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300

‘시노달리타스’

‘사스’와, ‘메르스’가 변죽울림이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때만해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참고 견디면 지나갈 것이라고 믿게 만든 주범이 걔네들이었다. 그것들이 알량한 배짱만 쓸데없이 키워놓았다. 우리네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코로나’가 이토록 질긴 놈일 줄은 정말 몰랐다. 어르고 달래다 못해 지쳐서 친하게 지낼 방법을 궁리하다 보니, 독한 놈이라 욕하고 싶은 부아가 슬며시 치밀어 오른다. 인터넷에 ‘새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어색해 보이는 지경까지 왔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도 참으로 새롭다. 대화, 만남, 그런 단어들과 반대편의 의미를 지닌 ‘비대면’이란 용어가 서로 어우러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불편하기보..

교황님의 묵상 2021.12.07

2021년 12월의 기도지향

교황님의 12월 기도지향 : "교리교사들을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12월 한 달 동안 모든 신자들이 교리교사들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교리교사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부름 받은 사람들로서 용기와 창의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성령의 능력에 힘입어 기쁨이 넘치고 평화가 충만한 가운데 하느님 말씀을 증언하는 분들입니다.” 새로 발표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교황은 이렇게 말한다. "교리교사들은 신앙의 전달과 성장에 관한 귀중한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가 매달 제작해 발표하는 영상 메시지에는 교황님께서 당부하는 그달의 특별 기도지향이 담겨있다. 2021년 12월의 기도지향은 다음과 같다. “하느님 말씀을 전하도록 부름받은 교리 교사들이 성령의..

교황님의 묵상 2021.12.01

2021년 11월의 기도지향

교황님의 11월 기도지향 :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1월의 기도지향을 발표하면서, 슬픔과 무관심, 영적 피로감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할 것을 당부한다. “과로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감정적, 정서적, 육체적 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 교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로 11월의 기도지향을 담은 영상메시지를 시작한다. 이 영상 메시지는 ‘교황님의 전 세계 기도 네트워크’가 제작하여 발표했다. 이는 가을과 겨울에 접어들면서 주로 북반구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 기간 동안 차가워진 기온에 비가 내리는 날씨가 잦아지면서 실내에 갇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조용히 들어주기 교황은 시..

교황님의 묵상 2021.11.05

'Click To Pray' 새 버전

지난 17, 18일 이틀 동안 접속 장애가 있었던 'Click To Pray'는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어제(20일) 아침 Vatican News(영문판) 기사가 개편된 앱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루를 넘겨서야 번역할 시간을 냈습니다. 이번 개편은, 이 달에 시작하여 2년간 열리게 될 시노드의 개막에 맞춰 전 세계 신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 기도 커뮤니티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곱 개 언어로 제공되는 앱에 우리말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마음으로 동참하려는 열의가 하느님께 충분히 닿을 것이라 믿습니다. 극히 제한적이지만 지금까지 해 온대로 ‘교황님과 함께 매일 바치는 기도’를 힘닿는 데까지 번역해 올리겠..

교황님의 묵상 2021.10.21

가난한 이들

아직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The Pope’s Worldwide Prayer Network)의 Click To Pray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은 교황님께서 가난한 이들과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는 10월 15일자 Vatican News(영어판)의 기사를 번역해 싣습니다. 아울러 11월 14일(연중 제 33주일) 지내게 될 ‘세계 가난한 이의 날’ 교황님 담화문의 일부를 발췌해 붙입니다. “사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다”(마르 14,7) 가난한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를 복음화시킵니다. 그들은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의 참 얼굴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이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그들은 신앙 감각(sensus fidei)을 지니고 있..

교황님의 묵상 2021.10.18

2021년 10월의 기도지향

교황님의 10월 기도지향 : "선교하는 제자가 되기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10월의 기도지향을 발표하면서,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선교하는 제자가 되어 교회의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는데 마음을 열도록 함께 기도할 것을 당부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리고 바로 당신에게 선교하는 제자가 되어달라고 말씀하십니다. 당신은 응답할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교황은 이런 초대의 말로 10월의 기도지향을 담은 영상메시지를 시작한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마음의 문을 열도록 초대된 사람들로서, 매일의 평범한 삶 안에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 같은 일상적인 삶이나 우연히 마주치는 사건들은 모두가 성령의 인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교황님의 묵상 2021.10.01

성모칠고(聖母七苦)

우리 아파트와 수도원이 운영하는 교육센터 사이에 경계를 짓는 철제 울타리가 쳐져 있다. 야트막한 울타리는 영역을 나누는 기능보다는, 그 밑에 심어진 화초의 넝쿨을 안아주기 위한 예쁜 지지대의 역할을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그 새댁을 처음 본 것은 새 집에 이사하고 처음 맞은 성탄의 성야미사였다. 한 마당 안에 성당을 두고 있는 집이 어디에 또 있을까? 그런 행복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첨례를 지키러 온 앳된 엄마는 그 수도원 성당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쩌다 만난 이웃일 뿐이다. 약간의 우수가 담긴, 수줍음 가득한 눈빛이 그녀가 내게 전한 인사의 전부였고, 미사 중에 만났다는 특별한 친근감 때문에 나는 그저 목례로 답했을 뿐, 한마디 말도 주고받은 적이 ..

교황님의 묵상 2021.09.17

2021년 9월의 기도지향

교황님의 9월 기도지향 : ‘지속 가능한 생태적 생활양식’을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9월의 기도지향을 발표하면서, “우리 모두가 검소하고 지속 가능한 생태적 생활양식을 용기 있게 선택하고, 이를 위하여 확고히 헌신하는 젊은이들을 보며 기뻐할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을 당부한다. [역자 주] 이탤릭체로 표기된 '기도지향'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공식적인 우리말 번역을 인용한 것임을 밝힌다. 교회가 매년 9월 1일부터 지내는 ‘창조의 시기’(Season of Creation)㈜를 맞아 교황은 모든 사람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을 선택할 것을 호소한다. [역자 주] ‘창조 시기(Season of Creation)’는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기도하고 행동에 나서는 교회일..

교황님의 묵상 2021.09.03

위선

돌부리를 차고 싶은 어리석은 충동은 잔디이불을 뒤집어 써야나 없어질까 보다. 투정이 인내의 임계점을 뚫고 끓어올라 발악의 경지에 다다랐다 내려오면, 애모한 발등만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올라 벌건 핏빛을 내비치곤 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도대체 언제 적 조상들의 체험이 지어낸 속담일까? 투정이든 화풀이든 모두가 제 속에서 풀지 못한 불만을 받아줄 엉뚱한 대상을 찾는 못된 심보다. 떼를 써서 제 욕심을 채우려는 억지고, 만만한 희생양을 고르는 쩨쩨하고 치사한 습성이다. 돈을 처발라 치장하고 명품으로 뒤덮어 가린다. 염불 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고, 본질 보다는 형식에 탐닉한다. 체면과 염치 같은 것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초개처럼 내던진다. 미소 뒤에 감춘 칼날이 날카롭다. 음흉한 계략의..

교황님의 묵상 2021.08.31

"나는 천주교인이오"

하늘을 대충대충 가린 구름 사이로 여름 한철을 대비하여 열기를 채우고 있는 태양이 슬쩍슬쩍 얼굴을 내민다. 아주 뜨겁지 않아 순례하기에 안성맞춤인 6월 중순의 아침을 막 벗어난 시간이지만, 우리나라 두 번째 국제성지인 이곳의 잔디 광장은 이천여 무명 순교자들의 침묵기도만이 흐르고 있다. 호야나무에 매달려 들었던 가족의 울음소리와 순교자들의 귀를 지나쳤을 리 만무한 저주의 말들이 순교터에 내려 앉아 잔디 잎새에 덮여있다. 자리개질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내뱉던 외마디와 하수구, 진둠벙에 내쳐져 죽음을 맞던 신음이 해미천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 생매장 될 길을 걸어 구덩이에 들어가고 산 채로 묻히던 순교자들의 이름을 해미 산골에 모두 담을 수 있을까? 이곳에서 백리길, 당진 땅의 솔향기가 그 옆 마을을 지나온..

교황님의 묵상 2021.08.23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