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키시스(Catechesis)

기도의 밑그림

MonteLuca12 2019. 5. 21. 19:45

 

마침내 파란만장했던 공사가 마무리되어 새 성전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감격을 맛봤다. 계속해서 행사가 이어진다. 입당음악회를 끝내고 겨우 한숨 돌린 것 같은데 벌써 5월에 들어서 있었다. 이른바 ‘IMF 금융위기로 인해 시공사와 타절한 후유증이, 자질구레한 일들을 제법 많이 남겼다. 9월로 예정되어 있는 성전봉헌식 준비만으로도 감당하기 버거웠지만 축성이 끝나면 떠나실 신부님을 위해서라도 잡힌 행사를 소화해야 한다. 어버이 날을 맞아 원로사제를 찾아 뵙기로 한 계획이 그 중에 끼어 있다. 와락 기대가 덮친 것은 말이 나온 첫날이고 시간이 갈수록 자꾸 망설여진다. 25년이 족히 지났다. 그 어른은 어떤 모습이 되어 계실까?

 

대신학교 본고사를 보기 위해 모처럼의 긴 방학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왔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아리랑고개를 넘는 것이 되레 어색하다. 신학교로 올라가는 작은 언덕을 왜 그렇게 불렀는지 나만 모르고 있었나 보다. 교무실에서 기다리던 선생님이 반겨 주신다. 선생님들이 내게만 한마디씩 더 하시는 이유를 동창 몇몇은 알고 있었다. 잠시 후 교장 신부님의 부름을 받고 혼자서 그 분을 면담했다. 교장실에서 쪼그라든 심장을 부여잡고 돌아온 내 얼굴에, 걱정이 가득한 걸 눈치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회장단 틈에 끼어 아내가 따라왔다. 시어버지께 하듯 안나는 내 옆에서 큰 절을 함께 올렸다. 엎드린 짧은 시간동안 내 목구멍은 바짝 좁아져, 그 윗부분에 고여 있던 모든 물기를 눈 쪽으로 밀어 올리고 있었다. 압착된 액체가 임계점을 지난 압력을 견디지 못해 날 일으키시는 신부님의 손등으로 흘러내렸다. 신부님의 용안엔 인자만 남았다. 서슬 퍼런 엄격대신 노쇠한 노인의 모습이 자연성형되어 있었다. 그날 하신 말씀이 내게는 청천벽력이었다는 기억을 펴서 옛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누가 뭐라해도 나는 네 대답을 듣고 그것만 믿으려 한다. 네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너 신부 되는 것은 내가 지켜주마. 조금도 걱정은 하지 말거라.” 교장 신부님께서 성소문제를 두고 많이 걱정하시던 동창 하나가 다행히 내 옆자리에서 대입예비고사를 치렀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 친구는 본고사를 보던 날 우리와 함께 있었다. 그러나 대신학교 입학식 자리는 그 동창에게 마련되지 않았다.

 

내 어린시절을 6년이나 보살펴 주신 바오로 신부님, 사춘기의 망아지에게 고삐를 매어 주신 사감선생님, 그분은 나의 또다른 아버지시다. 꼭 잡아 주시던 아내의 손을 적신 건 신부님의 눈물이었다. 내가 많이 사랑했던 아이다. 안나가 더 많이 사랑해 주려무나.” 그로부터 6년 후 그 어른의 선종소식을 들었다.

 

願爾名聖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소서)   夷亭 朴詠茂(아오스딩) 作

 

「주님의 기도」 두번째 주제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에 대한 교황님의 교리교육을 3회에 나누에 공부한다. 이탈리아어 원문의 영문 번역 텍스트를 필자가 우리말로 중역한 것임을 밝힌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1)

「주님의 기도」를 새롭게 묵상하고 있는 우리는 오늘, 일곱개의 청원 중 첫 번째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에 관해 깊게 성찰해 보려고 합니다.

「주님의 기도」에는 일곱 개의 청원이 있습니다. 이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앞의 세 개는 하느님 아버지에 관한 것이고, 나머지 네 개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첫 번째 부분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願意 안으로 우리를 끌어들입니다. 그 원의는 모두 하느님 아버지께 향해 있는 것으로 세가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 지소서.” 이중 두번째 부분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들어오시고, 당신 스스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전구하십니다. , 우리를 위해 일용할 양식과, 죄의 용서를 간구하고,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악에서 구해 주시도록 간청하시는 겁니다.

이 안에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바치는 기도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모든 인간의 기도는 언제나 두가지 내용으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하느님에 대한 묵상과, 그분의 신비와, 아름다움과 선하심에 관한 내용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과, 보다 잘 살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것들을 진실하고 용감하게 요청하는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가 가진 이러한 단순성과, 필수적인 것에 집중하는 특성은, 기도하는 사람들이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가르쳐줍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 복음 6, 8)라고 말씀하셨습니다.(1)(2)

(1) Vatican News, "Udienza Generale 6 Marzo 2019," Vatican News, last modified March 6, 2019, https://www.vaticannews.va/it/papa-francesco/udienza-papa/2019-03/papa-francesco-udienza-generale-padre-nostro-regno-mitezza.html#play.

 

(2) Virginia Forrester, "General Audience: Pope Reflects on 'Thy Kingdom Come' (Full Text)," Zenit, last modified March 6, 2019, https://zenit.org/articles/general-audience-pope-reflects-on-thy-kingdom-come-full-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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