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300

성 금요일에 바친 '십자가의 길'

십자가의 길을 주례한 교황 “형제를 대적하여 전쟁을 일으킨 형제의 손에서 무기를 거두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금요일 저녁에 십자가의 길을 주례했다. 이날 십자가의 길 각 처에서는 이미 선정된 열네 가정이 참여하여 자신들이 경험한 고통과 희망에 대한 묵상글을 낭독했다. 전통적으로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성 금요일 저녁에 바쳐온 십자가의 길은, 2019년부터 3년간 중단된 이후 제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이날 십자가의 길을 주례한 교황은, 만 명이 넘는 신자들과 함께 예수님께서 가신 수난과 죽음을 길을 따라가면서 각 처마다 그 뜻을 묵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콜로세움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치는 전통은 그 뿌리가 수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의 전통은 교황 성 바오로6세가 주례했던 1964년에..

교황님의 묵상 2022.04.16

교황님의 '발 씻김' 예식

교도소에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봉헌한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마 북쪽의 항구 도시 치비타베키아(Civitavecchia)에 새로 설립된 교도소에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In Coena Domini)㈜를 주례하며, 그곳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 12명의 발을 씻어주었다. [역자 주] ‘주님 만찬 성목요일’을 뜻하는 라틴어 ‘In Coena Domini’는 ‘주님의 식탁에서’라는 말로, 1963년부터 1770년 사이에 연속적으로 반포된 교황 칙령의 시작 문구에서 따온 것이다. 교황은 목요일 오후 4시에 도착하여, 교도소 측의 영접을 받으며 구내에 있는 경당으로 가서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이탈리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수감자, 보안요원, 교도소 직원 및 관계자들이 참례했다. 봉사와 겸..

교황님의 묵상 2022.04.15

은사와 봉사 (교황청의 사순시기 특강)

봄비는 아직도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기다림, 설렘 같은 기분 좋은 추억을 되새김질하게 만든다. 오늘 새벽엔 관악산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여명이 찾아오는 시간을 조금씩 앞당기면서 얼마 전부터 산봉우리의 윤곽선이 희미하게 보이더니 어제는 제법 분명했었다. 그것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는 습관은 뒤늦게 붙은 것이다. 정확하고 실수가 없는 전자기기의 자명종이 울 때쯤이면, 거의 나는 먼저 눈을 뜬 채로 제 놈의 충성심을 점검한다. 어쩌다 막바지 꿈속을 헤매는 날이면 그 놈이 지르는 소리가 귀에 몹시 거슬린다. 눈이 뻑뻑하고 입술이 두툼해지는 것은 달음질에서 지고 심술부리던 어릴 적 못된 심보가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의 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저물어 버린다. 일주일이 지나가나 싶..

교황님의 묵상 2022.04.13

2022년 4월의 기도지향

교황님의 2022년 4월 기도지향: “보건 의료 종사자들을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한 달 동안의 기도지향을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보건 의료 종사자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요청하면서, 각 나라의 정부가 모든 이들이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화요일(로마 시간) 4월의 기도지향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코로나의 대유행을 겪으면서 우리는 보건 의료 종사자, 자원 봉사자, 지원 인력, 사제와 남녀 수도자의 헌신적인 봉사와 자비로운 마음을 보았습니다.” 교황은 이번 달, 보건 의료 종사자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보건의료의 비상 상황에서 시험대에 오른 여러 나라의 의료 시스템에 관해 이야기한다. 팬데믹을 통해 밝혀진 것 코로나-19..

교황님의 묵상 2022.04.06

2022년 3월의 기도지향

교황님의 3월 기도지향: “생명 윤리의 도전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응답을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의 기도지향을 발표하면서 생명 윤리의 새로운 도전에 맞서 그리스도인들이 응답해 줄 것을 당부했다. "우리 함께 생명 윤리의 도전에 맞서 그리스도인의 응답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이 같은 지향으로 함께 기도해 줄 것을 호소한다. 그는 생물 윤리 분야의 과학적 연구가 최근 몇 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교황은 이러한 도전에 용감히 대응할 것을 촉구하면서 타조처럼 머리를 땅에 묻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생명공학은 언제나 인간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하여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명경시 풍조 교황은 인간 배아..

교황님의 묵상 2022.03.09

2022년 2월의 기도지향

교황님의 2월 기도지향 : "여자 수도자들과 축성 생활자들을 위하여” 교황님의 월간 기도지향이 Vatican News에 기사 형식으로 게재되어 왔습니다. 이달의 기도지향도 2월 1일 같은 방식으로 실렸습니다만, 이 기사의 ‘접속오류’ 상태가 오늘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안으로 동영상의 자막(영어)을 우리말로 옮겨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이번 달에는 우리 함께, 여자 수도자들과 축성 생활자들을 위하여 특별한 마음으로 기도합시다. 여자 수도자들과 축성 생활자들이 없었다면 우리 교회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을 빼놓고는 교회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모든 축성 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우리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 자신들의 사명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최..

교황님의 묵상 2022.02.04

사상 처음으로 평신도에게 독서직 수여

오늘은 지난 두 번과 다른 이유로 기도를 전해드리지 못합니다. ‘낮기도’와 ‘저녁기도’가 제대로 업데이트 되지 못한 채, 어제와 동일한 내용이 올려져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최근에 교황님께서 사상 처음으로 평신도에게 독서직을 수여하신 소식을 관련 문헌과 기사를 모아 전합니다. 지난 24일 다수의 국내 언론들이 교황님께서 사상 처음으로 평신도에게 독서직을 수여하셨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톨릭평화신문」도 1월 30일 발행될 신문에, “교황, 첫 여성 평신도 독서직 수여”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에서 로마에 유학 중인 한국인 김나영(심포로사)씨 등 평신도 16명에게 독서직과 교리교사 직무를 수여했다. (가톨릭평화신문 제1648호) 교황님께서는 1년 ..

교황님의 묵상 2022.01.27

성년(聖年)

돌아보는 일에 이골이 났다. 옛 이야기에 늘 침이 마른다. 살붙이고 덧대기에 신이 난다. 이, 삼십 년 전의 일은 시간적 차이를 구분하는 것조차 헷갈리고, 기억의 미로를 후비며 돌아다니는 재미가 덜하다. 오십 년쯤 지난 것이라야 몰입과 감정이입 지수를 급격히 상승시키는 힘을 지닌다. 그 정도 돼야 과장과 허풍이 난무하는 빨래터 아낙들의 입심에 도전할만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금경축’이란 단어가 등재되어 있다. “사제로 서품된 지 50년 되는 해를 기리는 일”로 풀이되어 있다. 워드프로세서에 ‘은경축’이란 단어를 치면 즉각 빨간 밑줄이 그어진다. 잘못된 단어라는 뜻이다. 그래도 보기 힘든 은혼식에 비해 ‘은경축’은 성대한 행사로 인식된다. 성소의 희소성, 성품(聖品)의 고귀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

교황님의 묵상 2022.01.14

2022년 1월의 기도지향

교황님의 1월 기도지향 : "종교적 박해를 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1월 한 달 동안, 종교적 차별과 박해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해 달라고 당부한다. 종교의 자유는 예배의 자유에 국한되지 않고 형제애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2022년 1월의 월간 기도지향을 발표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교황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문명화된 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신앙을 고백한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어떻게 용납될 수 있겠습니까?" “수많은 ‘종교적 소수자‘들이 차별이나 박해를 당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교황의 기도지향을 담은 영상 메시지는 교황청 재단인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가 매달 제작해 발표해왔다. 이번 달의 영상은..

교황님의 묵상 2022.01.05

교황청의 대림시기 특강

원 없이 낙엽을 밟았다. 탯줄을 떼고 나서부터 여태껏 보았던 것보다 더 많은 낙엽을 올가을에 만났다. 오늘은 그 낙엽의 얼굴이 맛만 보여준 눈에 살짝 덮였다. 부서지며 내는 낙엽의 애절한 신음과 서설(瑞雪)의 상쾌한 아침인사가 고요한 계곡의 아침을 깨운다. 장맛비를 흉내질하던 봄비의 심술 때문에 온 산등성에 눈처럼 뿌려졌던 벚꽃 잎의 향연이 그 위에 겹친다. 우산 위를 수두룩하게 덮고, 신발 코와 옆구리를 띄엄띄엄 수놓았던 꽃잎은, 그깟 봄비의 허세에 굴복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나 보다. 양말에 흠뻑 스며든 빗물을 짜낼 양으로 고가 밑 노숙인들의 자리를 빌려 엉덩이를 걸칠 때까지 풀로 붙인 이름표처럼 예까지 따라왔다. 이임미사를 며칠 앞둔 추기경님은,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어깨에 이야기보따리를 걸머..

교황님의 묵상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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