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코로나가 몰고온 기아(飢餓)

MonteLuca12 2020. 7. 15. 19:38

늘 시간에 쫒기며 살았다. 어느 정도 그 수위가 낮아지고 나서 돌아볼 때는 몹시 바빴던 시절을 자랑하고 다녔다. 그리 오래된 옛날도 아니건만 그 이야기는 세월에 묻혀, 꺼낼 자리도 없는 케케묵은 고사(故事)가 되어버렸다.

 

그걸 적응이라고 해야 하나? 여유와 여백의 가치를 깨달았다는 말로 건방을 떤다. 그래도 거기엔 나에게 가해질 채찍의 꼬리를 숨겨두었다. 절대로 무디어지지 않겠다는 발악과, 넘치는 시간에 붙들려 주저앉지 말자는 악착이 들어있다. 무진 애를 쓴다.

 

모처럼 늘 산책하던 길을 반대방향으로 돈다. 돌부리와 나무뿌리가 생소하다. 내려가기만 해서 보지 못했던 계단 틈에, 처음 보는 소꿉놀이 동무들이 늘어서 있다. 머리가 즐겁다. 새로운 운동장을 만난 다리 근육이 신선한 작동의 기회를 반긴다. 흰 눈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어제의 허물을 벗은 색다른 세상의 모습에 잠시 취한다.

 

배고파 먹기보다는 맛의 사치를 좇았다. 허영의 옷을 고르고 과시의 멋을 둘렀다. 낭비를 미덕이라 꾸미고 싸구려 연민을 애긍으로 포장했다. 젠체하는 짓에 길들여져 닥치는 대로 평가하기를 서슴지 않았다. 아는 체, 잘난 체, 가진 체가 몸에 뱄다. 착한 척, 깊은 척, 열심한 척, 그런 짓거리에 도가 텄다.

 

어리둥절, 얼떨결에 몹시 어색한 세상을 산다. 못 보던 것이 거슴츠레 보인다. 까맣게 잊고 있던 흔한 말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배를 곯는다는 말이 참으로 낯설다.

 

식량배급을 하는 자원봉사자 (칠레, 발파라이소)

1억3000만 명이 코로나-19로 인해 배를 곯는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연말까지 1억3000만 명이 추가로 만성적인 기아에 내몰릴 수 있다는 보고서를 유엔기구들이 공동으로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건강과 식습관에 큰 혼란을 야기했다. 엄격한 폐쇄조치로 인해 생산과 유통에서부터 쇼핑과 음식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의 먹이 사슬이 뒤틀어진 것이다.
 
국제식량기구(FAO),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등의 유엔기구들이 공동으로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상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늘어나는 기아의 대열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완전한 영향평가가 완전하게 이루어지기에는 아직도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영양실조에 걸린 인구가 2020년도에 최소 83백만에서, 최대 1억3,300만 명이 늘어날 것이라는 잠정적 예측결과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인하여 가계수입과 해외근로자들의 송금액이 줄어 식량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가정이 건강한 식단을 마련하기 어렵게 만들고, 빈곤층과 취약계층을 더욱 힘든 상황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추세
 
유엔 보고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2014년 이후 서서히 증가추세를 보여 오던 만성적 기근을 급하게 악화시켰다는 확실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9년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8.9%인 약 6억9000만 명이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이 수치는 2014년 이후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가 6천만 명 증가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 가서 영양실조 인구가 8억4000만 명을 넘어 설 것이라고 보고서는 내다보고 있다.
 
요원한 기아퇴치의 길
 
영양실조와 식량공급이 불안한 상태에 처한 인구는 아시아에 과반수가 거주하고 있지만 그 증가세는 아프리카 지역이 가장 빠르다.
 
보고서는 남아시아와, 사하라사막 이남에 거주하는 아프리카 인구의 57%가 건강한 식사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실상을 보여준다.
 
북미와 유럽에서도 식량불안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약간 증가한 자료를 보여준다. 2019년 통계에는 이 지역 인구 중 약 8,810만 명이 다소 또는 심각한 식량부족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8년의 8,490만 명 보다 소폭 증가한 것이다.
 
이 모든 수치는 코로나-19 전염병이, 2030년까지로 정한 유엔의 ‘제로 헝거’ (Zero Hunger) 목표 달성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자 주] “2015년 유엔에서는 2030년까지 인류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17개의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를 채택했습니다. 두 번째 목표인 제로 헝거(Zero Hunger)는 기아 종식과 식량 안보를 달성하고 영양상태를 개선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을 증진하기 위한 것으로, 이는 유엔세계식량계획의 우선 과제입니다.” (출처: 유엔세계식량계획 웹사이트)

출처: Vatican News, 14 July 2020, 12:11, 번역 장주영

https://www.vaticannews.va/en/world/news/2020-07/coronavirus-un-warns-increased-food-insecurity-pandemic.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