀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면서 보여준 자애로운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 수녀들은 단순히 온정주의 때문에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불쌍한 사람들에게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포용력과 자애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교황은 오늘날 사람들이 서로를 모욕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 언급했다. 정치인들끼리, 이웃들끼리, 심지어 가족 구성원들끼리 서로 비방하고 있습니다단언하거니와 세상에 모욕의 문화는 결코 존재해서는 안됩니다. 교황은 남에게 소리지르고 모욕하고 비방하는 행위는 위험한 무기일 뿐이라고 말했다교황은 수녀들이 보여준 자애로운 모습을 통해 모교회’(mother Church)의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 귀중한 가치를 일깨워 준 마케도니아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교황은 불가리아 방문 중 첫영성체 예식에서 뭉클했던 기억을, 1944108일에 받은 자신의 첫영성체를 떠올리며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교회는 어린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그들은 아직 어려서 교회 공동체 가장자리에 있지만, 곧 자랄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교회의 미래이며 약속입니다. 어린이들이 첫영성체를 받는 그 때 그 순간에, 나는 그 245명의 아이들이 불가리아 교회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처: Vatican News, 06 May 2019, 18:24, Andrea Tornielli on flight - Linda Bordoni in Vatican City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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