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와, ‘메르스’가 변죽울림이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 때만해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만 참고 견디면 지나갈 것이라고 믿게 만든 주범이 걔네들이었다. 그것들이 알량한 배짱만 쓸데없이 키워놓았다. 우리네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코로나’가 이토록 질긴 놈일 줄은 정말 몰랐다. 어르고 달래다 못해 지쳐서 친하게 지낼 방법을 궁리하다 보니, 독한 놈이라 욕하고 싶은 부아가 슬며시 치밀어 오른다.
인터넷에 ‘새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어색해 보이는 지경까지 왔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새로운 느낌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도 참으로 새롭다. 대화, 만남, 그런 단어들과 반대편의 의미를 지닌 ‘비대면’이란 용어가 서로 어우러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불편하기보다는 그것이 되레 자연스러워졌다.
교황청 홍보부 차관 루치오 아드리안 루이스(Lucio Adrian Ruiz) 몬시뇰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가 디지털 문화의 중요성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문화는 지리적인 차이나 실존적 주변상황을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만들고 서로가 접촉하고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 블로그 제1021화, 2021. 10. 21)
전 세계의 신자들이 매일 모여 기도하는 공간이 있다. 우리 본당의 성모상 앞도 아니고 로마의 베드로 광장도 아니다. 날을 정해 놓고 만나던 봉사모임도 아니고 열심히 참여해 믿음을 키우던 신심단체도 아니다. 때와 장소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 자리엔 교황님이 계신다. 그 어른께서 기도지향을 정해주시는 자리이고, 삼백예순닷새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세끼 영적 양식을 배급하는 곳이다.
우리가 함께하는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The Pope’s Worldwide Prayer Network)는 177년의 역사를 가진 '기도의 사도직(Apostleship of Prayer)'이다. 교황님과 함께하는 기도의 디지털 플랫폼인 'Click To Pray'가 지난 10월 중순 새 단장을 했다. 이 앱은 모든 사용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함께 매일 기도하는 다양하고 구체적인 주제를 제공하고, 아울러 시노드 여정을 위한 기도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교황청 담당기구인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는 밝힌다. (같은 게시글 제1055화, 2021. 12. 1 참조)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사무처 사무총장 마리오 그레크 추기경은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가 많은 이들의 영적 성장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마음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성령의 은사를 발견하는 만남의 장을 제공한다고 덧붙인다. 추기경은 시노드와 관련해 기도의 중요성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공동합의성’(Synodalitas)은 기도에서 비롯되고 기도에 의해 지속되는 개인적이고도 공동체적인 회심을 필요로 합니다. 침묵과 묵상에서 우러나오는 우리의 기도는 교회 전체에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게시글 제1012화, 2021. 10. 21)
Synodalitas (영어 Synodality)는 사실 그동안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미완의 신학적 주제였다. 교회의 속성으로서의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시노드 자체를 넘어서는 보다 광범위한 신학적 개념이다. 이는 교회의 비가시적이며 영적인 친교 개념을 가시적 차원에서 실제적으로 적용해 실현하는 기능적 역할을 하면서도, 모든 교회 구성원들의 실존적 삶에 적용되는 하나의 교회적 삶의 방식(modus vivendi Ecclesiae)이라고 규정 가능하다. 나아가, 이는 친교의 신학과 영성을 향한 하나의 ‘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시노드’(synod)라는 단어 자체의 그리스어 어원적 의미는, 하느님 백성이 ‘함께’(syn) ‘길’(hodos)을 걸어 나간다는 뜻을 지닌다. (박준양 신부, 2018년 5월 20일자 가톨릭신문 특별기고 중에서)
그동안 ‘공동합의성’으로 번역해 온 ‘Synodalitas’의 우리말 번역에 대해 논의하였다. ‘Synodalitas’는 하느님의 뜻을 찾는 ‘식별’을 위해 모든 하느님 백성이 친교 안에서 함께 참여하고 경청하며 논의하는 여정의 구조와 정신을 담고 있다. 따라서 ‘공동합의성’, ‘공동 식별 여정’, ‘함께 가기’, ‘동반 여정’ 등 한 단어로는 하느님 백성의 공동 여정이라는 ‘Synodalitas’의 핵심적인 의미를 충분히 담을 수 없다는 데 동의하였다. 이에 라틴어 발음대로 ‘시노달리타스’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교회의 2021년 추계 정기총회 결과 보도자료)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마리오 크레크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침묵과 묵상에서 우러나오는 기도가 아닐까? 풍요로운 신앙 환경에 도취되었던 우리의 기도는 빛바랜 장식품이 되어 입술에 매달려 있었던 것은 아닐까? 코로나와 시노드가 함께 가는 여정에 동참하는 방법이 확연히 떠오른다. 우리의 기도가 ‘친교’와 ‘참여’의 끈이 되고 ‘사명’이 무엇인지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란 믿음이 굳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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