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복음의 기쁨

MonteLuca12 2019. 5. 14. 05:56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이 삭기를 기다렸다. 다시 또 돌아서는 것이 두렵다. 그렇게 3년이 더 간다는 주장에 손들어 주는 이들에게 위안을 구한다. 강태공의 낚시를 생각해 보고, 와룡선생의 마음까지 읽으려는 어이없는 생각을 했다. 발기발기 찢어진 나약함의 천조각을 묶어 흉측스러운 허수아비를 여러 개 만들었다.

 

이래저래 몇 년이 됐다. 어디에도 써먹기엔 싹수가 샛노란 공부를 핑계삼아, 기웃거리는 곳이 생겼다. 딱히 마음에 모시고 싶은 의도도 아니었다. 별 목적도 없이 들인 습관에 쏠쏠한 재미가 붙었다. 콩깍지는 그렇게 씌는 것인가? 그분의 행적과 말씀에 빠져, 잊고 사는 은총을 선물로 받았다. 몽땅 다 행복한 건 아니다. 박쥐처럼 한밤까지 끙끙대다가, 벌건 대낮엔 비실대는 좋지 않은 병을 얻었다. 그래도 머리악을 쓰고, 혼자 좋아 그분을 만난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 6년 전 신분이 바뀐 어른이다. 별 걸 다 알게 됐다. 그분은 79개월 22일 만에 첫영성체를 하셨다. 교적을 뒤져서 누가 먼저 받았는지 내기하고 싶다. 아직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한다. 물이 덜 빠진 것이다.

 

처음엔 몇몇 주위분들 하고 교황님의 소식만 나눌 심사였다. 시간이 남으면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법이다. 소신학교 이야기를 종이에 앉혀볼 구상을 그저 막연하게 해왔다. 그곳 기억은 몇 사람의 머리에나 남아있을까? 중학교는 1년 후배 딱 한반이고, 선배들은 통틀어 묵주 한 꿰미 숫자나 될지 모른다. 영원히 사라진 우리의 고아원이다. 적당히 소설을 써도 거리낄 것이 없다. 그 틈새를 비집고 주저리주저리 어리석은 펜놀림을 했다. 날이 가면서 이 늘어났다. 나이가 가르쳐준 기술이다.

 

큰 아이에게 맡기고 싶은 몇 번의 유혹을 악착같이 이겨냈다. 피할 수 없는 술자리와, 뻔한 단어에 숨겨진 뜻을 찾아내는 고통이 작지 않았다. 부끄러움을 무릅쓴 것은, 내 뼈와 혈관 속에 유전자처럼 박힌 印號의 발작이었다. 무늬만 뉴스이지 그냥 기사라고 할 수가 없다. 강론, 교리교육, 훈시, 연설, 모두가 기도이고 눈이 확 떠지는 영혼의 양식이다. 시공을 넘어서서 두고두고 새기고 싶은 생명의 말씀들이 비무장지대 지뢰밭처럼 널려 있다. 번역이라는 기술적 공정에서 깨졌을 의미와, 우리글로 깎고 다듬는 문학적 가공과정에서 부서졌을 뜻이 많이 아깝다. 그래도 우유 배달하듯 매일 아침 그분의 말씀을 실어 나른 용기가 스스로 가상하다. 그 작지 않은 기쁨을 만끽했다. 놀라우신 주님께서 우리를 놀라게 할 뿐만 아니라 놀라운 일을 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오늘 아침도 안녕하시지요? 어르신!

Buongiorno! Papa!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3

저는 모든 그리스도인이어디에 있든 바로 지금 이 순간 새롭게 예수 그리스도와 인격적으로 만나도록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그분과 만나려는 마음날마다 끊임없이 그분을 찾으려는 열린 마음을 가지도록 권고합니다그 누구도 이러한 초대가 자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져다주시는 기쁨에서 배제된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주님께서는 이 길로 나서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십니다우리가 예수님꼐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우리는 그분께서 언제나 그곳에두 팔을 활짝 벌리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심을 깨닫게 됩니다지금이 바로 예수님께 이렇게 말씀드릴 때입니다. 주님제가 잘못 생각해 왔습니다저는 수없이 주님의 사랑에서 도망쳤습니다그러나 이제 여기에서 주님과 계약을 새롭게 맺고자 합니다저는 주님이 필요합니다주님 저를 다시 구원하여 주소서구원하시는 주님의 품 안에 다시 한 번 저를 받아 주소서. 우리가 길을 잃을 때마다 주님께 돌아갈 수 있다니 얼마나 좋습니까저는 거듭 이렇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시는 데에 결코 지치지 않으십니다오히려 우리가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데에 지쳐 버립니다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다른 이들을 일흔일곱 번(마태 18,22) 용서하라고 말씀하시고 몸소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일흔일곱 번 용서하십니다그분께서는 매번 우리를 당신 어깨에 짊어지십니다이 무한하고 확고한 사랑으로 우리가 받은 존엄은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예수님께서는 결코 실망시키지 않으시고 언제나 우리의 기쁨을 되찾아 주시는 온유함으로우리가 고개를 들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니다예수님의 부활에서 도망가지 맙시다무슨 일이 있어도 결코 포기하지 맙시다오직 그리스도의 생명만이 우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도록 이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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