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곳의 성당은 전쟁의 포화가 가시지 않은 1953년, 성모승천대축일에 완공되었다. 성당 신축 당시 신자는 6가구뿐이었다고 사료는 증언하고 있고, 당시 본당의 사목적 과제는 “한국전쟁 후에 양산된 고아와 가난한 이들, 그리고 실향민들에 대한 배려”였다고 덧붙인다. 나는 그곳에서 살아있는 성인을 보았다. 그들은 진정한 순교자였다. 탯줄을 떼고 이틀만에 그분께 세례를 받았고 그곳을 떠나시기 전까지 12년간을 매일 뵙고 살았다. 원 파트리치오 신부님, 그분은 아일랜드에서 사제서품 직후, 삼십대 초반 젊은 나이에 전쟁터에 몸을 던졌고 양양, 속초, 인제 등 세 곳(필자의 기억에 따름)에 성당을 지었다. 우리 어머니께서 신부님의 셔츠를 집에 가져와 깁는 것을 자주 보았는데 그 낡은 셔츠의 기억이 생생하다.
아일랜드, 독일, 그런 구라파의 할머니들이 이역만리 선교지역으로 떠나는 젊은 사제들의 열정에 자기들의 주머니를 열어, 지독히도 척박한 선교지에 성당이 지어졌고, 이 성인 신부님들이 전생을 다 바치신 결과 오늘 우리 교회가 서 있다고 믿는다. 우리 교회가 그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난 지 불과 30년, 40년... 그리고 갑자기 ‘부자 교회’가 되었다.
부자라서 잃고 있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까? 급속히 고령화되면서 등지는 젊은이들을 잡지 못하는 교회, 가난한 이웃의 배고픔을 모르는 교회, 역복음화 현상에 침묵하는 교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반교회적인 것일까? 유럽의 할머니들이 동방의 작은 순교지로 떠나는 사제들을 통해 우리에게 보내온 정성을 우리는 엉뚱한 곳에 갚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황님께서는 오늘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에 대한 교리교육에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최소한의 생활 필수품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며 그 혹독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기도는 간절한 애원입니다.”
교황님은 어제 일반알현(주)에서 「주님의 기도」에 관한 교리교육(catechesis)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주 교리교육의 초점은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 주시고"였습니다. 이날 알현객들은 특히 영국, 아일랜드, 덴마크, 일본 및 미국 출신의 영어권 순례자들과 방문객들이었습니다. 다음은 교황님의 교리교육에 대한 공식 영문요약서입니다.
[역자 주] 일반 알현 (General Audience): 로마 또는 바티칸 방문자, 순례자 등을 위한 교황 알현. 성 베드로 대성당 알현실이나 광장에서 수요일마다 정기적으로 열린다. 일반 알현 때는 교황 자신이나 교황의 대리자가 알현자들에게 짧은 연설을 한다. (출처: 가톨릭대사전)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계속해서 「주님의 기도」 두번째 부분에 대한 교리교육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하느님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 첫번째가 하느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실 것”을 청하는 것입니다. 이런 청원은 일용할 양식이 우리에게 충분하지 않다는 엄연한 사실에서 나온 것이지만 우리는 자주 그 사실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영양을 공급받아야 하는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예수님께서는 우리와 처지가 다른 많은 사람들의 형편을 생각해야 하고 그들과 함께 드리는 간청으로 이 기도를 바쳐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최소한의 생활 필수품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며 그 혹독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기도는 간절한 애원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예수님의 말씀이 훨씬 더 강하게 우리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금욕생활을 연습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도는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가 구해야 할 빵은 ‘내 빵’이 아니라 ‘우리의 빵’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형제 자매들을 위해서 기도하기를 바라십니다. 이렇게 해서 「주님의 기도」는 공감과 연대의 기도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5 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 이웃을 도우려는 예수님의 굳은 의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성체성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자기자신까지 내어놓으셨는데,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오로지 그 방법만이 우리의 굶주림을 완전히 채워 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출처: Vatican News, 27 March 2019, 10:31, 번역 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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