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키시스(Catechesis)

나를 찾고 계신다

MonteLuca12 2019. 5. 26. 09:36

 

그저 시오리 정도되는 길이 참 멀기도 했다. 작은 냇물을 건너던 생각이 나지만, 길에 배겨 있는 돌의 크기가 매우 다양했다는 기억이 더 또렷하다. 한번 가보고 싶다며 되뇌이는 말은, 거기를 가기 위해 버스에서 내려야 했던 바닷가 마을을 돌아서는 순간, 안개 같이 흩어져버린다. 해발 삼백 미터가 채 안되는 운봉산 서쪽자락의 작은 마을은 구교우들이 모여 사는 옹기골이었다. 안방과 부엌을 가르는 토벽의 정 중앙에 편지지 한 장 크기의 구멍이 파여 있다. 그 턱에 올려진 작은 호롱이 비리비리 맥없는 불꽃 하나를 밀어 올려, 이쪽 저쪽의 어둠을 간신히 내몬다. 옹기가마의 열기가 식은 지 오래된 이곳 사람들의 삶은, 척박한 밭농사가 대부분이다. 복령 캐러 갔다가 지뢰를 밟아 다리를 잃은 아저씨 이야기를 들으면서, 괜히 겁을 먹은 어린 마음의 고통이 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내 가슴을 가장 많이 졸이게 한 것은 어른들의 자조적 탄식 안에 들어있었다. 한집 건너 한 명씩 생긴 벙어리가 천주님 공경을 태만히 하여 받는 벌일지 모른다는 고해다. 거 참, 첨례도 못 지키고 삽니다.” 아버지의 담배연기가 이 슬픈 넉두리를 휘감아 올리며 간신히 살아있던 호롱 불빛을 덮어버린다.

 

망예수부활과 성탄 전날이면 우리집이 분주했다. 대첨례를 지키러 공소에서 모여든 친척들과, 그들의 으로 묻어온 이웃들이다. 그네들도 우리 부모님들에게는 친척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비교적 떳떳한 대자, 대녀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천주학쟁이 집안식구다.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성탄에도 하룻밤을 묵어야, 자정에 시작하는 대첨례 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다. 그날은 모두의 세례일이고, 첫영성체와 견진 기념일이고, 영명축일이었다. 세시간 공심재를 지키기 위해 우리 어머니는 일찌감치 대가족의 축일 저녁을 준비하신다. 애꿎은 희생양은 우리집에서 가장 덩치 큰 식구였다. 복사를 핑계 대고 한번도 안 봤지만, 비어 있는 돼지우리가 오래도록 서운했다.

 

박해에서 비롯된 피난의 삶이, 첩첩산중에 갇혀 살아야 하는 운명을, 여러 대에 걸쳐 이들 어깨에 지워 놓았다. 그들의 선조는 무명의 순교자요, 전생을 바쳐 신앙을 지켜낸 천주님의 증거자들이다. 어떻게 자비의 하느님께서 첨례 못 지킨 탓을 물어 이들을 벌하실 수 있을까? 진작 배웠으면 그건 절대 천주님의 뜻이 아니라고 말참견을 할 걸 그랬다. 고루고루 섞이지 못한 염색체 때문일지 모른다고

 

爾旨得成在地如在天焉 (이지득성재지여재천언;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夷亭 朴詠茂(아오스딩) 作

 

「주님의 기도」 세 번째 주제로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에 대한 교황님의 교리교육을 세 번에 나누어 싣는다. 이탈리아어 원문을 번역하여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영문텍스트를 필자가 우리말로 중역한 것임을 밝힌다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1)

오늘 계속되는 교리교육은 「주님의 기도」의 세 번째 부분에 나타나는 기도,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입니다. 이 기도는 앞의 두 기도,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와 묶어서 바쳐야 합니다. 기도가 마치 세 폭짜리 그림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돌보기 전에, 하느님께서 사람과 세상을 끊임없이 보살펴 주셨습니다. 모든 복음은 이러한 관점의 차이에 관한 내용을 빠짐없이 담고 있습니다죄인인 자캐오는 예수님이 보고 싶어서 나무에 올라갔지만 훨씬 더 일찍 하느님께서 그를 찾고 계셨다는 것을 몰랐습니다예수님께서 거기에 도착하셨을 때,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자캐오야, 얼른 내려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그리고 나중에 당신이 여기에 오신 이유를 알려 주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잃은 이들을 찾아 구원하러 왔다." (루카19, 5-10)

하느님은 우리가 기도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기를 바라십니다. 예수님으로 육화하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잃어버린 이들을 찾아내어 구원하는 것입니다그리고 우리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먼저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계획이 우리 각자 안에서 완성되기를 청하고 나서, 전 세계가 구원되기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나를 찾고 계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우리 모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찾고 계실까?" 맞습니다. 그분은 당신을 찾고 계십니다. 바로 를 찾고 계십니다. 그분은 우리 모두를 한사람한사람 찾고 계십니다위대하신 하느님의 엄청난 사랑이 이 기도 안에 담겨있습니다.(1)(2)

 

(1) Vatican News, "Pope Francis General Audience of 20 March 2019," Vatican News, last modified March 20, 2019, https://www.vaticannews.va/en/pope-francis/papal-audience/2019-03/pope-francis-general-audience-of-20-march-2019.html.

 

(2) Zenit, "General Audience of March 20, 2019: Full Text," Zenit, last modified March 20, 2019, https://zenit.org/articles/general-audience-of-march-20-2019-full-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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