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남”
사순시기 피정을 지도하는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인 로베르토 파솔리니 신부는 ‘거듭남’이라는 제목의 여섯 번째 묵상을 인도했다. 교황청의 관료들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영신 수련의 주제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이다.
[여섯 번째 묵상]
요한복음의 3장에 나오는 예수님과 니코데모와의 대화는 구원을 받기 위해서 영적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가르침을 상세하게 전해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요한 3, 5) 이 말씀은 니코데모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깊고도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씀의 뜻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고 두려움마저 일었을 것입니다. 그 말씀을 따르려면 자신이 굳게 믿고 있었던 것과 깊이 뿌리박힌 습관을 버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거듭남이 ‘물과 성령’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십니다. 생물학적인 아기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 성령의 활동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과거의 경험에 집착하지만, 진정한 거듭남은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분의 이끄심에 따라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탐험하기 위해 나서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여정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를 떠돌던 이집트 탈출의 역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징표를 봄으로써 구원을 경험했습니다. 오늘날 구원의 표징은 십자가 위에 높이 들리신 그리스도이십니다.
세례는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상징합니다. 즉각적이고 눈에 보이는 변화가 아니라 완전히 탈바꿈하는 회심의 삶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이 흐르면서 세례의 효과는 점차 약해졌고, 신앙의 의식적인 선택이라기보다는 문화적 전례로 인식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로 인해 교회 내에서 위기가 발생했고,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동떨어지고 추상적인 것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근본적인 선택을 요구하십니다. 당신 자신과의 관계를 모든 다른 관계보다도 우선시하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을 거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직 하느님 안에서만 참된 삶을 발견할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으라는 뜻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내어놓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생물학적이고 심리적인 삶을 초월하여, 영원한 차원에서 새로운 삶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는 출산의 비유를 들어 영적으로 거듭남이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임을 설명하십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생물학적 생명의 기원인 어머니의 ‘태’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의 충만함을 누리도록 초대되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이를 실천한 모범적인 분이었습니다. 성인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셨습니다.
진정한 거듭남이란 허상이 아니라 현실인 것입니다. 변화되도록 자신을 성령께 내어 맡기는 순간, 영원한 생명의 약속이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2025년 3월 12일 수요일 오전 9시)
출처: Vatican News, 12 March 2025, 09:58,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25-03/spiritual-exercises-of-the-curia-12-march-20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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