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땡볕에 달아오른 건물이 밤에는 찜통이 된다. 6월초부터 30도를 훌쩍 넘는 로마 속 건물이 그 흔한 냉방시설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다. 밤이고 낮이고 피하고 숨을 곳이 없다. 내가 한여름을 보낸 공소 앞 시냇물처럼 사방에서 모인 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래도 여기에 온 특별한 의미가 이 더위를 견뎌내게 하는 강력한 힘이다. 초등학생 두 아이를 데리고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만해도 나는 사십대 초반의 젊은 아버지였다. 로마를 떠나기 전날 식구들을 끌고 여행그룹을 이탈했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머리 깊이 박혔던 기억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은 욕심이 부린 억지다. 나보나광장의 노천카페에서 그곳 사람들처럼 저녁식사를 하고, 트레비분수와 판테온을 돌며 가진 즐거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