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묵상

전교주일

MonteLuca12 2020. 10. 17. 13:35

걷는다. 걷는 것이 일처럼, 행사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신발이 닳아 구멍이 뚫리도록 신었다. 기워 신기도 하고 접착제로 붙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품질이 그다지 좋지 않은 신발이 소중한 치장용 소품이 되기도 했지만, 본디 그것은 도저히 빼놓을 수 없는 삶의 도구였다. 살아있는 동물의 기본적 몸짓이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특별한 행위가 되어버렸다.

 

긴 세월 휴식을 갈망하며 살았다. 복합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머리가 늘 분주했다. 사색이나 명상은 어쩌다 끄적거리던 시구(詩句)에나 담는 어휘일 뿐, 제대로 그런 것을 한번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 관상과 묵상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휘둘리며 살아온 삶이 그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이제서야 그 맛을 조금씩 느낀다. 자유로운 영혼은 언제든지 어디든지 간다. 신발 끈을 단단히 묶는다. 마음이 데려가는 대로 가고, 생각이 가자는 데로 따라간다. 하느님의 손길이 빚어낸 절묘한 산들의 예쁜 머리를 헤아린다. 로키의 수많은 봉우리 사이를 뚫어놓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달린다. 몽블랑을 넘어 청옥처럼 눈부신 지중해를 바라본다. 그 물위에서 튀어 오르는 보석 가루 같은 햇살의 눈부심이 가슴에 눌어붙은 지게미를 비늘처럼 벗겨낸다. 지평선이 보이도록 넓은 벌판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라벤더의 향기가 코끝에 닿는다.

 

내 마음은 오늘도 엠마오를 향한다. 가는 길에 만날 분이 누구일지 점을 친다. 그래, 나는 아직도 그분에게서 받은 소명을 반의반도 하지 못했다. 이제는 시간의 핑계를 댈 수도 없는데 셈 바칠 때가 다가온다.

 

작년 베드로대성당에서 봉헌된 전교주일 미사

교회에 맡겨진 선교사명의 중요성
 
제94차 전교주일을 맞이하여 교황청 인류복음화성과 교황청전교기구(Pontifical Mission Societies)는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 사명의 중요성을 상기시켰다.
 
전통적으로 전교주일은 10월의 끝에서 두 번째 주일에 지내왔다. 올해는 10월 18 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 ‘연례 기념일’은 전교를 위하여 함께 기도하고 협력과 도움을 촉구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교회와 세례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겨진 근본적인 선교사명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교주일을 앞둔 금요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과 교황청전교기구는 교황청 공보실에서 기자 회견을 개최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차관 프로타제 루감브와(Protase Rugambwa) 대주교가 담화의 제목과 내용을 설명한다. “오늘 우리는 2020년 10월 18일에 지낼 전교주일에 즈음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담화를 발표합니다. 담화의 주제는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 8)입니다.”
 
“이 메시지의 핵심은 선교사명이 우리 개개인에게 어떻게 해당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각자 개인적으로 받은 성소와 교회에 소속된 구성원으로 받은 사명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 밝혀주는 것입니다.”
 
대주교는 지난 3월 「인류를 위한 특별 전례」 중에 있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묵상을 인용한다. “우리는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깨달은 공동체의식은 계속되는 전염병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연례 기념일인 전교주일을 기쁘게 맞이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 그리스도 신자가 된 우리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복음을 중거함으로써, 우리의 삶과 사회를 송두리째 변화시키자고 호소한다.
 
「코로나-19 비상기금」
 
인류복음화성 차관보 겸 교황청전교기구 총재 지오반니 피에트로 달 토소(Giovanni Pietro Dal Toso) 대주교는 교황청전교기구가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과 공동체를 돕기 위해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조성한 ‘코로나-19 비상기금’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기금을 조성한 것은 교회의 복음 선포활동을 지원할 뿐 아니라, 전 세계의 교회들이 힘을 모아 이 세상에 공동선을 구현하는데 동참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달 토소 대주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여러 나라 교회들로부터 답지한 정성스런 기부에 감사하는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는 많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려주었다.
 
전교하는 교회를 위한 생명줄
 
교황청전교회 사무총장, 타데우시 얀 노바크 신부(오블라띠 선교수도회 소속)는 교황청전교회가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남미 및 라틴 아메리카 일부 지역의 특정 교회에 필수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지원은 교리교사와 사제, 교회봉사자들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며 지역교회의 복음 선포활동을 위한 물질적 지원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경자 폴린-마리 자리코
 
노바크 신부는 금년 전교주일이 ‘믿음의 전파회’(Society of the Propagation of the Faith)로 인하여 더 뜻이 깊다고 말한다. 교황은 지난 5월, 이 선교회의 창립자인 가경자 폴린-마리 자리코(Venerable Pauline-Marie Jaricot)의 전구를 통해 일어난 기적을 승인했다.
 
[역자 주] 자리코 가경자는 ‘살아있는 묵주기도운동’(Living Rosary Association)과 ‘믿음의 전파회’(Society of the Propagation of the Faith)를 창립했다. ‘믿음의 전파회’는 나중에 네 개의 ‘교황청 선교회’ 중에서 첫 번째 선교회가 되었다. 도미니코 수도회 평신도 회원이었던 자리코 가경자는 전 세계에 교회의 선교 노력에 대한 지원을 증진시키려고 노력한 여성 평신도이다. 현재 가경자에 대한 시복절차가 진행 중이다. (윤호병 빈첸시오의 가톨릭 이야기 참조)
 
이 기적은 급성 질식으로 인하여 의식을 잃었다가 인공 생명유지 장치로 살아야했던 어린 소녀의 이야기이다. 가경자 폴린의 전구를 청하는 기도를 바친 후 소녀는 생명을 되찾고 건강을 회복했다.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난 폴린은 자신의 삶을 오롯이 기도하는데 바친 평신도이다. 가난한 사람들과 교회의 선교 사명을 돕고 일에 전념한 동정녀이다. 가경자는 1822 년 5월 2일, ‘믿음의 전파회’를 창립했고, 그로부터 4년 후에는 ‘살아있는 묵주기도운동’을 창립했다.
 
한 세기 후인 1922년 5월 3일, 비오 11세 교황은 ‘믿음의 전파회’를 교황청의 선교회로 선포했고, 1962년 교황 성 요한 23세에 의해 가경자의 칭호를 받았다.
 
노바크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 가경자 폴린-마리 자리코는 우리 모두, 특히 평신도들에게 큰 영감을 주십니다. 가경자는 하느님 나라의 사업과 교회의 선교사명을 위하여 바치는 세례의 은총을 온전히 봉헌한 놀라운 모범을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출처: Vatican News, 16 October 2020, 13:07, 번역 장주영

www.vaticannews.va/en/church/news/2020-10/world-mission-day-2020-pms-evangelisation-peopl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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