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라틴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어에 눈뜬지 1년밖에 안된 햇병아리에겐 엄청나게 무거운 짐이다. 신학교의 1년 짬밥은 대단하면서도 별거 아니었다. 요령이 통하는 틈새가 극히 좁았지만, 그런 걸 찾았다 해도 혼자만 누리라고 감싸줄 덮개가 빤한 세계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힘들게 느껴지는 두번째 해가 두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우리의 작은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큰 바위가, 갑자기 날아든 뉴스로 뒤엎어졌다. 서울교구장에 새 주교님이 임명되었고 그분은 우리학교 교정을 착좌식장으로 정하신 것이다. 주교님은 착좌 미사가 봉헌된 후 일주일 간 우리와 함께 사시면서, 당신 신학교생활의 경험담을 옛날이야기처럼 들려주셨다. 그분은 그후 꼭 1년만에 같은 자리에서 추기경 서임 미사를 집전하신다. 학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