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으로 치면 호랑이가 금단현상에 시달릴 정도쯤 되는 시절이다.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에 도착한 것은 이경이 가까워서였다. 몬테 피올로(Montefiolo), 올리브나무로 둘러싸인 이 작은 산은, 고색이 철철 넘치는 수녀원 건물을 털모자처럼 머리에 쓰고 있었다. 이탈리아 중부의 2월말 밤공기가 못 견딜 만큼은 아니라 다행이다. 시간은 벌써 삼경의 문턱에 닿아 있었지만, 산골 마을 카페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얼기설기 엮은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그곳 사람들이 담근 맥주를 마셨다. 그 짜릿한 맛은, 아쉽게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별무리의 기억에 묻혀버렸다. 오늘 새벽미사에서 부른 성가가 자꾸 입 속을 맴돈다. 선율은 단순하지만, 가사는 평범하지 않다. “무변해상 별이시요… 보이소서, 성마리아… 영원무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