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르노 파파

자비의 금요일

MonteLuca12 2019. 4. 13. 08:49

간헐적 단식을 해봤다. 아내의 제안에 따른 것인데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제법 있는 것 같다. 최근 주변에서 들은 ‘효소단식’에 비하면 그건 장난 수준이었다. 오로지 효소라는 멀건 물만 마신다는 것, 열흘이나 걸린다는 것, 보식의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 아무나 쉽게 엄두 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놀라웠다. 어려운 과정이 가져온 결과를 봤다.

 

정말로 배고프다는 것이 무엇일까? 아침을 굶었는데 점심을 먹을 희망이 없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이런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봤는가? 꽤 오래전에 들었던 말을 되새겨 본다. 건강을 위해 자의적으로 먹지 않는 것을 가지고 이것과 섞어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다.

 

잊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산다. 온통 기억이 전 같지 않다는 푸념들이다. 그런데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잊어버리자. 그런데, 기억을 다 잃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교황님은 자비의 금요일에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찾아 위로하셨다. 내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말씀이 있다. 간병하는 사람들의 고통, 그것은 ‘사랑의 눈길’이다.

 

교황님은 어제 또 하나의 깜짝 행보를 하셨다. 이틀동안 교황청에서 이프리카 남수단의 평화를 기원하며 진행된 피정의 마지막 자리에서 남수단에서 온 참가자들의 발에 입맞춤을 하셨다.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는 일이었다. 이 기사의 제목은 “하느님의 종들의 종의 모습”이었다. 「Servus Servorum Dei」, 이는 교황님의 호칭이다.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다.


자비의 금요일에 알츠하이머 환자를 방문한 교황

이번 ‘자비의 금요일’에 교황은 로마의 북쪽에 있는 에마누엘레 마을(Emanuele Village)을 깜짝 방문했다. 교황의 이번 방문에는 관례대로 「새 복음화 촉진 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시켈라 대주교가 동행했다.

에마누엘레 마을
이 곳은 알츠하이머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전용 '시설'이다. 그것은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똑같이 꾸며져 있어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것들을 재현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이곳에 사는 환자들이 외부 세계와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어 그들이 사회화되고 포용될 수 있도록 치유하고 있다. 이 마을의 이름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특별한 주거시설 안에 살면서 치료받는 혁신적 방안을 최초로 도입한 창업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교황의 방문
이곳의 모습에 놀라워하는 빛이 역력한 교황은 도착하자 마자 마당에서 환자들과 직원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나서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위로의 말을 전했다. 교황은 이번 방문이 알츠하이머 같은 병을 유발하는 사회적 조건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원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결국 그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만다는 점과, 기대 수명이 점진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고 병자들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교황은 강조했다.

제23차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 행사가 2016년 9월 21에 열렸다. 그때 교황은 ‘일반알현’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의 병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거기에는 여러분의 가족을 포함해야 합니다. 기억을 떠올리면서 성모님과 자비의 예수님을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그분들의 배려와 인자하심에 의탁하십시오. 우리는 병자의 곁에 있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야 합니다. 그분들은 병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압니다. 심지어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파악합니다. 그들은 사랑에 찬 눈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알츠하이머 병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이다. 치유가 불가능한 퇴행성 질환이다. 그것은 뇌의 특정 부분에서 신경세포를 파괴하고 점진적으로 인지기능을 저하시켜 기억과 언어와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조기 진단을 통해 합병증과 급속한 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치매는 세계적으로 4천7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일곱 번째로 큰 사망 원인이다.

출처: Vatican News, 12 April 2019, 19:13,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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