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다윗 왕의 기도

MonteLuca12 2020. 6. 25. 17:54

즐거운 일이면서도 몹시 조심스럽다. 글에 담긴 뜻을 다른 말로 옮기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표현의 재주가 걸리고 문자의 제약이 힘겹다. 글쓴이의 마음을 읽어내야 하고 거기에 맞는 단어를 찾아내야 한다.

 

어찌 함축과 은유의 맛을 다 느낄 수 있으랴? 그래도 부족한 붓을 놓지 못한다. 다윗성왕의 ‘영혼의 노래’를 전하는 교황님의 말씀을 옮기며 말라버린 벼루에 몇 번이나 다시 물을 부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엄두를 내는 것은, 그분의 말씀에 깊숙이 담긴 뜻의 작은 조각이라도 전해보고 싶은, 무모(無謀)한 용기의 지원 덕분이다.

 

가장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언제나 어려운 것이 기도다. 기도의 뿌리가 믿음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내 원의를 받아주실 분과의 친근감, 그분의 응답에 대한 기대, 그런 것이 뒤섞인 감정이다. 습관에서 헤어나기가 어렵고 절차와 형식을 따지기가 힘들다. 무작정 매달려서는 안 될 것 같은 염려가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한다.

 

교황님께서 쓰신 표현을 하루 종일 음미한다. “우리의 삶 전체를 꿰매어 이어주는 한 타래의 황금 실”, 그것이 기도다. 일상에서 떠오르는 평범한 생각과 바람을 그때마다 주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기도라는 뜻으로 알아듣는다. 기도하는 여백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그 해석 위에 덧붙인다.

 

하프를 타는 다윗 성왕

기도하는 삶은 절대로 외롭지 않습니다
 
이번 주 일반알현의 교리교육은 다윗왕의 기도에 관해 것이었다. 교황은 성경에 나타나는 다윗 왕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가 영혼의 노래를 통해 하느님의 백성을 돌보았다는 점을 설명한다.
 
“어린 시절부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던 다윗은, 하느님 백성의 역사와 우리의 믿음을 연결하는 특별한 사명을 수행하는데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간택되었습니다.”
 
교황은 예수님을 ‘다윗의 아들’이라고 부른다. “하느님의 뜻을 받들어 아버지께 오롯이 순종하는 왕이 되겠다는 선조의 약속을 예수님께서 완수하셨습니다.”
 
착한 목자
 
“다윗 왕의 이야기는 베들레헴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아버지의 양떼를 쳤습니다. 그는 들에서 일했습니다. 바람과 자연의 소리, 그리고 햇빛과 함께 살았습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다윗은 목동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주고 그들에게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었습니다. 이 대목은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가리켜 하신 말씀을 생각나게 합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 나는 내 양들을 알고 내 양들은 나를 안다.’ (요한 11, 11~14)”
 
“세월이 지나, 다윗은 잘못된 길을 가며 죄를 짓게 됩니다. 아내를 빼앗기 위해 우리야를 살해합니다. 그러나 이를 질책하는 예언자 나탄의 말을 듣고 다윗은 즉시 자신의 죄를 깨닫습니다.”
 
“다윗은 곧바로 자신이 나쁜 목자였음을 인정합니다. 자신이 하느님의 겸손한 종이 아니라 권력에 눈이 멀어 남의 것을 약탈하고 다른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폭군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영혼의 노래
 
교황은 다윗을 두고 “시인의 영혼”이라고 부르는 것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다윗에게는 자신의 영혼을 평안에게 해줄 유일한 동반자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프였습니다. 고독하게 긴 하루를 보내는 동안 다윗은 하프를 연주하며 하느님께 노래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교황은 다윗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그는 저속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기쁨과 비탄이나 뉘우침을 표현하고 싶을 때면 늘 하느님께 찬송을 드렸습니다.”
 
“그의 눈앞에 나타났던 세상은 고요하고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타래처럼 엉킨 일들이 풀려나가는 것을 목도하면서 그는 신비를 깨닫게 됩니다.”
 
인생의 신비에 대한 묵상
 
“기도는 삶이 우리를 당황하게 하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우러나오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오히려 시와 음악, 감사와 찬양, 심지어 애통과 탄원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신비를 깨닫게 해 줍니다.”
 
“성경의 전승은 시편작가인 다윗을 위대한 예술가로 평가합니다.”
 
“다윗은 착한 목자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파란만장했습니다. 성스러운 사람이면서도 죄를 지었습니다. 박해를 받기도 하고 박해자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인 동시에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우리 자신의 삶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도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인생 드라마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은 모순과 불일치로 뒤엉키고 그로 인해 죄를 짓게 됩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 앞에 내어놓다
 
“다윗에게서 보듯 우리의 삶 전체를 꿰매어 이어주는 한 타래의 황금 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기도입니다.”
 
“다윗은 세상의 모든 것이 하느님과 나누는 대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줍니다. 죄뿐 아니라 기쁨과 죄책감, 사랑과 고통, 우정과 병고 등등... 모든 것이 항상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하느님과 나누는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다윗은 고독했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기도의 힘입니다. 자신의 삶 안에서 기도하는 여백을 마련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기도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기도는 사람을 고귀하게 만듭니다. 기도는 수많은 역경 가운데서도 인생여정에 동반자가 되어주시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보장해 줍니다.”

출처: Vatican News, 24 June 2020, 09:48,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0-06/pope-francis-general-audience-prayer-king-david.html

'교황님의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 아우는 어디 있느냐?"  (0) 2020.07.11
「교리교육 총지침」 개정판 발간  (0) 2020.06.28
고통의 의미  (0) 2020.06.23
성모님의 새로운 칭호  (0) 2020.06.21
어머니의 자비로운 눈길  (0) 2020.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