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성모님의 새로운 칭호

MonteLuca12 2020. 6. 21. 16:56

별명도 꽤나 긴 세월에 걸쳐 반추되는 추억이다. 어린 시절 나누었던 우정을 되살려주는 촉매다. 예쁜 별명을 받는 것은 운이다. 유난히 이름을 붙이는 재주를 가진 친구가 있다. 내 별명은 누가 지어주었는지도 모른다. 재잘대는 대화 속에 한두 번 튀어나온 단어가 이름을 대신하여 평생 나를 기억하게 하는 표식이 됐다.

 

어머니는 “예수! 마리아!”를 평생 입술에 달고 사셨다. 간혹 거기에 요셉 성인도 끼셨다. 놀랄 적에는 여지가 없었고, 기쁘거나 슬플 때도 똑 같은 말을 되뇌는 습관을 간직하셨다. 그것이 삶이고 기도고 몸에 밴 작용이었다. 믿음과 사랑, 그런 것은 의식의 유무와 상관없는 영역에 속해있다.

 

기도가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은 「성인열품도문」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 지루함이 깨우쳐준 것이 있다. 성변화의 그 중요한 순간에 필요한 것을 청하면 반드시 들어 주신다는 어머니의 세뇌가 약효를 잃었다. 나는 오늘도 출석체크를 했다. 삼위일체 하느님, 성모님과 나의 수호성인, 베드로와 바오로, 수호천사, 하늘에 계신 부모님을 위시해 기억해야 할 천상가족 모두를 부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지상교회의 출석부는 시간되는 데까지만 부른다. 그쪽에는 인터넷을 통해서 하루 종일 만날 수 있는 이름들이 많다.

 

어제 성모성심을 기념하는 날 교황님께서는 성모님께 바치는 탄원기도에 새 칭호를 끼어 넣으셨다. 시대에 따라, 사는 모습에 따라 기도의 내용과 방식이 변한다. 그래도 “예수, 마리아!”에 담긴 마음은 오늘 여기에 살아있다.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이탈리아 폼페이)

「성모호칭기도」에 세 가지 칭호를 추가
 
복되신 동정 성모님께 바치는 「성모호칭기도」에 세 가지 칭호가 추가된다. 추가되는 호칭은 라틴어 “Mater misericordiae”, “Mater spei”, “Solacium migrantium”으로 우리말로는 “사랑이 넘친 어머니”, “희망의 어머니”, “이주민들의 위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성모호칭기도」는 묵주기도 끝에 바치는 경우가 많다.
 
[역자 주] 성모님에 관한 세 가지 칭호는 역자가 옮긴 단어로 공식적인 것이 아닙니다. 추후 발표되는 공식적 우리말 기도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세 가지 칭호의 추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제안에 따라 어제(토요일) 교황청 경신성사성이 공식으로 발표했다. 어제는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이었다.
 
경신성사성 장관 로버트 사라 추기경과, 차관 아서 로체 대주교는, 세계 각국의 주교회의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렇게 밝힌다. “여러 세기를 걸쳐 내려오면서 동정 성모님께 관한 수많은 칭호를 사용한 것은 그리스도를 만나는 확실하고도 특별하게 부여받은 통로였습니다.”
 
새로운 시대적 요청
 
이 서한은 불확실성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오늘날 하느님 백성들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사랑과 믿음으로 충만한 성모님께 의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신성사성은 이렇게 설명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이러한 감정들을 떨쳐내고 그들의 소망을 드러내기 위하여 복되신 동정 성모님께 바치는 탄원기도에 세 가지 호칭을 추가할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호칭기도의 순서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교회의 어머니” 다음에 “자비로운 어머니”를 넣고, “천상 은총의 어머니” 다음에 “희망의 어머니”를 넣는다. 그리고 “이주민들의 위안”은 “죄인의 피신처” 다음에 호칭하게 된다.
 
인터뷰에서 경신성사성 차관 로슈 대주교는 이러한 칭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바티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주교는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성모님께 탄원기도를 바치고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전염병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가난과 갈등,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들의 가정이 고통의 압박으로부터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고 이야기한다.
 
특별히 새로울 것 없는 호칭
 
로슈 대주교는 이렇게 말한다. “교황님께서는 탄원기도에 이 호칭을 포함시킴으로써 시련을 겪는 모든 사람들의 소망을 반영해 주고자 하십니다. 성모님의 이런 칭호는 여러 세기 전부터 교회가 사용해온 전통적 호칭의 일부이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이런 호칭들은 기도나 성가에 포함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예를 들면 성모찬송에서 우리는 ‘모후이시며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라고 성모님을 불러왔습니다.”
 
“성모님께 대한 이러한 호칭은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로레토의 호칭기도’(Litany of Loreto)에 모두 들어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에 성모님의 도우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간원을 받아들여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로레토의 호칭기도’란?
 
이는 1531년까지 이 기도를 사용했음이 입증된 이탈리아의 유명한 성지 로레토의 산타 카사(거룩한 집) 성당에서 이름을 따왔다. 1587년 교황 식스토 5세에 의하여 공식적으로 인가되었다. 인가와 동시에 다른 성모호칭기도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로레토의 호칭기도’가 유일하게 공인된 성모호칭기도가 되었다. 많은 성모호칭기도가 사용되어 왔고 지금도 시용되고 있지만 이는 명백하게 사적(私的) 신심으로 규정되어있다.
 
수세기에 걸쳐 적어도 일곱 개의 새로운 칭호가 성모님께 붙여졌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80년에 “교회의 어머니”를, 1995년에 “가정의 모후”를 추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기에 세 개를 더 추가한 것이다.
 
호칭기도의 종류는 다양하여 ‘모든 성인의 호칭기도’, ‘예수의 지극히 거룩한 이름 호칭기도’, ‘예수 성심 호칭기도’, ‘성 요셉 호칭기도’(1909년), ‘예수 성혈 호칭기도’, ‘하느님 자비의 호칭기도’ 등이 있다.

출처: Vatican News, 20 June 2020, 16:24,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pope/news/2020-06/pope-francis-loreto-litany-new-invocation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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