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내가 선택한 그릇

MonteLuca12 2019. 5. 10. 07:07

어제는 오밤중이 되기 전에 귀가한 덕에 교황님 말씀을 일찍 준비해 두었다. 다행히 이른 시간에 올라온 기사가 마음에 들어 날을 넘기지 않고 끝냈다. 눈을 뜬 것은 알람이 울리기 한참 전 애매한 시간이다.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허사다. 결국 미사 갈 시간이 다가와서야 졸음이 밀려온다. 그래, 오늘은 쉬자. 낮에 할 일이 많아 피곤할 것 같다. 엊저녁에 너무 많이 먹은 것에 핑계를 댄다. 배가 살살 아픈 것도 같다. 본당신부님의 얼굴이 뜬다. 늘 옆에 앉는 노인들의 시선이 팽이처럼 돌고 있는 망설임에 채찍을 가한다.

 

오늘따라 시작이 늦다. 5분이 한시간이다. 미사시간도 중요한 약속인데 이 많은 사람들의 5분을 합치면 반나절은 되겠다. 남는 것이 시간일 것 같은 노인들을 바쁜 사람들한테 갖다 붙인다. 새벽미사 참례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 몇 안된다고 했던 건방진 걱정을 뒤집는다. 부산한 수녀님을 샛눈이 따라다닌다. 옆에 있으면 해주고 싶은 말이 이미 혀 둘레를 돌았다. 오늘따라 복사가 종을 이상하게 치고 반주가 엉망이다. 해설자, 독서자는 잠을 덜 잔 것 같다는 억울한 의심을 받는다.

 

중요한 시간이 다가오자 바친 기도는 형식을 갖췄다. 삼위일체 하느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성령만 모시다가 마음이 편치 않아 성부까지 모셨다. 이왕이면 삼위일체가 나을 것 같아 또 바꿨다. 다음엔 세리의 기도를 인용한다. 수많은 청원을 위한 준비작업이다. 생각은 자유롭게 참 멀리도 간다. 더듬어 보니 꽤 열심히 했다. 그 봉사를 물려받은 이들을 탓한다. 잘하는 게 하나도 안 보인다. 그 자들 하는 짓이 딱 바리사이다. 핵심은 빼고 껍데기만 주무른다. 형식의 너울을 쓰고 본질이 무엇인지 못 보고 있다.

 

독서의 말씀이 분심 중인 내 가슴을 후벼판다. 그는 민족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도록 내가 선택한 그릇이다.(사도 9, 15)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위대한 사도는 뼛속까지 바리사이, 타르수스 사람 사울이었다. 장엄한 회심의 순간을 경축하며 부르는 화답의 노래는 시편 117장이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후렴; 마르 16,15)

 

알량하게 알고 있던 그 바리사이가 바로 나였다. 교황님께서 보시는 바리사이는 전혀 다르다.

 

"대화를 기반으로 한 이웃사랑"

교황은 설립 110주년을 기념하여 세계종교간회의 (International Interreligious Conference)를 개최하는 「교황청성서연구원」 (Pontifical Biblical Institute)의 위원들을 만났다.

올해 「교황청성서연구원」 은 창립 110 주년을 맞는다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연구소는 예수와 바리사이, 학제간 재평가라는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있다교황은 목요일 교황청에서 위원들에게 회의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준비된 연설을 했다. “최근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바리사이들에 대하여 이전 세대가 생각했던 것보다 알려진 것이 적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기원 및 그들의 가르침과 관습에 대해 많은 것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리사이에 관한 검토와 연구
교황은 바리사이에 관련된 문학적이고 역사적인 질문을 다룬 학제간 연구에 대하여 이번 회의에서 검토하는 것이 이 종교집단에 대한 보다 정확한 견해를 가지는데 기여하고 반유대주의와 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신약성경을 깊게 들여다보면 예수님이 바리사이들과 공동 관심사에 관하여 수없이 많이 토론하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의 중요한 대목들 중에 예수님이 유대인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니코데모라는 바리사이와 만나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예수님께서는 니코데모에게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고 설명하십니다. 니코데모는 의회에서 예수님을 변호했고, 마침내 예수님의 무덤까지 갔습니다. 사람들이 니코데모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지 바리사이에 관한 다양한 고정관념이 그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과, 요한 복음의 어떤 곳에서도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웃 사랑의 황금률
교황은 2세기의 가장 유명한 랍비였고 바리사이 전통의 계승자인 랍비 아키바 (Rabbi Aqiba)"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유대교의 율법인 토라(Torah)의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교황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황금률이 예수님과 예수님의 대화상대였던 바리사이들이 친밀한 사이였다는 것을 알게 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이것은 오늘날에 있어서도 모든 대화의 중요한 토대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 유대인과 그리스도인 간의 대화에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웃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들을 알아야 하며, 그들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오래된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신앙과 계율을 넘어서서 바리사이들을 더 깊고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러분들의 이 회의가 「교황청성서연구원」의 위원들이 가르치고 설교하는데 있어 적절한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연구와 여러분들이 열게 될 새로운 길은 어느때보다도 깊이가 있고 형제애가 담긴 대화라는 점에서 유대인과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관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라는 말로 교황의 연설은 마무리되었다.

출처: Vatican News, 09 May 2019, 10:54By Lydia O’Kane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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