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영적 세속성

MonteLuca12 2019. 4. 14. 21:56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소식과 가르침에 관심이 깊어진 것은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을 읽고 나서다. 나는 그때 꾸르실료에서 교구울뜨레야를 준비하고 있었다. 울뜨레야의 주제도 「복음의 기쁨」을 공부하면서 선택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 6)  단지 행사의 품위를 높이고 멋을 내기 위한 주제가 아니길 바랐다. 그래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진지한 토론을 거쳐 정했다. 그리고 우리의 봉사가 형식의 너울을 뒤집어쓴 채 본질을 놓친다면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코린 전 13,1)에 불과할 것이란 걱정을 했었다. 돌이켜보면 아쉽고 부끄러운 것투성이다

 

교황님은 「주님수난성지주일」 강론에서 영적 세속성’에  관한 말씀을 하신다. 생소한 단어라 우리말 용어를 찾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용어보다 내용에 눈이 번쩍 뜨인다. 강론에서 말씀하신 영적 세속성에 대한 보완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나는 「복음의 기쁨」 제80항에서 답을 얻었다. 침묵하는 법을 배우라는 교황님의 말씀을 아래 문단 말미에 붙이고 싶다.

 

놀랍게도 교리와 영성 분야에서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는 사람조차도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려하지도 나누려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정적 풍요, 권력을 향한 욕망, 혹은 현세의 영광을 향한 욕망을 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복음의 기쁨 제80)

예수님은 당신의 수난을 통해 ‘승리주의’를 물리치셨다.

주님수난성지주일 미사에서 교황은 신자들에게 "십자가와의 타협이란 없습니다.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둘 중 하나만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스스로 낮추심으로 우리에게 믿음의 길을 터주시고 앞장서 나가기를 원하셨습니다." 라고 말했다.
성주간의 시작을 알리는 「주님의예루살렘입성기념식」과 「주님수난성지주일」 미사에 참례하기 위하여 수천 명의 순례자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였다. 오늘은 특히 「세계청소년의 날」로 많은 젊은이들이 동참하여 종려나무가지와 올리브가지를 흔들었다. 
"호산나"의 환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추기경, 사제, 평신도들이 참여하는 장엄한 행렬이 광장을 가득 메웠고, 세 명의 부제가 봉독한 수난복음에 이어진 강론에서 교황은 예루살렘에 입성한 예수님이 어떻게 승리의 얼굴 안에 자신의 겸손을 보여주었는지 상기시켰다.

비움과 순종
성주간을 시작하면서 교황은, 예수님께서는 마음 속에 평화를 간직하면서 어떻게 어려운 순간에 대처하고 가장 은밀한 유혹에 대항할 것인지를 가르쳐 주신다고 말했다. 그것은 무관심과 초인적인 무감각이 아니라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자비를 베푸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전적으로 의탁하고 그분의 구원의지를 확실하게 믿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비움은 하느님께 전적으로 순종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하려는 유혹을 버리는 것이다.

‘승리주의’를 물리친 겸손
교황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이 오늘도 역시 우리에게 그 길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오늘의 예식에는 세상의 왕자인 악마의 모습이 들어있는데, 그 악마는 자기의 소매 안에 비장의 무기를 감추고 있다. 그것은 ‘승리주의’이다. 주님은 단식하시면서 겸손을 잃지 않는 당신의 방식을 고수하심으로써 이에 대처하신다.
‘승리주의’는 지름길과 거짓 타협을 통해 목적지로 가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교황은 강조해서 말한다. 그것은 십자가의 도가니 속에서 벼림질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허황된 몸짓과 말에 기생해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님은 당신의 수난을 통해 ‘승리주의’를 타파하셨다. 교황은 프랑스의 신학자 앙리 드 뤼박(Henri De Lubac) 추기경의 연구를 인용해 ‘승리주의’의 미묘한 형태에 대하여 말한다. 그것은 대단히 위험한 ‘영적 세속성’(spiritual worldliness)으로 교회를 위협하는 최고의 기만적 유혹이라는 것이다.

침묵의 힘
교황은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승리는 하느님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자기 자신을 비워서 벌거벗은 모습이 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십자가와의 타협이란 없습니다.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둘 중 하나만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스스로 낮추심으로 우리에게 믿음의 길을 터주시고 앞장서 나가기를 원하셨습니다."
교황은 교구가 개최한 「세계청소년의 날」 행사에 참석한 젊은이들에게 예수님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분은 살아 계시고 우리들의 삶 안에 함께 하신다”고 외치라고 말했다.

강론에서 교황은 예수님께서 수난을 당하며 보여주신 대단히 인상적인 침묵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수님은 슈퍼스타처럼 대답하고 행동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 내셨습니다. 우리가 어둠 속에 처하거나 큰 환난이 닥쳐오는 순간을 만나면 침묵해야 합니다. 용기를 얻기 위해서도 침묵을 지켜야 합니다. 그 침묵은 온화한 것이어야 하고, 분노에 찬 것이면 안됩니다. 하느님께서 싸울 준비를 갖추시면 우리는 모든 것을 그분께 넘겨 드려야 합니다. 우리가 안전하게 숨을 곳은 성모님의 품 안입니다.”

출처: Vatican News, 14 April 2019, 11:04, By Lydia O’Kane /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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