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함께 사는 지구

MonteLuca12 2019. 4. 28. 21:36

다행히도 주교님은 본국으로 휴가를 떠나고 계시지 않았다. 부주교님께 말씀드리는 편이 훨씬 수월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내가 부주교님을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겨울방학을 이용해 아버지를 따라 외갓집에 갔을 때였다. 풍수원성당에서 만난 사십대의 젊은 사제, 그분이다. 도움이 안되는 기억이다. 엄하기로는 두번째가 섭섭한 분이라니. 갑자기 걱정이 커진다. 이 분이 주교님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 네 생각대로 해보거라. 2년 동안의 새로운 경험이 네 장래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의외였다. 시종직을 받은 사람에겐 상상하기 힘든 배려였다.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복학연기 승인을 받고 난 이후 나는 끝내 거기로 돌아가지 않았다.

 

동창들이 다 입대하고 복학한 형들과 살던 첫해 겨울, 부주교님 본당으로 파견명령을 받았다. 공소 중에서 제일 오지가, 서열에 밀린 나의 방학기간 소임지로 정해졌다. 신자라고는 열가구가 안되는 깊디깊은 산골마을은 산사의 적막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공소 바로 아래에 있는 회장님 댁을 빼면 푹푹 빠지는 눈길을 족히 십리는 걸어가야 신자 가정을 만날 수 있다. 지나는 곳마다 담뱃잎 찌는 냄새가 몹시 역하다. 말이 선교방문이지 초가집 안방에 놓인 화로 앞에 앉아 연세 지긋한 노인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오는 것이 전부였다. 곳간에서 가을을 넘긴 고구마를 구워 먹기가 일쑤였지만 사위 반기듯 씨암탉을 잡는 날은 저녁까지 얻어먹고 칠흑같이 어두운 밤길을 와야 했다.

 

방학이 끝나갈 무렵, 세례와 첫영성체를 위해 오신 부주교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공소를 가득 메운 산골 꼬맹이들이 재잘대는 모습을 바라보시던 그날 신부님의 눈길이 이듬해 여름에도 당신 본당으로 나를 데려갔다. 그리고 3년 후엔 유례없는 2년간의 ‘복학연기신청’을 허가했다.

 

이응현 디모테오 신부님, 그분을 생각하면 이 짧은 몽당연필로 교황님의 말씀을 옮기는 염치가 눈 녹듯 사라진다. 그분의 눈빛이 그렇게 뜨거웠다. 그 어른이 내게 품으셨던 욕심을 어렴풋이 안다. 그걸 걷어차고 얻은 짐의 무게가 이 작은 노력 덕에 겨자씨 한 알만큼이라도 가벼워졌으면 좋겠다.

 

교황님은 지구환경문제에 관해 말씀하셨다. 지난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마침기도에 올리신 많은 십자가 중 하나이다. '우리의 공동의 집’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에 나오는 용어로 인간이 사는 터, 지구를 말한다.

공동의 집은 보호되어야 한다.

교황은 427일 바티칸에서 백여명의 이탈리아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표자들을 알현하였다.

토요일 교황은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공공기관의 공무원들을 격려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우리의 공동의 집인 지구'의 지속적인 발전과 관리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다.

도로와 학교
교황은 토요일에 백여명의 '지방자치단체연합' 대표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안전한 학교와 도로가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는 도시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기도 합니다.” 교황은 이 연합이 공익분야에 종사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단체로, 대체로 위험에 노출된 특정 지역의 토양보존, 대도시와 작은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망 정비, 중등학교의 안전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붕괴, 장애, 비효율 등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자본과 인력이 폭넓게 투자되어야 한다면서 이는 결국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러 분야에서 집행되고 있는 이러한 정책들이 도로와 학교 같은 환경요인들을 반드시 고려할 것을 당부하면서, 유지보수 소홀로 인해 이런 시설의 환경을 악화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교황은 말했다.

과학과 기술만으로는 불충분
교황은 빠른 속도로 발달하는 과학기술이 개인들의 자유로운 견해와 결합될 때, 다양한 개인적 요구와 공동체의 필요성을 충족시킬 수 있으며, 소외되고, 빈곤하고 혜택에서 제외되는 사람이 없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은, 혜택과 성장의 이면에 있는 불균형과 소외에 대해 언급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는 이런 문제는 헌신과 유대를 통해 슬기롭게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의 참여와, 각급 공공기관의 끊임없는 상황판단과 실질적 이행을 촉구했다.

환경과 공동의 집인 지구
교황은 환경문제가 시급하고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구의 모든 현상에 더욱 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개인과 단체장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교황은 자선재단에 기부한 지방자치단체에게 감사를 표하며, ‘우리의 공동의 집인 지구를 확실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그들을 격려했다.

출처: Vatican News, 27 April 2019, 14:52, By Robin Gomes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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