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고해소가 된 주차장

MonteLuca12 2020. 5. 11. 14:58

성당 문이 열리고 미사가 재개되었지만 염려하는 마음들이 수북이 쌓인다. 무엇을 걱정하는가? 내일의 교회 살림을 불안해하고, 장래의 교회 모습을 걱정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해주던 우리나라의 교회 모습이 머리에서 지워질 만큼 긴 세월이 지나지 않았다. 기억을 더듬어 그 모습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것이 살림 걱정보다 더 필요할 것 같다. 가난해지는 마음을 염려하는 것이, 교회가 가난해질 것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겠는가?

 

팬데믹의 초기에 성체거동을 하는 이탈리아 교회의 영상이 소셜 미디어를 타고 널리 유포된 적이 있다. 그 영상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말하는 이들을 제법 많이 만났다. 그와 비슷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Vatican News에 실렸다. 조금씩 식어가던 마음에 훈풍이 스친다. 성사에 대한 열정이 꿈틀거린다.

 

성당의 빈 주차장에서 고해성사를 주는 사제

성당 주차장에서 열린 고해성사
 
더블린의 한 본당신부가 성당 주차장에서 고해성사를 주고 있다. (사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성사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자들에게 교회가 다가가는 새로운 방법으로 관심을 모은다.
 
이번 주 내내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성당 주차장에서 고해성사를 주는 사제의 사진이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팻 매킨리(Pat McKinley) 신부는 자신의 동료 사제와 함께 하루에 두 번 주차장에서 고해성사를 주고 있다. 한 번에 한 시간씩 진행되는 고해성사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준에 부합하도록 마련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 상황에서 이런 방식으로 양떼를 돌보는 사제의 모습이 트위터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화제의 본당은 아일랜드 사우스더블린주 탈라(Tallaght)에 있는 성 마르코 성당으로, 이 본당도 같은 도시의 다른 본당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조치들을 준수해 왔다.
 
늘 해온 평범한 일
 
야외 고해성사에 관한 바티칸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매킨리 신부는 지난 며칠간의 과열된 소문을 잠재우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가 주차장에서 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 교회에서 정상적인 상황일 때 하지 않던 것이 아닙니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일입니다. 사람들의 고백을 듣는 것은 바로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백을 듣는 벽의 반대쪽에 나와 앉아있다는 것입니다.”
 
맥킨리 신부는 빈 성당 주차장에서 고해성사를 주기로 본당 차원에서 결정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현재의 제한적 상황에서 고해성사를 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 그것이었고, 자기들이 실제로 원했던 것은 교회가 아직 신자들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반응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다고 맥킨리 신부는 솔직히 털어놓는다. “우리는 기다리는 동안 읽으려고 책을 가지고 나갔지만, 성사 보러 오는 신자들이 많아서 그 책을 열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야외 고해를 시작하고 나서 우리 본당 가족들 모두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맥킨리 신부는 한 여성 신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 신자는 첫영성체 이후 한 번도 고해성사를 보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야외 고해성사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보았을 때 무엇인가에 의해 자신이 떠밀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주차장을 가로질러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짓누르는 엄청난 부담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번 고해성사는 그녀에게 참으로 큰 기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사제직은 그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직무입니다.”
 
맥킨리 신부는 신자들의 반응이 정말 긍정적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렇게까지 뜨거운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것은 애당초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솔직히 소셜 미디어나 신문, 라디오 방송국을 통해 밀려오는 반응이 몹시 당황스럽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굶주림
 
폐쇄가 시작된 이후 아일랜드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교회의 서비스가 중단되었다. 맥킨리 신부는 사람들의 간절한 호소를 많이 듣는다고 말한다. “미사에 참례하지 못하고 성체를 영할 수 없는 그들의 호소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사제인 저로서도 신자들 없이 성당을 지키는 극히 비정상적인 생활이 매우 힘듭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께 대한 굶주림을 느끼고 있습니다.”
 
맥킨리 신부는 지난 한 달간 사람들과 나눈 많은 대화를 통해 얻은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나누는데 마음을 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한다.
 
다른 본당에서도 주차장에서 고해성사 주기를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 맥킨리 신부는, 주차장민이 아니라 가능한 곳이면 어디서든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대답한다. 그것이 성사를 집행하는 것이며, 사람들이 주님을 만나게 해주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처: Vatican News, 08 May 2020, 12:47,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church/news/2020-05/covid-19-dublin-priest-hears-confessions-in-church-car-par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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