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교리교육 총지침」 개정판 발간

MonteLuca12 2020. 6. 28. 18:15

깨끗하게 포장된 산책로 보다는 본래의 모습을 간직한, 호젓한 오솔길이 더 좋다. 그것도 평탄하고 곧은 것 보다는 구불구불, 오르막 내리막이 섞인 곳을 더 찾게 된다. 돌부리 사이를 헤치고 디딜 자리를 찾는 재미가 있고, 속살을 드러낸 뿌리가 가여워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나무와의 대화가 있다.

 

마음은 늘 옛것에 걸려, 고무줄에 매인 공처럼 돌아갈 채비를 풀지 않는다. 그러나 내 발은 언제나 떠나온 곳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세상에 달라붙어 풀려나지 못한다. 변할 수 없는 원칙에서 헤어나려 하지 않는 기억세포를 간직한 채, 낯선 세상에 길들여져 멀쩡히 사는데 이골이 났다.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정신과, 상황에 보조를 맞춰 걷는 지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것은 언제나 검열을 요구받는 숙제이고 세대를 거쳐 물려받아 짊어진 짐이다. 축구나 배구의 규칙이 바뀌듯 교리교육의 방법도 변한다. 생활환경이 변하고 가치기준이 바뀌는 변화 속에서 적합한 길을 찾는다. 같은 술을 다른 부대에 담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불청객이 우리의 삶을 온통 헤집어놓았다. 평범한 일상을 산산조각 낸 것만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기본적 요소에 관하여 오랜 세월 고착된 관념들을 뒤흔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본말을 혼동하고 주객을 바꿔놓은 채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형식에 집착하고 감성에 매몰되어 그것이 진짜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할 기회일 수 있다. 어쩌면 ‘사적계시’의 언저리를 배회하는 우리를 향해 울리는 경고음인지도 모른다.

 

오솔길을 걸으면 가끔 성가의 옛 가사가 지금 것과 뒤섞여 입속을 맴돈다. “변치 않을 손 홀로 천주뿐이로다.”

 

「교리교육 총지침」의 개정판 발행을 발표하는 피시겔라 대주교

「교리교육 총지침」 개정판 발간
 
‘새복음화촉진평의회’는 지난 목요일 교황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새로운 「교리 교육 총지침」의 발간을 공표했다.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Rino Fisichella) 대주교는 기자회견의 개회인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리교육 총지침」의 개정판을 발행하는 것은 우리 교회에게 매우 기쁜 일입니다.”
 
피시겔라 대주교는 이번에 발간된 「교리교육 총지침」이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발간되는 세 번째 개정판으로, 광범위한 국제적 협의를 통해 개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탈리아어로 먼저 출간되었고 앞으로 주요 국가의 언어로도 책을 펴낼 예정이라는 점을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외에도 부의장 옥타비오 루이즈 아레나스 대주교, 교리담당 프란츠-페터 테바르츠-판 엘스트 주교가 교황청의 대표로 나서서 새 「교리교육 총지침」의 발간에 관해 설명했다.
 
개정 배경
 
피시켈라 대주교는 「교리교육 총지침」의 개정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지역교회에 맞는 교리교육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토착화 과정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교리교육은 특별한 방법으로 지역적 특성에 맞게 개정될 필요가 있고, 특히 최근에 와서는 특정부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진 것이 그 배경입니다.”
 
대주교는 디지털 문화에 젖은 세계적인 현상을 예로 든다. “지난 10년 동안 만들어진 이 분야의 도구들은, 개인의 정체성과 인간관계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양식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 새로운 의사소통과 관계형성 모델은 세계적으로 교육환경을 다양하고 복잡하게 만들었으며 우리 교회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신학적인 이유와 함께 교회 안에 실재하는 필요성들도 ‘총지침’의 개정을 추진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피시켈라 대주교는 최근에 개최된 여러 차례의 시노드에서 복음화와 교리교육의 문제가 꾸준히 의제로 다루어졌음을 상기시킨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 교리서」 반포 25주년 기념행사에서 자신의 사도권고 「복음의 기쁨」의 주제를 꺼내 이야기한 것도 이것과 맥락이 닿아있다.
 
“이와 같이 교리교육은 복음화사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어야 합니다. 분리될 수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복음화는 부활하신 주님께서 당신의 교회에 맡기신 일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복음은 세대를 이어가며 충실하게 선포되어야 합니다.”
 
선포되어야 할 교리
 
피시켈라 대주교는 계속한다. “교리교육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언제나 살아 계십니다. 그리하여 참 생명의 의미를 전해주는 복음이 모든 세대에 걸쳐 선포될 수 있는 것입니다.”
 
“「복음의 기쁨」에 비추어 볼 때 「교리교육 총지침」은 ‘선포되어야 할 교리’를 뒷받침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교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복음화를 목표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이신 예수님을 선포하는 것은 죄인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알리는 것입니다. 죄에 떨어진 인간이 더 이상 버림받은 존재가 아니라 구원의 잔치에 초대되는 특권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주제
 
피시켈라 대주교는 「교리교육 총지침」이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첫 번째로 신비교육(mystagogy)이 두 가지 요소와 함께 제시된다. 입교를 상징하는 전례적 징표, 그리고 전체 공동체에 포함되어 점진적으로 성숙되어나가는 형성과정에 관한 것이다.
 
[역자 주] 신비교육(희랍어; μυσταγωγός): 새로 영세한 이들이 부활 시기 동안 받는 교리 교육으로서 새 영세자들과 지역 교회는 입문의 신비들과 그때까지 교회 안에서 새 영세자들이 가진 체험의 의미를 탐구한다. 어른 입교 예식(~入敎 禮式 Rite of Christian Initiation of Adults) 참조. (출처: 굿뉴스 가톨릭 사전)
 
또 다른 주제는 복음화와 까떼꾸메나도(catechumenate; κατηχούμενος) 간의 연결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그 효과를 저해하는 요인들로부터 교리교육을 풀어주기 위한 사목적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한다.
 
[역자 주] ‘까떼꾸메나도’를 역자는 ‘네오까떼꾸메나도’로 이해했다. “‘새로운 신앙여정 운동’ 혹은 ‘초대교회 공동체 운동’으로 평가되는 네오까떼꾸메나도의 길은 스페인 출신 기꼬 아르궤요, 카르멘 헤멘데즈씨에 의해 1964년 시작됐다. ‘네오’는 ‘새로운’이라는 의미이며, ‘까떼꾸메나도’는 ‘심금을 울리다’ 혹은 ‘듣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다.” (출처: 가톨릭신문 제2609호, 2008년 7월 27일)
 
피시켈라 대주교는 ‘아름다움의 길’(via pulchritudinis)을 교리교육의 원천 중 하나로 설정했다고 밝힌다. ‘아름다움의 길’은 사도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형성을 독려하면서 쓴 말이다.
 
[역자 주] “모든 형태의 교리교육은 ‘아름다움의 길’(via pulchritudinis)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스도를 선포한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것이 단순히 마땅하고 옳은 일일 뿐 아니라 아름다운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입니다.” (「복음의 기쁨」 제167항)
 
대주교는 「교리교육 총지침」에 담긴 의도를 강조해서 말한다. “이 지침은 우리를 점진적으로 신앙의 신비에 끌어들일 것입니다. 이런 지침의 성격은 특정 차원에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리교육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생활 안에서 신앙의 신비를 완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게 하려는 것입니다.”
 
교리담당 프란츠-페터 테바르츠-판 엘스트 주교는 보충설명을 통해 ‘총지침’이 시대적 징표에 주의를 기울였고 그것을 복음의 빛으로 해석했다고 말한다. 신앙에 용기를 불어넣고 폭넓게 복음화를 추진해 가는 과정에서 교리교육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고 강조한다. 이 또한 많은 지역교회들이 이 새로운 지침을 바탕으로 각 교구의 지침을 개발할 것을 희망한다고 밝힌다.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는 새로 발간된 「교리교육 총지침」이, 교회가 지치지 않고 수행하는 복음화 과정에서 교리교육을 새롭게 개편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출처: Vatican News, 25 June 2020, 17:36,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vatican-city/news/2020-06/archbishop-fisichella-new-directory-for-catechesis-is-a-joyful.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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