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교황청의 사순시기 특강(5) (2024년)

MonteLuca12 2024. 3. 24. 09:46

예수님의 ‘작별 인사’

 

교황청의 다섯 번째 사순 특강은 네 번째 특강에 이어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라는 요한복음의 말씀에 대한 묵상이었다.

 

교황청 강론 전담 사제 라니에로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금요일 오전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관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섯 번째 사순 특강을 진행했다. 추기경은 이 묵상이 성령의 내적 인도에 우리 자신을 완전히 맡기겠다는 새로운 결심을 고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네 차례의 사순 특강이 요한복음을 통해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떤 분인지를 살펴보았다는 점을 상기시킨 추기경은, 마지막 단계로 사도들에게 보내시는 예수님의 ‘작별 인사’에 관해 살펴보자고 제안한다. 이번에는 문맥을 요약하고 문단과 단락들 사이의 차이점을 찾기 위한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런 시도는 분화구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의 줄기에 영역을 표시하고 구역을 나누는 것과 같은 무의미한 짓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추기경은 거두절미하고 요한복음의 구절을 펼쳐 읽는다.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그러자 토마스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요한 14, 3-6)

 

제자들에게 주신 삶의 지침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인생 여정의 길이며 목적지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나를 따라라!’, 혹은 ‘나를 따라오너라!’ 예수님께서는 지상에서의 삶을 사시는 동안 사도들과 당신이 만나셨던 사람들 모두에게 하신 이 말씀을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도 똑같이 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그리스도께서 가신 길을 좇아가고 그분의 뜻에 따라 산다면 그리스도인의 삶을 특징짓는 역동성과 신앙이 삶의 행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따라간다는 말은 믿는다거나 사랑한다는 말과는 달리, 생각과 마음의 특정한 태도를 나타낼 뿐 아니라, 제자들에게 주신 삶의 지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삶의 방식, 운명, 그리고 주님의 사명에 대한 완전한 공유를 의미합니다.

 

추기경은 계속해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이 다른 형태의 따르기와 어떻게 구별되는지, 그리고 예수님께서 어떻게 우리에게 그분을 효과적으로 따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주셨는지를 설명한다. 복음은 예수님께서 지상 생활을 하시는 동안 우리에게 주신 것이지만, 복음을 지키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은 오직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그분의 영을 통해서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선한 영감

 

추기경은 ‘성령의 영감’, 이른바 ‘선한 영감’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사람마다 각기 다르고 특별합니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겪는 갖가지 일 안에서, 또한 성경과 영적 지도자의 인도를 통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평범하면서도 중요한 수단은 은총에서 얻는 영감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심금을 울리는 성령의 내적 간원에 의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알게 해주실 뿐만 아니라, 본인이 동의할 경우 그것을 성취하는데 필요한 힘과 기쁨을 우리에게 주십니다.

 

온전한 의탁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이 묵상의 구체적인 결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영적 지도를 받듯이, 성령의 내적 인도에 우리 자신을 온전히 맡기겠다는 새로운 결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떠들썩하게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내면의 울림으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성령께 자기 자신을 완전히 맡겨야 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이 숨겨진 프롬프터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 삶의 현장에서 우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훌륭한 배우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성령의 이끄심에 순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자 주] 관객이 볼 수 없는 곳에서 무대에 등장한 배우에게 대사나 동작을 일러 주는 사람을 뜻하는 말. 최근에는 방송에서 발화자가 원고나 노래 가사 등의 문장(scripts)을 멀리서 확인할 수 있도록 표시하는 장치를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일러주신다

 

이것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말씀하고, 가르치고, 지시하시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단순히 내면을 들여다보며 마음의 움직임을 성찰하고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성령의 영감을 받아들이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사목자와 교회의 관리 운영을 맡은 이들에게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직 이런 방법에 따라서만 그리스도의 영이 세상의 대리인들을 통해 당신의 교회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배에 타고 있는 모든 승객이 선내 방송에 귀 기울여 항로와 기상 조건, 빙산에 관한 정보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운항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합니다.

 

추기경은 이번에 맞이하는 부활에 대한 희망을 피력한다. “부활하신 주님을 바라보며 사순 시기 특강을 통해 묵상한 말씀, 특히 주님의 파스카 승리를 선포하는 이 말씀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믿느냐?’(요한 11, 25-26)

 

칸탈라메사 추기경은 교황과 교황청 관료들에게 행복하고 거룩한 부활을 축원하는 인사로 금년도 사순 특강을 모두 마무리했다.

 

출처: Vatican News, 22 March 2024, 09:55, 번역 장주영

Cardinal Cantalamessa gives fifth Lenten sermon - Vatican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