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어두운 기운이 가시질 않는다. 웃음을 감추는 얼굴과 손짓을 삼가는 마음이 애잔하다. 그래도 주일이니 성당 문간이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은 마음을, 걸음이 이끈다. 동냥하듯 훑어보는 ‘주님의 집’이, 먼 옛날 살았던 곳에 마음이 끌려 찾아온 남의 집 같다.
이렇게 사는 방법도 습관이 되어간다. 이 와중에도 뒤져보면 새어 들어오는 밝은 빛을 만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발이 묶이고 목이 마른 이들에게, 교황청이 베푸는 산뜻한 배려가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문을 닫은 바티칸 박물관은 지난 3월 말부터 웹사이트 기반의 가상 관람투어(virtual tour)를 제공하고 있다. ‘Vatican News’는 소장 미술품을, 교황님들의 말씀을 곁들여 소개한다. 지난 3월 30일부터 매일 한 점씩 소개하고 있는데, 무심코 지나온 날이 오늘로 21일째가 되었다.
오늘 복음을 다시 묵상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하느님의 자비축일을 제정하신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이 함께 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역자 주] 글 말미에 붙이는 출처를 클릭하면 3월 30일 게시된 첫 회부터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바티칸 박물관 관람 (21)
“아름다움은 우리를 하나로 묶어줍니다”
아름다움은 친교를 만듭니다. 그것은 멀리 떨어져있는 관람객을 하나로 묶어주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 같은 말씀을 기회 있을 때마다 하십니다. 교회는 언제나 복음의 보편성을 예술의 언어로 번역해왔습니다. 이와 같은 전제를 기반으로, 불확실성과 고립적 특성을 지닌 역사 속에, 이런 극적인 순간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업은 바티칸 박물관과 바티칸 뉴스의 협력을 통하여 진행되고 있습니다. 바티칸이 소장하고 있는 걸작들을 교황의 말씀을 곁들여 소개합니다.
게르치노(Guercino)로 더 잘 알려진 조반니 프란체스코 바르비에리(Giovan Francesco Barbieri, 1591~1666); 성 토마스의 의심; 캔버스에 오일; 바티칸 박물관, 미술관, © Musei Vaticani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어느 정도 토마스 사도의 모습이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의심의 유혹에 시달리며 본질적 질문을 던집니다. "하느님께서 계신다는 것이 사실일까? 하느님께서 정말 세상을 창조하셨을까?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어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은 진실일까?"
이런 의문에 관한 답은 각자가 하느님의 현존을 경험하느냐 그렇지 못한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의 눈과 마음이 성령의 빛을 받을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찔리신 옆구리를 보여주시며 당신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토르 베르가타, 제15차 세계청년대회의 철야기도, 2000. 8. 19)
출처: Vatican News, 번역 장주영
[광고 게재에 관해 양해를 구하는 말씀]
수익을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1년이 넘도록 매일 만날 수 있는 훌륭한 자리를 무상으로 제공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렇게라도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블로그를 찾아주신 덕분에 생긴 일이기도 합니다. 불편을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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