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나라 2

나를 찾고 계신다

그저 시오리 정도되는 길이 참 멀기도 했다. 작은 냇물을 건너던 생각이 나지만, 길에 배겨 있는 돌의 크기가 매우 다양했다는 기억이 더 또렷하다. 한번 가보고 싶다며 되뇌이는 말은, 거기를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야 했던 바닷가 마을을 돌아서는 순간, 안개 같이 흩어져버린다. 해발 삼백 미터가 채 안되는 운봉산 서쪽자락의 작은 마을은 구교우들이 모여 사는 옹기골이었다. 안방과 부엌을 가르는 토벽의 정 중앙에 편지지 한 장 크기의 구멍이 파여 있다. 그 턱에 올려진 작은 호롱이 비리비리 맥없는 불꽃 하나를 밀어 올려, 이쪽 저쪽의 어둠을 간신히 내몬다. 옹기가마의 열기가 식은 지 오래된 이곳 사람들의 삶은, 척박한 밭농사가 대부분이다. 복령 캐러 갔다가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

긍정적 징후

탐험대를 조직했다. 벌써 몇차례 ‘작전회의’가 있었다. 제법 많은 준비물을 조달하는 것이 우리 형편 상 녹록하지 않다. 후방 마무리 책임자는 만장일치로 진즉 선발되었지만, 척후 임무를 맡은 선봉대장을 뽑는 데에는 약간의 진통이 있었다. 탐험 마지막의 시간 관리가 중요하여 체력과 순간기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소하고 부실한 체력 탓에 대열의 제일 중간 자리를 배정받았다. 몇개 받아 둔 날 중에서 D-day를 정했지만 H-hour를 잡는 것에는 신중을 기했다. 탐험에 소요되는 시간을 정확히 추정해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행의 날이 왔고 우리는 비장한 각오로 작전을 개시했다. 공식적인 시작기도 없이 침묵 중에 각자 하자는 약속도 미리 해 두었다. 작전에 방해되는 기도 소음조차도 사전에 차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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