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는 떠나기 전 기분이고, 커피는 콩 갈 때의 향기다. 군사도로 미시령 밑엔 제법 큰 미군부대가 있었는데, 그곳은 우리 본당 공소 중 하나였다. 교중미사가 끝나면 복사하러 거기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신부님의 지프를 타는 재미를 놓칠 수 없었고, 미사 장소인 식당을 휘감는 코코아 냄새는 촌놈들이 절대 알 수 없는 특권층의 경험이었다. 도시락에 찐 우윳가루만 아는 혀가 처음 맛본 코코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먹는 것이 아니었다. 슈호프는 수용소에 들어와서 그걸 절실히 느꼈다. 음식을 먹을 때는 그 진미를 생각하며 먹어야 좋은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이 조그마한 빵 조각을 먹듯이 먹어야 한다. 조금씩 입 안에 넣고 혀 끝으로 이리저리 굴리며 양쪽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