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라고 해야 오징어를 듬성듬성 썰어 채소와 버무려 대충 무친 것이다. 거기에 빙초산을 듬뿍 뿌려야 오징어회가 완성된다. 어떻게 위가 안 뚫리고 살았나 모른다. 아버지는 한 젓가락에 주먹 덩이만큼 집어서 한 입에 다 드셨다. 그것 말고는 멸치, 가자미, 문어 정도나 날로 먹지 참치, 광어, 도미, 우럭 같은 건 알지도 못했다. 동해안 생선은 뭐니뭐니 해도 명태다. 명태는 정말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알도 창자도 심지어 저버리까지 알뜰이 먹는다. 나는 지금도 제일 먹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김치 속에 박아 삭힌 명태다. 인고의 5월이었다. 양양에 새로 부임한 신부님을 만났다. 본국 휴가를 다녀와서 이삿짐을 찾으러 오신 김이다. 사제관에 거처가 마땅치 않아 출퇴근하기로 약속한 것이 4월 중순인데, 그게 뭐 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