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2025년 교황청의 사순시기 특강(6)

MonteLuca12 2025. 3. 16. 07:18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사순시기 피정을 지도하는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인 로베르토 파솔리니 신부는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라는 제목의 다섯 번째 묵상을 인도했다. 교황청의 관료들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영신 수련의 주제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이다.

 

[다섯 번째 묵상]

 

인생 여정의 진정한 도전은 단순히 죽음을 통과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원한 생명이 지금 여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세상에는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 두 부류만 존재한다는 착각에 빠져 살아갑니다. 요한복음은 라자로의 부활을 통해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집습니다. 진정한 죽음이란 단순히 숨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수치심, 통제에 갇힌 상태를 의미합니다. 수의에 싸여 꼼짝도 할 수 없는 라자로의 모습이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죽은 라자로는 지나친 기대와 경직된 틀에 얽매여 자유를 잃고 자신의 내면과도 단절되어 버린 우리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마르타와 마리아가 오빠의 죽음 앞에서 예수님께 드린 말씀은 조건부 신앙이었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한 11, 21) 이 말에는 우리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하느님께서 언제든 개입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고통을 없애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고통을 변화시키기 위해 오셨습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요한 11, 25) 우리가 정말로 죽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지금 그리스도와 그분의 말씀을 믿으며 진정으로 살아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러한 인간의 모습은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는 여인의 이야기에서 되풀이됩니다. 숱한 고생을 해왔던 그녀는 자신의 병이 치유될 것이란 믿음에서 용기를 내어 예수님의 옷자락에 손을 댑니다. (마르 5, 25-34) 그녀의 상태는 모든 인류가 처해있는 상황을 상징합니다. 우리는 병을 고치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강구하고 생명의 연장을 간절히 원합니다. 심지어 허망한 우상에 의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직 그리스도와의 접촉만이 참된 치유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분께서는 육체적인 치유뿐만 아니라 내적인 치유까지도 해주시는 분입니다. 그분과 함께 있으면 믿음을 가지게 되고 대우받는 기분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마르 5, 34) 구원은 단순히 하느님의 외적 개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의 현존에 마음을 여는 능력 여하에 따라 주어진다는 것을 성경은 보여줍니다. 이는 고백과 모든 화해의 과정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단순한 형식적인 행위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죽지 않고 살기를 진정으로 원하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가 우리의 마음 안에서 되살아나야만 구원이 성취되는 것입니다.

 

라자로의 부활과 하혈하는 여인의 치유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며 죽어가는 사람인가, 아니면 이미 부활을 경험하기 시작한 살아 있는 사람인가? 영원한 생명은 단지 미래에 받을 보상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자유와 희망, 그리고 우리를 은총 충만한 삶으로 초대하시는 하느님을 굳게 믿으며 사는 것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11 March 2025, 18:00,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25-03/spiritual-exercises-of-the-curia-dying-or-living.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