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도 긴 여정의 끝을 찾기가 이렇게 어렵고 힘이 듭니다. 세상에 보내 주신 그분의 깊은 배려(섭리)라 믿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우리네 인간사의 잣대로 그 의미를 재려는 생각을 머리 속에만 가두어 둘 수가 없습니다. (중략)
오는 8월 15일로 만 90년을 사시게 되는 어머니, 당신 홀로 쓰시던 방에서 고별식(?)을 하고 나서실 때 정말 못 돌아오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이 벌써 열흘 전입니다. 이젠 그나마 정붙일 만한 이 병원의 작은 공간마저도 지키지 못할 신세가 되셨습니다. (중략)
차라리 이도 저도, 아무 것도 모르는 의식불명 상태라면 그 양반 입게 될 마음의 상처까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으련만 ‘건방’지리만큼 똑똑한 정신으로 문병객들에게 인사치레 하는 모습, 글로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중략)
하긴 32,800날을 쉬지 않고 뛰어온 심장이니 피곤할 때가 지나긴 했지만 온 몸 구석구석 피를 운반하는 동력으로서의 제 임무를 다하지 못해 모든 기관을 성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 못내 안타깝습니다. (중략)
어찌 계신가 보려고 밤에 다시 갔었습니다. 깜깜 나라, 불 꺼진 방에 도둑처럼 살며시 문 열고 들어가 뵈니 당신께서는 참 편하게 주무시더군요. 늘 하던 대로 “엄마, 주무시나요?” 라고 여쭙지 못한 채 나오는 제 마음 속에, 어쩌면 그분은 더 이상 제 어머니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여든을 넘긴 노인이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오셨단다. 그땐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 10년 후 노인은 집근처 요양병원에서 떠나셨다. 잊어버린 건 아니었지만 막상 임종의 순간엔 당신의 서약을 지켜드릴 경황이 없었다. 그 서약을 내가 대신 지켜드려야 하나? 아직 정하지 못했다.
장기기증자들과 만나신 교황님의 기사를 올린다. 로마와의 거리가 하도 멀어 밤 늦은 시간이 되어야 새로 등록되는 기사를 만난다. 아름다운 마음에 제일 예쁜 우리말을 입히고 싶지만 쉽지 않다. 잠을 설쳤는데도 뾰족하질 않다. “관대한 이들의 결속”, “너그러운 마음 연대”… 그보다 “아낌없이 주는 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의미가 깨지지 않았기를 바란다.
장기기증은 아낌없이 주는 마음의 표징이며 상업화될 수 없다
토요일 교황은 바티칸에서 「이탈리아 장기기증자협회」회원들과 만나 기증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고 신체가 상업적으로 거래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오늘 연설에서 장기기증은 ‘아낌없이 주는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모여 생겨나는 것이므로 적극 장려되어야 한다면서 장기기증의 좋은 점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교황은 의술의 발달에 힘입어 기증자가 죽은 후에 이식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살아있는 동안에도 이식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언급했다. 의학적 치료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장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장기기증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계속해서 교황은, 기증이란 특정 개인에 관한 일이거나 어떤 개인의 필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차원에서 자기를 내어놓음으로써 베풀 수 있는 善益이 무엇인지 잘 찾아보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장기기증은 사회적 책임에 관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를 하나로 묶는 보편적인 형제애의 표현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종교와 윤리를 존중해야
교황은 장기기증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유의지로 하는 행동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서 말했다. 어떤 형태로든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업적으로 거래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되며, 혈액이나 신체기관을 제공할 때 윤리적, 종교적 관점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장기기증은 주님께 드리는 제물
교황은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형제자매들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가 인간상호간의 이타적 일치라는 이상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신자들의 입장에서 그것은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한 주님께, 또는 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일터에서 산업재해를 당한 주님께 제물을 드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보를 통해, 또는 개인적으로 알게 된 경로를 통해 기증하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베푸는 마음은 우리 이웃에게 삶의 기쁨을 주고 건강을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행히도 우리는 거의 매일의 삶에서 낙태와 안락사 같은 위협에 직면한다고 교황은 말한다. 낙태와 안락사, 그것은 우리 인생의 제일 처음과 맨 끝을 상징한다. 사회는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실질적인 몸짓과 아낌없이 주는 사랑에 목말라 한다. 이것은 인생이 신성한 것임을 우리에게 밝혀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 힘을 주었다.
교황은 참가자들에게 장기기증을 통해 생명을 지키고 증진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달라는 격려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출처: Vatican News, 13 April 2019, 12:16,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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