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이름들이다. 옛 어른들의 감성이 묻어난다. 내가 자란 곳에만 있는 줄 알았던 지명이 온갖 동네에 다 붙어있는 것에 적이 놀랐다. 보는 눈이 같고, 느끼는 감정이 공간을 뛰어넘어 통하고 있다. 그곳에 싸리나무가 많았었는지 알지 못한다. 주일이면 신부님의 지프에 올라앉아 공소미사 복사를 하러 다니면서, 구교우촌으로 통하는 그길 이름이 ‘싸리재’라는 것을 알았다. ‘노루목’과 ‘새목’. 대학에 올라가 방학이면 파견되었던, 첩첩산중 공소 마을마다 있었던 이름이다. 서로 다른 회전반경의 차이 때문일까? 구릉의 높낮이를 구분하여 붙여준 이름일까? 아니면 노루가 다니는 길목과, 새들이 둥지 트는 어귀라는 것을 알고 지어준 명칭일까? 오늘 새벽 산책길에서도 딱따구리의 아침 인사를 들었다. 나는 그 아이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