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2024년 부활 메시지와 「우르비 엣 오르비」강복

MonteLuca12 2024. 4. 1. 12:28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주님 부활 대축일 낮미사’를 집전한 후 온 세상 사람들에게 부활 메시지를 전하고 「우르비 엣 오르비」 강복을 내렸다. 교황은 부활 메시지를 통해 예루살렘 성지, 우크라이나, 미얀마, 시리아, 레바논, 아프리카 등 전쟁을 겪는 지역을 위해 기도했다. 또한, 인신매매 피해자, 낙태로 희생된 태아, 그리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를 바쳤다.

 

어제(로마 시간) 오전에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 중앙 테라스(로지아)에서 조금 전 미사가 봉헌된 광장을 내려다보며 부활 메시지와 함께 오랜 전통의 「우르비 엣 오르비」 강복을 내렸다.

 

[역자 주] “Urbi et Orbi” Blessing

도시와 전 세계에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며, 이후 로마에 운집한 청중들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보이지 않는 청중들에게 교황이 베푸는 장엄한 강복을 뜻한다. 이 교황 강복은 성년(聖年) 동안에, 그리고 교황 착좌식 기타 중요한 기회에 종종 베풀어진다. 이 강복은 한 때 50년이 넘도록 베풀어지지 않고 있었는데. 교황 비오 11세가 1922년에 이를 부활시켰다. (출처: 가톨릭대사전)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약 6만 명의 순례자들을 포함해 모든 이들에게 부활 축합니다!라는 가장 대중적인 인사로 이 행사를 시작했다.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마르 16, 6) 교황은 2000년 전 예루살렘에서 선포되었던 이 놀라운 소식이 오늘 전 세계 울려 퍼지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는 오늘 주간 첫날 이른 아침 무덤에 갔던 여인들의 놀라던 모습을 되새기고 있다는 점을 교황은 거듭 강조한다.

 

교황은 예수님의 무덤이 큰 돌로 막혀있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오늘날에도 무거운 돌들이 인류의 희망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전쟁, 인도주의적 위기, 인권 침해, 인신매매 등의 ‘돌’이 그대로 남아있는 현실을 개탄한다.

 

예수님의 빈 무덤에서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된다

 

예수님 시대의 여성 제자들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묻습니다. 누가 우리를 위해 무덤 입구에서 돌을 굴려 치울 것인가? 그날 아침 무덤을 막고 있던 엄청나게 큰 돌이 치워져 있는 것을 본 여인들은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그들이 느꼈던 놀라움이 오늘 우리의 놀라움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예수님의 무덤은 열려 있고 비어 있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됩니다.”

 

교황은 이 빈 무덤을 통해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오직 하느님께서만 열어주시는 그 길을 우리의 힘으로는 열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죽음 속에서 생명의 길을, 전쟁 속에서 평화의 길을, 증오 속에서도 화해의 길을, 적대 속에서 형제애의 길을 열어주십니다.

화해와 평화의 길이신 예수님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그분만이 생명의 길을 가로막는 돌을 굴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계십니다.

 

죄를 용서하지 못한다면 편견과 상호 비난을 극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자기는 항상 옳고 다른 사람들은 틀렸다는 가정의 장벽을 허물 수 없습니다. 오직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만 우리의 죄를 용서하심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위한 길을 열어주십니다.

 

우리 앞에 놓여있는 생명의 문, 전 세계로 확산하는 전쟁으로 인해 우리가 계속 닫아두고 있는 그 문을 열어주실 수 있는 분은 오로지 예수님뿐입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신비가 일어났던 성지 예루살렘을 바라봅니다. 성지의 모든 그리스도교 공동체를 생각해 보십시오.

 

에루실렘 성지와 우크라이나

 

교황은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등 전 세계의 수많은 전쟁의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애도로 부활 메시지를 이어간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전쟁으로 피폐해진 이 지역의 사람들에게 평화의 길을 열어주시기를 빕니다.

 

전쟁 중인 국가들이 국제법의 원칙을 존중할 것을 촉구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 모든 포로를 전면적으로 교환하기를 바랍니다. 이는 모두를 위한 일입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인질 석방

 

교황은 가자지구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한다.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원조를 위한 접근이 보장될 것을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지난해 10월 7일 억류된 인질들의 신속한 석방과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재차 촉구합니다.

 

교황은 민간인, 특히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의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호소한다.

 

그들의 눈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엄청난 고통을 말해줍니다. 그들의 눈빛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죽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입니까?’,  이 모든 파괴의 원인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전쟁은 누구에게든 '패배'를 안겨주는 어리석은 짓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장과 재무장(rearming)의 논리에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평화는 무기로 만들어지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 때만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는 전쟁

 

교황은 13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서부 발칸 반도 지역 국가인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의 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희망의 길을 열어주시기를 기도한다.

 

이어서 아이티와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내부 갈등, 폭력과 파괴, 유혈 사태가 조속히 종식되기를 염원하는 기도를 바친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에 평화의 길이 열리기를 기원한다. 특히 수단과 사헬 지역 전체,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지역에 속한 국가들과 콩고민주공화국의 키부 지역, 모잠비크의 카포 델가도 등지에서 고통받는 국민을 생각하며 기근과 굶주림을 유발하는 장기간의 가뭄 상황을 종식시켜 주시기를 부활하신 주님께 청한다.

 

소중한 생명의 선물과 출생을 거부당한 태아들

 

또한, 이민자들과 어려운 삶의 환경에서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를 바치며, 곤경에 처해 있는 그들에게 주님께서 위로와 희망을 주시기를 간구한다.

 

교황은 낙태로 인해 태중에서 죽임을 당하는 어린 생명, 굶주림과 폭력으로 희생되는 가엾은 생명에 대한 기도를 이어간다.

 

아직도 생명이라는 귀중한 선물이 멸시당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태중의 아기들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죽어가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굶주림으로 죽고, 필수적인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학대와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사고파는 인신매매의 흉악한 범죄도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낌없는 노력을 호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죽음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키신 날, 저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호소합니다. 인신매매의 ’재앙‘에 맞서 싸우는데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착취의 그물망을 해체하고 피해자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주기 위해 지치지 말고 일해 주실 것을 거듭 부탁합니다.”

 

교황은 모든 이들이 진정한 평화를 위하여 함께 노력해 줄 것을 기도하며 부활 메시지를 마무리한다.

 

“주님 부활의 빛이 우리의 정신을 비추고,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켜 환영받고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할, 모든 인간 생명의 가치를 깨닫게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주님께서 그들의 가족들을 위로해 주시고, 특히 사랑하는 이들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고,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아래 URL을 클릭하면 동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A4spBbxGEtk

 

출처: Vatican News, 31 March 2024, 12:29, 번역 장주영

Pope Francis at Easter Urbi et Orbi: Christ is risen! All begins anew! - Vatican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